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직 사퇴? 아마 당선 후일 것"

후보 등록 후 첫 기자회견… "안철수 눈물 잊지 않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5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 이후 '야권 단일후보'로서 첫 기자회견을 가지며 본격적인 선거전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비례대표직을 사퇴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의원직 사퇴 문제에 대해 "제 예감으로는 결국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게 되지 않을까 예감하지만, 그것은 당선 후일 것"이라며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 사퇴가 불가피할테지만, 단지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아직 단일화의 통합 효과가 발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가 단숨에 박 후보를 뛰어넘는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저의 몫일 수도 있었던 안철수 눈물… 잊지 않겠다"

문 후보는 우선 안철수 후보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며 새정치 실현을 약속했다. 향후 안 후보와 안 후보 지지층을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 방안에 대해 기대를 모았으나, 그는 "국민연대를 이루겠다"는 원론적인 방향만 언급했다. 안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선 "안 후보 형편이 되는 대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 "고맙다는 마음 이전에, 커다란 미안함이 있다"며 "안철수 후보의 진심과 눈물은 저에게 무거운 책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몫일 수도 있었을 그 눈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야권단일후보의 막중한 책임, 정권교체의 역사적 책임이 제게 주어졌다"며 "무거운 소명의식으로, 그 책임을 감당하겠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함께 공동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 실현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안 후보가 갈망한 새 정치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다"며 "안철수 후보와 함께 약속한 '새 정치 공동선언'을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안 후보 지지층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모든 세력, 후보 단일화를 염원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국민연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 후에도 함께 연대하여 국정운영을 성공시켜나가는 개혁과 통합의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대'의 형태에 대해선 "기존의 담쟁이캠프를 넘어서 안 후보 측 진심캠프와 단일화를 기다려왔던 시민사회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합의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심이 되는 것은 담쟁이캠프와 안 후보의 진심캠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협의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선 승리 뿐 아니라 정권교체 이후 세력통합과 연대, 개혁의 저변세력 확대로 이어지는 대통합선대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의 향후 만남에 대해선 "만나자는 제안 말씀을 이미 드렸다"면서 "안 후보님께서 사퇴 회견 이후 곧바로 지방에 가셨기 때문에 만나뵙지 못했는데, 안 후보님의 형편이 되는대로 만나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안 후보 쪽 캠프에서 어떤 역할 해줄 것인가는 저희 혼자의 구상을 말씀을 드릴 순 없는 일이고 함께 잘 조율해 나갸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시 안 후보와 국정운영은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선 "협의 후 말씀드리겠다"고 일축했다.

TV 토론 등을 통해 드러난 경제복지, 의원 정수 조정 등 정책적 이견에 대해선 "약간의 차이는 당연하다"면서 "99%는 정책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복지 정책, 통일외교안보 정책 등은 실무적으로 거의 합의된 상태"라며 "국민연대의 틀 속에서 정책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세력 vs 미래세력', '귀족 후보 vs 서민 후보'

그는 아울러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 채비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그는 박 후보와의 대결에 대해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대결'로 규정하며 전선 구축에 나섰다. 또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는 박 후보를 겨냥, "불통하고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에 맞서, 소통하고 동행하는 '겸손한 대통령'을 선택해 달라"며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반칙과 특권들을 떨쳐내고,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열어갈 미래는 경제민주화의 시대, 소수의 특권층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라며 "힘들고 어려운 서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정치, 미래가 불안한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미 결정적인 승기는 마련됐다"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힘을 모으고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 후보와의 본격적인 양자대결에 앞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제안했다. 그는 "제가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되는 그 순간부터 새누리당 측에서 아주 갖가지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렇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말씀을 간곡하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 캠프의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문 후보를 대신해 후보 등록작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