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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권위가 학생들에 생채기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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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권위가 학생들에 생채기만 남겨

[프레시안TV] 동호공고 폐교를 둘러싼 갈등


"입시교육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그나마 돌보고 있는 학교조차 없애려고 하는 거예요." (조용진/동호공고 교사)

지난 9월 14일,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교육청이 낸 '동호공고·아현산업정보학교 폐지 및 서울방송문화고 설립 계획 동의안'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동호공고와 아현산업정보학교의 폐교를 무산시킨 것이다. 또한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에 "인근에 초등학교를 세우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로써 한 달 여 동안 벌어졌던 동호공고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인다.

철저히 비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었던 동호공고 폐교 논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다른 무엇보다 서울시교육청의 공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입시교육에서 버림받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실업계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호공고 폐교 논란의 전말을 다시 되돌아본다.

실업계 고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된 동호공고 폐교 논란은 우리 사회의 교육 양극화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비교육적 처사라는 여론에 밀려 동호공고 폐교는 부결되었지만, 그 과정은 수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지난 8월 17일. 서울시교육청은 일방적으로 동호공고와 아현산업정보학교에 폐교를 행정예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행정예고에 동호공고는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성훈 / 동호공고 교사
"8월 20일, 저희가 개학해서 학생들 등교하고 교사들 학교 나왔을 때,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다들 황당해했었습니다."

서은석 / 동호공고 학부모
"학교 폐교를 이렇게 갑자기, 어느 순간에, 한두 달 사이에 이 학교 폐교다, 이렇게 듣는 것은 처음이죠."

이나연 / 동호공고 학생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폐교 꼭 막아주세요."

동호공고는 지난 2006년 서울시교육청이 방송특성화고교로 지정한 학교입니다. 지난 해, 처음으로 방송영상학과 2학급을 신설했고, 올 여름에는 중 3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캠프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폐교라니.
▲ ⓒ인디코

공청회 한 번 없이 이루어진 폐교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동호공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서울시 교육청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맞은 건 굳게 내려진 셔터문.

오성훈 / 동호공고 교사
"같이 이야기를 좀 해보자는 거죠.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가겠다는 거니까."

근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은석 / 동호공고 학부모
"어제도 우리 엄마들도 시위하러 온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엄마들이 감정이 나서 그랬던 거지.."

전 날, 교육청을 찾은 동호공고 학부모들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이들이 실업계 고교 학부모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은석 / 동호공고 학부모
"그러면 과장님, 특목고나 인문계 학부모들이 오셨을 때도 이렇게 하셨을 거 같아요? 지금은 실업계이기 때문에, 실업계 학부모들이기 때문에 이런 푸대접하는 거 아닙니까?"

안길숙 / 동호공고 학부모
"동호공고 학부모들을 무시한 거예요, 지금."

윤난영 / 동호공고 학부모
"아무리 공부 못하는 애들이라도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사회에 나가서 일꾼이 될 수 있게끔 키워줘야 되는데 그걸 못 해준다는 것은.."
이정우 /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
"공부 잘하는 학생만 위해주고, 못하는 학생은 나쁘게 대해주고 그런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항의 끝에 셔터문 밑으로 겨우 모습을 드러낸 교육청 관계자들.

신혜숙 / 동호공고 학부모, 역삼중 교사
"교육을 관할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셔터까지 내리고, 근무시간에 이러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말. 저는 작년에 저희반 아이를 동호공고 방송영상과에 원서를 써줬고요. 지금 우리 딸하고 같은 학년 같은 반을 다니는데, 쟤 아이보다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집단 시위 신고를 받았다는 경찰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본관 건물 앞에 학부모와 교사들을 세워놓고 끝까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 ⓒ인디코

오성훈 / 동호공고 교사
"내가 다니는 학교가 방송영상특성화고등학교가 되겠다, 이 생각을 가지고 왔단 말입니다. 그래가지고 어쨌든, 어쨌든, 모든 과정들을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이 아이들에게 니네 학교를 문 닫는다, 니들 맘대로 해라, 이거 거든요. 이거는 아이들 가지고 장난친 겁니다. 절차의 비민주성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고요. 이런 거를 입안했던 분들이 누군지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그 분은 분명히 우리 학교 와서 학부모들, 학생들, 교사들한테 사과해야 됩니다."

신화균 / 동호공고 학부모
"교육청에서 냈기 때문에 된 거 아닙니까. 주체는 교육청이었어요. 그죠? 그러면 내가 이건 잘못됐다, 그래서 가서 소신 있게 갖고 올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정우 /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
"안건을 되돌려 가지고 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할 수 없고.."

20일만에 학교의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는 교육청의 발상에 학부모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이 끝날 때까지, 전경 버스는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상훈 / 동호공고 교사
"교육청에서 이렇게 공권력을 이렇게 동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들은 그만큼 이번 행정예고가 굉장히 어떤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민주화 시대, 학부모와 교사의 방문에 전경까지 동원한 교육청. 그 모습이 우스울 뿐입니다.

폐교 문제가 결정되는 날, 동호공고 폐교 반대를 원하는 학부모들과 동호공고 자리에 초등학교를 원하는 남산타운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잠시 후, 동호공고에 서울시 교육위원들이 도착했고, 동호공고 존폐 여부에 대한 심사가 시작됐습니다.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교육위원이 엉뚱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영수 / 서울시교육위원
"몇 명이나 됩니까? 남산타운에서 다니는 초등학생이.."

동호공고 심사 자리에 남산타운 초등학교 문제가 거론되자, 동호공고 당사자들의 반발 속에 분위기가 술렁거렸습니다.

학교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는 단 1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학생들이 폐교를 막아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하려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박중선 / 동호공고 학생회장
"저희 학생들 호소문이고요. 호소문과 서명, 학생들의 폐교 반대 서명입니다."

한편, 복도에서는 남산타운 주민과 실랑이를 벌이던 학부모가 쓰러졌습니다.

김순희 / 동호공고 학부모
"억울하다구요.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하냐구요, 지금"
▲ ⓒ인디코

자식이 다니던 멀쩡한 학교가 실업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폐교가 될지 모른다는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편, 학교 건물 밖에서는 그동안 표출되지 않았던 남산타운 주민들과 동호공고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만 원했을 뿐 폐교를 거론한 적이 없다는 남산타운 주민들.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언론에 의해 매도된 피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산타운 주민
"공고를 없애고 말고 이런 얘긴 해 본 적이 없어요. 우린 그냥 초등학교만 세워 달라, 그거였지."

Q. 이번 행정예고에 대해 찬성 서명을 했는지?

남산타운 주민
"당연히 우리는 초등학교, 초등학교가 들어온다는 거에만 중점을 뒀죠. 우리는 어느 거든 초등학교만 들어온다면 찬성하지 않겠어요? 그랬던 것뿐이지.."

Q. 행정예고에 동호공고 폐교 방침이 포함돼 있는데?

남산타운 주민
"어, 그거는 읽긴 읽었죠. 읽었는데 그건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닌 거야."

김시건 / 남산타운 주민
"동호공고를 꼭 폐교해달라고 한 적은 없고요. 단지 폐교를 해서라도 초등학교를 지어준다는 그런 안건에 대해서는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담배를 피고 패싸움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공고생이라는 편견. 이런 편견들이 하나 둘 쌓인 주민들은 동호공고가 폐교가 되든지, 안 되든지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됐습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까지 방문심사를 마친 교육위원들이 소회의실에 모였습니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순간입니다.

김진경 / 동호공고 학부모
"다시는 학교 문제로 이렇게 신경 안 썼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상처 받고 그러니까요. 떨려요."

강호봉 /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산업정보학교를 발전 존속시키고.."

폐교 행정을 입안했던 서울시 교육청의 담당 직원들은 미동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슴 졸였던 동호공고 학부모들은 이제야 겨우 살아남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교육위원회는 남산타운 초등학생들을 위하여 동호공고 인근에 초등학교 설립을 권고했습니다. 결국은 원점입니다.

이번 사태는 입시 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돌보던 교사, 학부모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지나 / 동호공고 학생
"정말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는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까 아, 사람들이 정말 안 그렀다, 안 그렀다, 말로만 그렇지, 속으로는 다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면서 제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조용진 / 동호공고 교사
"어떤 아이들은 그러더군요. 우리 학교 무너지면 그 다음 북공고 무너질 거고. 계속 얘길하더라고요, 학교 이름을. 그러니까 이미 아이들도 직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므로 실업계 교육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를) 꼭 지켜야한다는 거죠. 입시교육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그나마 돌보고 있는 학교조차 없애려고 하는 거예요"

오성훈 / 동호공고 교사
"다 상처를 입었던.. 그런 어떤 엄청난 상처 속에서 우리 아이들 뭐 쓰레기라고 이렇게 지금.. 스스로도 이렇게 생각하게 되버렸던, 이 부분을 우선 좀 치료를.. 대한민국의 치부를 어쩌면 드러낸 그런 어떤 일대의 사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우리 학생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교육청은 동호공고 학생, 교사, 학부모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합니다. 입시교육에서 버림받은 아이들, 그들을 돌보고 있는 실업계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획: 박사야
영상취재: 김도성, 김하얀
편집: 김도성, 김하얀
제작: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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