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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상에 '신정아' 대신 '대선'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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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추석 상에 '신정아' 대신 '대선'을 올리자

명절 이후 '새로 빚어질 민심'을 기대하며…

여의도 밥을 오래 먹은 한 정가 인사는 일 년에 두 번 민족의 대 명절을 '민심의 변곡점'이라고 부르더랍니다. 명절엔 흩어진 가족, 친지들이 둘러앉아 송편만 빚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서 들은 각종 '카더라'식 정보부터 나름의 정가 분석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빚어내기 때문에 명절 이후 유통되는 민심은 명절 이전과 또 다른 양태를 띠기 마련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지역구에서 '새로 빚어진' 민심을 입수한 국회의원들이 다른 의원들과 민심을 교환하고 경우에 따라 당 지도부에 변화된 민심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모습은 마치 대목 장사를 마치고 계산기를 재게 놀리는 장사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엔 온통 '분홍색 송편'만 빚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가는 곳마다 '여성 로비스트의 연애사' 얘기뿐이니 말입니다. 허위 학력을 갖고도 여교수가 되고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등극했다는 거짓말 같은 스토리와 그 이면의 정·관계 비호 의혹, 그리고 물 밑에서 오가는 염문과 배후설 등 샘물처럼 솟아나는 자극적인 '설'에 안테나가 먼저 움직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하겠으나, 두둥실 만월 아래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과 나누기 민망한 얘기란 감이 드는 당신이라면 그 눈길을 정치권으로 돌려 보심이 어떠할지요.

물론 정치권에서 '신정아 사건'마냥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화끈한 무언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니, 대선 얘길 꺼내려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 이명박 찍어"하는 대답으로 말문이 막혀버릴 수도 있지요.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누군가에겐 답답하기만 한 대선이라 쉽사리 명절 메뉴에 올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대선 민심'을 빚어보겠다는 당신을 위해 <프레시안>이 이야깃거리를 선사합니다.


#1. '이명박 대세론' 그 끝은 어디에?
▲ 50%를 상회하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시멘트 지지율'로 굳어질까요? ⓒ뉴시스

"이번엔 이명박이 되는 거지?", "대체 이명박은 어디까지 가는 거야?"

통계적으로 '대표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는 친구들마저 만나면 서운할 새라 한 번씩은 이런 질문을 던지니 '이명박 대세론'의 뿌리가 깊긴 깊은가 봅니다. 한 여권 인사는 50%를 상회하는 이 후보의 지지율 앞에 "이 정도면 단군 이래 최고의 국민통합"이란 텁텁한 우스개 소리를 내놓기도 하더군요.

이쯤해서 '하나 된 여론은 곧 깨질 것'이라는 반전을 기대하실 분도 있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후보 지지율이 시멘트처럼 굳어 연말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경선 이후 반짝 60%까지 치솟던 지지율에는 거품이 빠졌지만 그래도 한나라당 후보가 된 한 달 간 50%대의 지지율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수치를 두고 '이명박 지지자는 충성도가 없다'는 일반론만을 고집하다가는 '시샘'이란 오해를 사기 십상입니다.

다만, 여권에서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아들의 외국대학 기여입학 문제와 도곡동 땅을 판 돈이 그 기여금으로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왔으니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이명박이란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관용 수준이 높다"는 윤여준 전 의원이 분석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질까요?

검증 국면에선 아프간 납치 사건이 터지고, '마사지 걸' 발언이 보도된 날 <문화일보>가 신정아 씨 누드 사진을 싣는 것을 보고 한 누리꾼은 "이명박은 하늘이 돕고 탈레반이 돕고 신문이 돕는 후보"란 댓글을 달기도 했던데요, 이 후보의 '천운'이 남은 석 달 간 계속될지도 관전 포인트 아닌 관전 포인트 되겠습니다.

#2. '이명박 대항마'의 완성, 광주·전남이 분수령

이 후보의 지지율이 '조정'을 모르는 미스테리한 고공행진을 거듭해 나가는 것은 여권의 '찌질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찌질'이란 표현은 사석에서 만난 여권 인사들이 심심찮게 쓰는 말이니 '기자의 성향에 대한'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당명 논란과 예비경선 표집계 논란을 거치면서 '바른 생활도 슬기로운 생활도 못하는 열등생' 신세가 된 대통합민주신당은 초반 경선 투표율이 20%에도 못 미치자 '인기마저 없는' 그야말로 '찌질이' 신세가 됐다는 게 최근 여권 인사들이 주로하는 푸념입니다.)

'새 정치'를 하겠다며 한나라당에서 합류한 손학규 후보는 '문간방 손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세론'을 제압하고 당 경선은 물론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선두 자리를 꿰찬 정동영 후보의 입지도 위태롭기는 매일반으로 보입니다. 동원선거, 당권밀약 등 갖은 불공정 시비의 중심에 서 있을 뿐 아니라, 중진·지도부 사이에서도 '반 DY 기류'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후보 역시 친노주자 '미풍'에 그친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느라 부심하는 모습입니다.

어느새 'DY대 반 DY' 구도로 재편된 신당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추석 직후 광주·전남에서 치러질 29일 경선입니다. 선거인단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전통적 지지층의 경우 '진영의 승리'를 우선한 전략적 선택을 내린다는 것이 일반론이기에 광주·전남의 승자는 '이명박 대항마'로서의 위치를 굳혀 나갈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에 'DJ 적자론'의 재료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진검승부'가 펼쳐질 안방 경선의 열쇠는 손 후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손 후보가 정말 완주를 할지, 도중에 물러날지에 따라 경선 흥행이 달려 있으니까요. 그리고 손학규 빠진 경선이란 신당이 그토록 떼버리고 싶어하는 '도로열린우리당'이닐까요?

그건 그렇고, 광주·전남에서 과연 몇 분이나 투표장으로 나오실까요? 태풍도 그치고 추석도 끝났는데 호남에서마저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민주신당 여러분들은 또 어떤 핑계를 대실까요?

#3. 문국현, '한가위 바람'을 탈까

명절을 통해 '새로 빚어질 민심'에 가장 큰 기대를 보내고 있는 쪽은 문국현 후보인 것 같습니다. 후발주자인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격히 낮은 인지도로 고민이 많은데요,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수도권의 화이트 칼라'층이 고향으로 내려가 문 후보가 미처 찾아가지 못한 지방 곳곳에 까지 '문국현 바람'을 일으켜 줬으면 하는 기대인 거죠.

지난 달 23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캠프를 꾸린 문 후보 측은 지난 한 달 간의 성적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었단 자평을 내리고 있습니다. 19일 발표된 <동아일보>,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각각 4.4%, 3.1%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니 10월 내 5%대 진입이라는 당초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입니다. 정치 입문 한 달 만에 이해찬, 권영길 등 '프로 정치인'의 지지율을 앞서자 캠프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도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축배를 들 시간은 없어 보입니다. '초짜 정치인'에겐 4%대 지지율이 괄목할 만한 성과일지 몰라도 대선을 석 달 앞둔 대선 주자에겐 분발을 요구하는 채찍일 뿐입니다.

여기에 문 후보 측의 고민이 있습니다. 여권이 지리멸렬하면서 낙심한 민심이 문 후보 쪽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는 확연하나 문 후보 자신이 '반사이익'을 넘어서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어쨌거나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도발을 해야 하는데"라며 쓴 입맛을 다시더랍니다. 치고 받을 상대가 있어야 문 후보가 뜰 텐데 '진짜 경제, 가짜 경제' 전선으로 몇 번을 찔러봐도 이 후보 쪽 반응이 영 무덤덤해 고민이란 얘기였습니다. '범 여권 후보'의 틀을 벗어나 '국민 후보'가 돼 보려는 문 후보에게 신당 경선 가도에서 흘러 나오는 러브콜은 영양가 없는 추파일 따름이죠.

이렇게 '국민 후보'로 가는 길은 아득해 보이지만 문 후보의 발걸음은 여유로와만 보입니다. '100년 째 서울에 살고 있다'는 서울 토박이답게 추석 연휴는 서울에서 보내고 연휴 말미에는 방미길에 오를 계획이라죠.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윤리경영 포럼'에서 경제전문가들과 학자들을 대상으로 유한킴벌리의 경영 혁신 사례에 대한 특강을 한다고 하는데,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보강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캠프 관계자의 낙관적 관측과 달리 정치판 외곽만 훑는 행보가 답답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문 후보 방미 소식에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산 구경, 내 구경 다하고 한양은 언제 가나."

#4. 민노당, '反기업 이미지' 벗겠다는데….
▲ 민노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현충원에 참배를 간 권영길 후보.ⓒ뉴시스

지난 15일 민노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3수'길에 오른 권영길 후보 측 역시 추석 직후 지지율 제고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권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추석까지 15%"를 공언했는데요, '더블 업'을 넘어 '트리플 업'을 목표로 한 권 후보 측의 전략은 대중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딱지'를 떼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기업 당', '친북 당', '데모 당' 등의 이미지를 탈피하자는 전략일 테죠.

권 후보는 20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노동자'가 아닌 '기업 임원'들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권 후보는 "민노당을 반기업 정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맞지 않다"며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고군분투하며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벌과 기업을 '차별화'하면서 자연스레 '노동자 만의 정당'이란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권 후보가 당선 직후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이념적 짐'을 덜기 위한 세레모니였습니다. 민노당 창당 이후 처음이라는 이 행사는 이념 대립을 뛰어넘어 남과 북의 체제를 상호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행보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권 후보의 '새로운 시도'를 향한 눈총도 적잖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 직후 '외연확대' 혹은 '당 쇄신'과 관련된 메시지를 던지자 당 안팎의 '보수 원단'들이 와글와글 댔던 것과도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생각이 다른 세력을 끌어안고 가는 당 쇄신,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저변 확대. 만만찮은 내부 숙제를 풀어내야 하는 권 후보, 본선에 들어가면 '비판적 지지'의 망령 앞에 이번에도 범여권과도 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입니다.

이 와중에 '삼수생' 이미지를 깨는 일은 발등의 불입니다. 정파 갈등에 지친 '민노당의 머리'에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를 넘어서는 유행어가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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