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백서 발간 작업을 추진한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문대근 단장과 함께 경수로 백서 발간 의의와 경수로사업 중단 이후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문대근 단장입니다! 문대근 단장은 1956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해 75년 전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1984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5년부터 통일부에 근무해 남북회담사무국 기획과장과 교류협력국 경협지원과장, 교류협력총괄과장과 남북경협총괄과장 등을 역임했고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정책조정부장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대북경수로사업 종료 결의가 이뤄진 게 작년 5월로 알고 있는데요, 경수로 기획단은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군요.
문대근 : 지난 5월 31일, 그렇습니다. 사업이 공식 종료된 지 1년 후입니다. 금년 5월 말에 KEDO사무국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청산작업도 끝나고 있습니다. 청산은 한전이 1억불 상당의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KEDO가 그동안 제작해온 경수로 기자재, 이걸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68개 하도급 협력업체의 클레임은 지금 거의 완료 단계에 와 있고, 기자재들은 국내 웨스팅하우스나 미쯔비시, 도시바, 두산중공업에서 보관,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획단은 아마 2, 3개월 후에 곧 폐지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얼핏 생각하면 사업이 중단됐으면 그걸로 그만이지 무슨 청산 비용이 1억 달러나 드나 생각할 것 같은데, 1억 달러는 클레임... 그런 것에 대한 보상입니까?
문대근 : 그렇습니다. 사업이 완성되면 클레임이 있을 수 없는데 중도에 종료되다 보니 하도급업체가 예상했던 여러 가지 사업비, 예상 사업비 이런 것들이 없어지기 때문에 클레임... 손실보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사업 중단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가 않군요.
문대근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경수로사업지원백서를 발간하셨는데, 비록 중도에 중단한 사업이긴 하지만 이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인가요?
문대근 : 그렇습니다. 백서를 발간한 목적은 크게 세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투입비가 소요된, 예산이 소요된 사업의 과정을 국민들한테 소상하게 보고드린다는 의미도 있고요. 두 번째는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진된 남북교류, 또는 경험을 역사기록으로 남겨야 된다는 것. 또 하나는 13년간의 경험을 잘 정리해서 향후에 유사한 사업이 전개될 경우 참교자료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중에, 청산비용 중 1억 달러를 한전이 냈고... 지금까지 경수로사업에 투입된 비용이 얼마고 한국에서 부담한 비용이 대략 얼마쯤 됩니까?
문대근 : 그동안 총 사업비가 46억 달러로 책정됐는데요 한 10년 동안 22억 8천만 달러 정도 들었습니다. 총 사업비죠. 순수 사업비는 15억 달러 정도, 그 중에서 우리나라는 11억 4천 6백만 달러. 그리고 일본이 4억 천만 달러 정도였구요 EU도 한 1800만불 정도 됩니다.
박인규 : 우리가 그렇다면 1조 원 이상을 쓴 건데 이게 언젠가는 또 우리 남북관계를 위해서 좀 좋은 밀알이 될 수가 있겠죠. 우선 이 경수로사업이 13년 간 진행됐는데 시작과 끝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94년에 제네바 합의가 되면서 북한이 흑연감속로를 중단하니까 전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핵물질 발생이 덜 되는 경수로를 지어 달라. 이렇게 해서 시작된 거죠?
문대근 : 그렇습니다. 북미 간의 제네바 기본합의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대신 미국이 책임지고 100만KW 경수로 2기를, 울진 3, 4호기와 똑같은 겁니다. 이걸 지어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북미관계 개선을 해나간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당초 이게 2003년까지 완공되기로 돼 있는데 만약 이게 완공됐다면 경수로 완공도 완공이지만 사실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화를 완성하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중단됐어요.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뭐였습니까?
문대근 : 가장 큰 게 1차적인 것은 북미 간의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겁니다. 경수로 공사를 추진하면서 평화를 구축하고 불신을 해소해나가는 기제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전혀 없이 공사만 해나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2002년도 10월에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 이게 결정타를 먹인 거죠.
박인규 : 실제로 2002년 10월에 켈리 차관보가 평양에 가서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한 다음부터는 사실 경수로사업 자체가 거의 지지부진했죠?
문대근 : 1년 동안은 소위 슬로우다운... 속도조절을 하는 기간을 거쳤습니다. 완충기죠. 2003년도 12월부터는 일시중단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그때부터 중단이 됐습니다.
박인규 : 이 경수로와 관련해서는 남북 간에 여러 가지 민감한 일도 있고 해서 이번 백서에 모든 내용이 다 담기진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문대근 : 백서에서는 사실 담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밀스럽거나 감춰야 되는 내용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사업이었고 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또 한국과 미국 일본, 또 EU가 집행이사국으로 참여했는데 그 정책이사국 간에 정책을 결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랄까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또 외교 관행 차원에서 볼 때 좀 맞지 않아서 뺐습니다.
박인규 : 제가 500쪽이 넘는 백서 내용을 다 읽어보진 못했고요, 그 중에 경수로사업과 관련됐던 몇 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쭉 봤는데 하나같이 참 아쉽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문 단장 입장에서도 굉장히 아쉬우시겠어요.
문대근 : 저 개인적으로 보면 소위 야구로 치면 패전투수가 아니라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면 좋을 뻔 했는데, 사업이 종료된,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조금 아쉬웠고요. 특히 경수로사업이 94년에 불거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건데, 2002년도에 북한 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이 사업이 종료가 됐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거죠. 많은 비용과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은 굉장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경수로사업 중단에 대해서 언론이나 많은 국민들은, 13년 동안 자그마치 11억 달러? 엄청난 돈만 썼다. 헛돈 쓴 거 아니냐, 이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런 부분들이 제가 느끼기에는 좀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사업에 관계하신 분 입장에서 과연 지난 13년이라는 시간과 11억 달러라는 큰 돈이 아무 것도 아니었느냐. 그냥 그야말로 헛돈 쓴 건가, 헛된 시간인가. 어떻게 판단하세요?
문대근 : 이 사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좀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꼭 헛된, 허황된 사업만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볼 수가 있는데요 지난 12년 동안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진 못했지만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서 플루토늄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와 안정... 북핵 위기가 해소될 수 있었던...
박인규 : 정확하게 얘기하면 94년부터 2002년까지. IAEA사찰기구가 추방될 때까지는 동결이 확실히 됐던 거죠?
문대근 :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경수로사업이 사실상 한전을 주계약자로 해서 남북관계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공사 현장에는 남한 근로자와 북한 근로자만 있었고 나중에는 우즈벡인들이 600여 명 들어왔습니다만,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교류와 협력.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가 있었고, 북한이 우리의 능력과 의지를 시험하면서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추진하게 된, 변하게 된 계기도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면 우리가 부담한 11억 4천 6백만불보다 더 많은 비용. 12억 8백만불을 우리 기업이, 한전을 비롯한 수십 개의 기업이 하청을 받았습니다. 수주를 받은 거죠. 그래서 돈이, 우리 국내에 800만불 만큼 어떤 유효수요효과를 냈다고 할까요?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히 컸습니다. 남는 장사라고 보면 좀 그런데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일시적이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켰고 남북 간의 교류에 일정하게 기여했고 경제적 측면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문대근 : 북한의 변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던 사업입니다.
박인규 : 지금 신포 부지는 제 기억으로 2002년도인가요? 콘크리트 타설식 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 지금 공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다가 중단된 겁니까?
문대근 : 신포 현장의 공적률은 21%로 좀 적습니다. 공사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이 발생되지 않습니까? 대포동 미사일, 잠수함 침투사건, 이런 것들로 해서 좀 늦어졌고, 재원 분담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1년 이상 협상을 끌다 보니까 2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원전 본관의 경우는 한 8단까지 철판을 쌓아 올린 상탭니다. 좀 황량하다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거기에 공사에 사용됐던 여러 가지 중장비라든가 이런 것이 아직 현장에 남아 있다는 그런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요?
문대근 : 그렇습니다. 그대로 2006년도 1월 8일에 우리 인원들이 마지막 철수할 때 모든 것을 그대로 점검해놓고 왔습니다. 차량, 중장비 포함해서 283대가 있고요, 약 450억 상당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반출을 북한이 불허한 건가요?
문대근 : 북한은 경수로사업이 실패함으로써, 중단됨으로써 자기들이 여러 가지 경제적으로 손실을 봤다. 손실보상을 하지 않는 한 모든 물자, 연필 한 자루까지 반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놓고 왔죠.
박인규 : 이번 백서에도 드러나 있고 KEDO 종료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경수로사업을 살려 보자는 것이 강했던 걸로 알고 있고요. 경수로사업이 중단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하면, 어떻게 보면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했다던데 맞는 얘깁니까?
문대근 : 우리 정부 입장에선 경수로사업이 미치는 한반도 평화·안정, 남북관계, 아까 말씀드린, 경제적인 그런 효과뿐만 아니라 이게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것을 재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중단하더라도 하자, 이런 입장이었습니다.
박인규 : 아예 문닫기보다는 가능성을 남겨두자.
문대근 : 11억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 사업을 폐기하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고. 그러나 미국은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
박인규 : 불법적이라는 건 우라늄 농축 말씀하신 거죠?
문대근 : 그렇죠. 북한 핵개발에 대한 대가가 경수로를 지어주는 건데 이것은 잘못됐다. 그리고 북한은 불량국가고 악의 축이고, 어떻게 경수로를 지어주냐, 그런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 핵문제...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거죠. 그 뒤부터는 빨리 끝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인규 : 이번 지원백서를 보니까 많은 분들이 지금은 중단했지만 언젠가는 재개가 돼서 경수로를 지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어준다기보다는 그것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에. 재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문대근 : 재개 가능성은 일단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시점이 되겠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경수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지금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됐고 합의가 지금 잘 이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일정한 시점. 분위기가 좋아지면 경수로를 재개하는 문제가 아니라 6자회담의 틀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 기억으론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오자마자 미국에서는 북한이 완전히 핵폐기를 한 다음에야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얘기했고 북한에서는 경수로 문제가 해결 안 되면 핵폐기 못한다. 이런 식으로 바로 말싸움 같은 걸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문대근 : 공동선언 바로 다음날. 9월 20일 북한은 핵폐기 전에 경수로 문제를 제공해야 핵폐기를 할 수 있다. 그 다음날 미국은 무슨 소리냐, 말도 안 된다. 이렇게 나왔습니다.
박인규 : 그래서 한 1년 굉장히 시끌시끌하다가 올 2월에 2.13 합의가 나온 것인데, 지금 이 대북경수로 문제가 다시 논의되는 시점이 언제쯤일 거라고 보세요?
문대근 : 지금 현재 예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불능화 조치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불능화 조치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행동계획들이 작성되고 이걸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폐기, 핵투명성 의사가 확인될 경우에, 그때 미국이 아마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확실한 입장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한 번 실패한 사업이기 때문에 다시 논의하고 재개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사실 우라늄농축 의혹이라는 것이 서로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는 했다고 하고 북한에선 아니라고 하고. 그런 부분들이 해소돼야 경수로 건설 재개 문제가 논의될 수 있겠군요. 저희로선 사실 그동안 들어간 돈이나 시간도 있고 해서, 북한이 물론 핵폐기를 해야 되겠죠. 핵폐기를 하면서 경수로사업이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 지난 13년간의 경험을 총정리한 백서도 나왔고, 앞으로 이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일단 사업이 중단됐으니까요,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어떤 겁니까?
문대근 : 정치적이고 법적인 명분을 차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KEDO는 경수로사업을 중단케 한 이유가 북한에 있다고, 귀책사유가 북한에 있다고 하면서 북한에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18억 9천만 달러인데요, 이걸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고 행사하는 문제가 있고요. 실현 가능성이 적습니다만. 두 번째는 한전이 청산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을 KEDO가 확인하기로 돼 있습니다. 평가와 확인을 해서 한전이 청산비용 1억불을 지불하고 한 7억불이 넘는 비용이 든 기자재를 팔아서 재활용해서 많은 이익을 남길 경우, 과도한 이익을 남길 경우 KEDO와 협의해서 환수하거나 해야 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박인규 : 사업 중단의 책임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18억 9천만 달러를 내놔라. 이런 얘깁니까?
문대근 : 지금 법적으로는 그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건 국제법정 같은 데에 우리가 제소한 겁니까? 아니면
문대근 :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겼고, 핵개발 의혹을 증폭시킴으로써. 그리고 두 번째, 경수로 공급협정사항에 그런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경우 손실을 보상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가 22억 7천만불인데, 불필요한 비용 빼고 한 18억 9천만 달러를 북한한테 요구하게 된 겁니다.
박인규 : 그걸 공식적으로 이미 요구해 놓은 상탭니까?
문대근 : 그렇죠. 공식적으로 요구한...
박인규 : 18억 9천만 달러 자체도 큰 금액이긴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엄청날 텐데 상당히 반발하겠네요?
문대근 : 북한은 묵묵부답 상탭니다. 이건 뭐 이미 끝난 상태니까 얘기 않겠다는 그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전의 청산작업은 아직은 시간이 더 걸립니까?
문대근 : 청산비용을 정리하는 건 거의 끝나고 있습니다. 하도급업체, 협력업체에 클레임, 손실을 보상해주는 문제, 그건 뭐 협상이 조금 있습니다만 금방 끝날 것 같구요. 경수로 기자재를 활용하는 문제는 경수로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고철이 됩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설비자산들, 이것도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폐허가 되는 거죠.
박인규 : 그 장비들을 다른 분야에는 활용할 수가 없나요?
문대근 : 거기 현장에는 북한 경비병 외에 누구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대로 두면 다 썩게 되겠죠.
박인규 : 북한에 있는 장비 말고 남한으로 반입된 장비는 없습니까?
문대근 : 현장에서 사용했던 장비들은 그대로 두고 왔습니다. 기자재들은 국내 공장에 있습니다. 특히 두산중공업에 많이 있는데요, 이것은 현 공장에서 그대로 보관 관리되고 있습니다. 왜냐면 사업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서 당분간은, 한 3년 동안은 보관하는 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지금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같은 경우는 대개 올해 안으로 해체가 됩니까?
문대근 : 거의 모든 업무를 다 끝내고, 마지막... 그야말로 해체하는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물품이나 자동차, 이런 것들을 폐기하고 이관하고. 문서를 또 이관하는 문제, 소소한 문젭니다.
박인규 : 문 단장께서는 통일부에 오래 계시면서 남북 경협 관련해서 상당히 관여를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경수로사업도 사실은 경협의 일정이었고. 지금 보면, 지금까지 약 10조원 정도로 대북지원투자를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퍼주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의 성과랄까 한계. 어떻게 보십니까?
문대근 :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하고는 있는데, 지난 7년 동안의 남북관계, 특히 남북경협에서 나타난 성과는 굉장히 괄목할 만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개성과 금강산 지역 이내에 한정돼서 두 개의 점에서만 활발하게 남북 경협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한반도 허리 부분, 두 개의 선과 두 개의 점이 살아나면서 대동맥이 연결된 거죠. 통신도 금강산과 개성이 연결된 겁니다. 대동맥과 신경망이 연결되면서, 죽어 있던, 막혀 있던 한반도 허리에 피가 통하고 그럼으로써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큰 발전이고 통일을 향한 거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개성공단, 금강산 이외의 북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남북 경협사업은 거의 실패하거나, 이득을 본 회사가 없습니다. 그것은 자명합니다.
박인규 : 왜 그렇죠?
문대근 : 북한에 공장을 지으려면 발전기를 갖고 가야 됩니다. 북한에 전기가....
그리고 여러 가지 물류비용, 또 아직 북한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아직도 해결해야 될 과제가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셨지만 사실 개성이나 금강산 사업이 남북 간에 교류를 튼다는 정치적 의미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한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도 경제적 도움이 돼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보는 것 같아요. 진짜 경제적 의미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협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까지 가야 됩니까 우리가?
문대근 : 현재... 제가 개성공단하고, 경공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만 개성공단의 경우는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상당히 큰, 좋은 전망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해야 될 일이 많습니다.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과 군사협력 간의 불균형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철도를 개통해 놓고 군사적인 보장조치가 안 되기 때문에 정상운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북미관계 개선, 또 평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으면 미국에 의해서 전략물자수출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설비, 기자개가 공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본 궤도에 오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의 개방, 그리고 시장경제의 마인드 형성과 함께 남북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정말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게 뭔가, 이익이 돼야 기업들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이익이 될 수 있는 윈윈사업을 많이 개발해서 추진해야 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역시 남북경협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군사적 신뢰가 구축돼야겠군요. 무엇보다도.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경수로사업을 진행해 오시다가 중단하게 되셨는데, 이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대근 : 경수로사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호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 또 평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될 사업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으로 느꼈습니다. 남북교류협력과 사업의 경우를 봐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지만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금방 말씀드린 바와 같이 철도연결, 개성공단도 그런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새로운 계기에 진전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2.13 합의가 잘 이행되고 있고 10월 2일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한 좋은 합의들이 나와서 남북관계 발전,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남북관계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본격적인 경협을 위해서는 역시 평화가 정착되고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 10월 초에 남북정상회담에서 그런 평화체제가 좀 진전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아깝게 중단된 경수로 지원사업이 재개되기를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문대근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경수로 지원 백서발간 작업을 추진한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문대근 단장과 함께..
경수로 백서 발간 의의와 경수로 중단 이후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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