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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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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도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가 됐으면"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17] '여자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의 저자, 정미경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학교 성적은 물론 각종 시험을 여성들이 휩쓸고 있고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여성의 리더십과 미래상을 제안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여성 공직자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물론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우리 사회 여성 리더들에게 날카로운 비판과 쓴소리를 던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정미경 전 검사를 초대해 최근에 출간한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가 전하는 메시지가 뭔지 우리 시대 진정한 여성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미경 전 검사입니다! 정미경 검사는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8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고 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서울, 인천, 전주,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근무했고 2005년 여성가족부로 파견돼 장관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했습니다. 올해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난 8월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은 이후 사직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셨다구요. 정 변호사로 호칭하겠습니다.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책을 내셨는데 제가 알기로 예전에 여성 작가들한테 여류문인이다, 그러면 내가 왜 여류문인이냐, 난 문인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데, 그런 생각이 났어요. 이 책을 내시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 ⓒ프레시안

정미경 : 제가 처음 검사가 됐을 때는 사실 제 위로 여검사가 한 20여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올해 들어온 신임 검사 중 절반이 여자 검사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10년 안에 검찰도 과반수 이상이 여자로 될 거라는 건 쉽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데요, 이런 추세가 검찰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조직도 그럴 거라고 저는 예상됐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조직에서 또 요즘에 무슨 우려가 나오냐면, 여자가 많아지면 수사력이 떨어지지 않느냐. 조직 안팎으로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우려가 맞는지 안 맞는지는 별론으로 치더라도 과연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여성 스스로 한 번 고민해 보자. 그게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제가 여성가족부로 파견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성학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토론도 하게 되고 분석도 하고 글도 쓰고 이렇게 됐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되냐면 그것에 대한 깨달음이 생기는 겁니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 나 혼자만 갖고 있겠느냐,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함께 나눠보자 우리들 스스로도 냉정해져보자. 그런 의미에서 사실 책을 쓰게 된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어떤 조직에 여성이 극소수였을 때의 행동양식과 점점 많아져서 비슷해졌을 때... 아직 비슷까지는 안 갔겠습니다만 행동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으신 거군요.

정미경 : 그렇죠. 왜냐면 후배들이 사는 시대는 옛날 과거에 선배들이 살았던 시대와는 굉장히 다른 조건이나 여건에서 살아지고 있거든요.

박인규 : 지금 전국에 검사가 몇 분쯤 되십니까?

정미경 : 한 15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정 변호사가 임관하실 때는 여검사가 한 20명.

정미경 : 여검사가 지금은 한 200여 명에 가까운 거죠.

박인규 : 그러니까 10년 가까이 사이에 한 한 10배 가까이 늘어난 거군요.

정미경 : 그렇죠. 최근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에서 여검사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고민들이 많으시겠어요.
이번 책을 보면, 누굴 지칭해서 뭐합니다만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한명숙 전 총리, 헌법재판소장이 안 됐습니다만 결국 전효숙 전 법관... 이런 분들, 이른바 최초의 여성법무부장관, 최초의 여성총리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셨어요. 어떤 부분이 그 분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보신 겁니까?

정미경 : 사실 제 책에서 그 분들에 대한 개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고, 저는 사실 이제 더 이상은 저희들이 더 이상 최초라는 걸 달 수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 후배들은 이제 2, 3, 4, 5호가 계속 나와야 되고, 그 2, 3호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한 번 우리의 여건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서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거든요.

박인규 : 예를 들면, 그렇다면 그 말씀은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이 하는 행동양식과 제2의 여성법무부장관의 행동양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달라야 된다. 그런 건가요?

정미경 : 네. 왜냐면 그 분들이 썼던 방식대로 2, 3호가 간다. 그러면 2호, 3호가 될 수 있느냐, 성공할 수 있느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 저는 그게 좀 의문시됐던 것이죠. 왜냐면 최초의 분들이 살았던 시대는 사실은 남녀평등을 부르짖었던 시대에 사셨고, 그 다음에 그 분들이 거기까지 올라가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단함이 있었고.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차별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거든요. 남녀평등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남녀평등을 잘 이해 못하죠. 당연한 거기 때문에

박인규 : 그렇긴 합니다만 예를 들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최초의 여성 공직자로서 보여준 행동양식이랄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 변호사께서는 비판적으로 보신 부분도 실제로 있는 거 아닙니까?

정미경 : 비판적으로 본 부분도 있는 거죠.

박인규 : 설명을 좀 해주시죠. 어떤 부분이 여성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봤을 때 이 분의 이런 행동은 여성들의 리더십 측면에서는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신 부분이 어떤 거였는지...

정미경 : 여성 최초에 대해서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관심을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현재 우리 여건이 어떤 식이냐면 여자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여자들은 다 저래. 아니면, 여자라서 저런 게 아닌가? 이런 말들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남자가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남자들은 다 저래. 남자라서 그런 게 아닌가보다. 남자라서 그런가보다. 이런 말을 하지 않거든요.

박인규 : 쟤는 왜 그래? 이러죠.

정미경 : 네. 개인으로 그가 존재하는 거지 남자들은 다 저래. 이렇게 대표로 의미되어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자들은 아직까지도 계속 그런 말을 듣고

박인규 : 한 여자의 행동이 전체 행동을 규정짓는...

정미경 : 그래서 저는 여성 최초는 사실은 그 개인 홀로 그곳에 계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표선수인 거죠. 여성 전체의. 그렇기 때문에 그 함정에 걸리지 않으려면 그걸 늘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거죠. 굉장히 힘든 자리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가 가건 사실 그 함정에 빠지기 쉽거든요.

박인규 : 그건 말하자면 지금 비판하신 강금실 전 장관이나 한명숙 전 총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본인의 행동이 여성 전체의 문제로 보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행동한 측면도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정미경 : 그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 개인으로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그 자리에 계신 분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했고 더 많이 조심하셔야 했고, 어떻게 보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박인규 : 이 책의 서문을 보니까 여성이, 특히 남성들만 있는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남자같이 행동해야 받아들여졌고 요즘은 여성답게 행동해야 받아들여지는데 앞으론 그게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좀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의미인지?

정미경 : 과거에는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성다운 여성의 전략을 썼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현재는 어떤가. 지금은 남성 같은 여성은 사실 성공하기 어려워 보이거든요. 이제는 여성다운 여성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자기의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마음껏 드러내고 지금 사실 외국에서도 그런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럼 미래에도 과연 그렇게 될 것이냐. 저는 미래에는 더 이상 남성이나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는 시대가 아니라 포지션 중심으로 가지 않을까. 예를 들어 검사면 검사다운 자질을 가져야 되고 CEO면 CEO다운 자질을 요구할 것이고, 장관이면 장관, 대통령이면 대통령다운 자질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한 겁니다.

박인규 : 이제는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이른바 정치적 배려를 해준다거나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정미경 : 네. 지나갔다고. 미래는 더더욱 그럴 거라는 거죠.

박인규 : 이번 책에 대해서 언론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쏟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좀 전에 나온 강금실 전 장관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 비판한 것에 대해서 상당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보신 분들도 있고 실제로 그런 시각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어떤 생각으로...

정미경 : 책을 전부 읽어보셨다면 그렇게 말씀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책을 다 보신 분들이 사실 그렇게 평가받는 걸 되게 안타까워하시거든요. 저도 물론 그 부분이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리라고는 사실 예상을 못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시대변화에 따른 여성리더십에 관한 걸 얘기한 거기 때문에요.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시고 검찰을 떠나셨어요. 그것은 자의입니까 타의입니까?

정미경 : 좀 어려운 부분인데요, 사실 아직 조직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사직에 관한 이야기가 그 분들을 좀 서글프게 해서 힘들게 하면 그건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왜냐면 과거에 저도 선배들의 서글픈 사직, 그런 걸 보고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왜냐면 검사일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그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사실 잘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박인규 :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분이 대부분 여자 검사들 아닙니까?

정미경 : 여자 검사들도 있고 선배들도 있고 남자 선배들도, 남자 후배들도 있죠. 사실 그 분들이 있어서 희망이 있는 거거든요.

박인규 : 제가 보기에는 어쨌든 자의는 아니신 것 같은데, 이 책에 대한 논란이 만약에 이번 여러 가지 원직 복직이 아닌 부산으로의 발령이라든가, 또 그에 따른 본인의 사표를 냈다는 것은 정 변호사께서 사회에 전하고 싶은, 또는 검사 사회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아직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물의, 논란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가. 너무 때이른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정미경 : 앞으로...

박인규 : 이 책에 대한 반응을 보시면서,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반응이 나타난 것인지. 이 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라든가 검찰 내부의 반응을 보시면서 본인의 의도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

정미경 : 좀 차이가 있더라구요.

박인규 : 생각보다는 훨씬 더 거부감이 컸다 그런 거 아닐까요?

정미경 : 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정치적인 해석이 많이 가미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아까도 잠깐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시대에,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른바 바람직한 여성의 리더십은 어떤 거라고 보세요?
▲ ⓒ프레시안

정미경 : 제가 이렇게 가정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어느 여성에게, 여성 리더에게 당신이 리더로서 성공하는데 있어서 여성이란 점이 약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여성 리더께서, 여성이란 점이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리더로서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그건 여성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리더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여성이 바람직한 여성이 아닐까,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왜냐면 이 정도의 답변을 할 수 있으려면 충분히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여성으로서... 고민했던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박인규 :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든가 또 여성이기 때문에 예상 외의 혜택을 받는 것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혹시 검사생활을 하시거나 살아오시면서, 여성 중에서 이런 분이야말로 바람직한 여성 리더다. 실제로 그런 분이 있으십니까?

정미경 : 사실 여성 선배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가까이서 제가 일을 하면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박인규 : 혹시 외국에... 제가 책을 보니까 그런 구절이 있던데요. 힐러리 같은 부인을 두고 싶진 않지만 힐러리 같은 딸을 만들고 싶은 아버지는 많다고 하셨는데, 외국에서는 바람직한 여성 리더라고 보여지는 분이 있으신가요?

정미경 : 힐러리 같은 분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저희에게 보여주신 것,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높이 평가하는데요, 라이스나... 미국의 국무장관, 힐러리 같은 분이 그래도 저희들이 볼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힐러리나 라이스나 이런 분들은 여성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지도자가 되는데 여성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고 보시는 거군요.

정미경 : 그렇죠.

박인규 : 이번 책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보면 필자인 정미경 변호사가 썼던 의도와는 다른 측면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언론에서의 관심이나 검찰에서의 인사발령이라든가. 필자로서, 특히 아마 주로 여성후배들을 생각하셨을 텐데, 이 책을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읽어봐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정미경 : 여성 공직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일단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 잘하는 여자 검사보다 일 못하는 남자 검사가 훨씬 낫다는 말들을 사실 많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그 의미는 뭡니까?

정미경 : 이건 어떤 조직에서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에서 뿐만 아니라, 여자들은 사실 남의 일, 나의 일을 잘 구분해서 내 일만 하면 된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요. 남자들에 비해서. 그런데 사실 남자들은 조직원으로서 내 일 남의 일을 떠나서 이게 조직에 필요한 일이라면 사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일하거든요. 그것이 어떤 나의 일이 아닐지라도. 그런데 여자들은 사실 내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포지션만 딱 보고 자기 것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을 안 하거든요.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 포지션에 가서 그걸 막아줘야 할 때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여자 후배들이 여성 공직자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내 일만 잘 하면 된다는, 그걸 좀 버렸으면 하는 것이죠.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여성 판사는 많았지만 여성 검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은데 검사를 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정미경 : 어릴 때 아버지께서 저에 대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커서 판검사가 되기를 바라셨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실 그 아버지 바람이 제 바람이 돼버렸는데요, 막상 딱 직역을 선택하는 시점에는 사실은 검사는 굉장히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라고 볼 수 있고 판사는 되게 내향적이고 그런 약간 특성이 다릅니다. 제 성격과 그게 더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검사로 임관하실 때 선배 여검사가 25명쯤 있었다고 하셨는데 여자 검사로 일하다 보니까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여자 검사기 때문에 내가 겪지 않아도 될 불이익이 있었다. 그런 게 있었습니까?

정미경 : 그건 여성으로서 우리가, 검사로서 일하는 건데 사실은 사람들은 저를 여성으로서 먼저 더 보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코드로 읽어내리는 것이죠. 그래서 예를 들어 제가 '아니오'라고 얘기하면 남자 검사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제가 만약 목소리를 높이면 남자 검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더 감정적으로 읽어내리고, 이런 지점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소수자로서의 어려움이군요. 여성이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정미경 : 여성이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저희 업무의 특성과 연결시켜 보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고, 소위 경청하는 능력은 훨씬 여성한데 유리한 거잖아요. 그런 지점에서는 제가 업무의 특성상 더 유리했습니다.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박인규 : 검사로 근무하시면서 예를 들면 여자 검사니까 아동 문제라든가 여성 문제라든가 그런 식으로 자기의 영역이 제한되고 그런 적은 없었습니까?

정미경 : 처음에 여검사가 많이 없었을 때는 그런 식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검사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제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여성이 검사라는 조직에서 그야말로 실력만으로 승진하기 위해서 그런 여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정미경 : 제가 조직에서 있다 보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실 일하면서 굉장히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도대체 이게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 조직만의 문제일까.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한 것이죠.

박인규 : 여성가족부에서 한 2년 동안 일하셨어요. 여자 검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여성의 문제를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계시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셨습니까?

정미경 : 그 생각을 가진 걸 가지고 사실은 책을 쓰게 된 것이죠.

박인규 : 여자 검사의 일 플러스 여성가족부의... 여성가족부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정미경 :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했는데요, 행정부처 내부에서 법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늘 있기 때문에 그런 법률 어드바이스를 하는 거죠. 그 다음 장관님에 대한 필요한 자료 같은 걸 모아 드리고,

박인규 : 여성가족부에서 2년간 일하시면서 우리나라 여성 문제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다. 아니면 이런 것은 참 문제다 그런 게 좀 있었습니까?

정미경 : 여성들이 실력 쌓기에 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남자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왜냐면 우리가 경쟁을 통해서 실력을 쌓는 부분이 있는데 혹시 그게 너무 소홀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여성의 어떤 권리를 내세우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정미경 : 스스로 냉정해지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요즘 사법시험도 마찬가지고 언론사 시험에서도, 많은 신문사에서 여성이 한 60~70%가 합격하기도 하고. 오히려 남성들이 우리가 더 어렵다. 역차별 당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씀도 하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정미경 : 일단 조직 안으로 들어올 때 일단 진입 면에서만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조직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사실 또 달라집니다. 왜냐면 중요한 보직, 인사 문제에서 여전히 여성은 남자와는 달리 차별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박인규 : 이번 책에서 공직자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지금 여성 정치인과 관련해서는 여성단체에서 예를 들면 '비례대표에 여성을 절반을 반드시 넣어라'라든가, 여성이니까 당연히 들어가야 된다는 주장을 많이 하시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정미경 : 지금까지 너무 여성이 많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여성도... 제 측에서도 말씀드리지만 일단 여성이 많아져라, 많아져라, 많아져라 이런 말을 하고 있거든요. 일단 많아지면 여성이라는 것을 잊고, 그래서 남자처럼 된다는 게 아니라 자기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그 부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정 변호사께서는 여성 정치인의 쿼터를 할당해서라도 여성의 요구가 정당한 요구다.

정미경 : 네. 지금 현재 저희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죠.

박인규 :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에 진출해서 혜택을 받기보다는 실력을 가지고 해라. 여성도 말하자면 실력으로 리더십을 쌓아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남성의 리더십과 여성의 리더십은 오로지 실력만으로만 갈라지는 겁니까, 좀 차이가 있는 겁니까?
▲ ⓒ프레시안

정미경 : 남성의 리더십과 여성의 리더십이 구분되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리더십은 그냥 리더십 하나만 있을 뿐이죠. 여성이든 남성이든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고민해야 되는지, 저는 그걸 말씀드리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실력을 쌓아야 된다는 건 남성이든 여성이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아야 되죠. 경쟁을 두려워해선 안 되죠. 그리고 사회적 관계 맺기도 단순히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관계를 맺어선 안 되고 다방면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 동료,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적 관계 맺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노력해야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제가 보기에 좋은 리더란 그 리더가 만들어 준 그늘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쉬고 싶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인규 : 저희가 이 프로그램에서 여성 기업인 한 분을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사회적 관계 맺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자는 굉장히 그게 어렵다. 남자는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 동창 해서 어딜 가도 이른바 힘을 좀 쓰는 분들이 있는데 여학교 나와서는 굉장히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어떻습니까.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 리더가 되려면 시력을 쌓으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개인적인 노력이고. 여성 리더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 아직도 사회가 배려해야 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미경 : 사회 여건이 여성에 대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포지션 중심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이라는 것에 너무 주목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도 마찬가집니다. 그 부분은. 그래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렇게 구분하지 않고 포지션에 요구되는 자질에 더 집중하게 되면 그 부분... 관계 맺기도 더 나아질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박인규 : 여성의 성장을 위해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어떤 면에서...

정미경 : 굉장히 중요합니다. 딸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남자를 판단합니다.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아버지가 보여준 세상이 제가 만났던 처음 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저에게 늘 말씀하셨어요. 여성의 시대가 온다. 그러니까 너의 시대가 오는 거다. 남자들이 하는 공부를 해라. 그 말씀이 사실은 나중에는 저의 귓가에 늘 울리거든요.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저도 딸이 있는데 좀 뜨끔하네요.
이번에 책을 내셨고 어떻게 보면 본의 아니게 검사직을 떠나셔서 변호사 일을 시작하셨는데 앞으로 그런 여성 리더의 더 많은 배출을 위해서 본인이 어떤 활동계획을 갖고 계신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미경 : 사실 변호사가 된 지 며칠 안 됐거든요. 그래서 과거에 심한 연애를 하다가 실연하고 난 다음에 그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또 새로운 세계에 빨리, 다시 잊기 위해서 새로운 걸 시작하는 사람처럼 저도 이제 새로운 업무에 빨리 뛰어들었습니다. 당분간은 변호사 업무에 충실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러려고 합니다.

박인규 : 다음번 책을 준비하시는 건 없으십니까?

정미경 : 두 번째 책은 쓰고 싶습니다.

박인규 :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미경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정미경 전 검사를 초대해 최근에 출간한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우리 시대 진정한 여성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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