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자이툰이 이라크서 돌아올 수 없는 까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자이툰이 이라크서 돌아올 수 없는 까닭

미국 눈치보기와 유엔 요원 경비 임무가 '덫'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임무종결계획서 제출 시한(9월 말)이 다가오면서 자이툰 철군 문제가 또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SBS>는 13일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자이툰의 주둔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과거 "철군한다는 기본적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던 청와대가 14일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바꾼 걸 보면 <SBS>가 오보를 낸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연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윤영범 자이툰사단장 등을 내세워 자이툰 주둔이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진출을 보장한다는 식의 여론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명분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자이툰 부대가 돌아올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자이툰 부대 전경 ⓒ연합뉴스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압박

자이툰이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해 안 돌아오는 게 아니라 못 돌아오는 주된 이유는 역시 미국의 요구 때문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이툰 부대가 임무를 매우 전문적이고 능숙하게 수행했다"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일부를 철수시키는데 대한 설명을 했다. 청와대는 이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이툰 주둔 연장을 구체적으로 제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군 일부 감축을 설명하기 위한 통화 자체가 한국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설명했던 대로 이라크 미군 3만명을 내년 7월까지 줄이겠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런 마당에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장악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군 철수는 다국적군 전력의 손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윤영범 사단장은 "이라크 북부지역을 총괄하는 다국적군단 예하 사단인 자이툰이 먼저 빠져나가면 미군이 별도 부대를 편성해 들어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미군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이툰 주둔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유엔 직원 활동에 부대원 100명 씩 투입

자이툰이 돌아올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부대가 맡고 있는 유엔 요원 경호 임무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는 지난해 7월부터 부대 인근에 있는 유엔 이라크지원단(UNAMI) 아르빌 사무소에 대한 경계 및 요원 경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UNAMI 아르빌 사무소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이툰은 이들이 한번 활동에 나설 때마다 1200여명 중 60~100여명의 병사를 차출해 테러 행위에 대비하고 있다.

자이툰은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아르빌 사무소에 대한 경계 및 경호 임무를 추가로 맡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를 철수한다면 유엔 요원들과 미 국무부 직원들의 안전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자이툰 부대가 유엔과 미 국무부의 경호 요청을 수용할 당시 시민단체들은 파병 부대의 임무 전환은 국회 동의 사항이라고 비판했는데, 그같은 비판을 무릅쓰고 받아들인 그 임무는 자이툰 철군의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무늬만 감군' 강조하는 국방부

그러나 미국 눈치보기와 유엔 요원 경호라는 덫에 걸려 한국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하는 것은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계속 참여한다는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자이툰이 테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은 그간 테러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증강된 미군이 바그다드 지역을 불완전하게나마 장악하게 되면서 이라크 저항세력과 외부에서 유입된 알카에다 요원들이 북쪽으로 활동 영역을 옮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5월 아르빌 인근 지역에서 4일 간격으로 폭탄 테러 사태가 발생해 70여명의 주민들이 사망했던 일은 자이툰 주둔지가 결코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이툰 주둔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 다가오자 정부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자이툰 부대로 초청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재 1200명 수준의 병력을 300~400명 정도 줄여 파병을 1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철수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부시 대통령이 '3만명 감군'을 선전하며 실제로는 올 들어 증파했던 일부를 원대복귀시킴으로써 완전 철수 요구를 무마하려는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정부는 머잖아 제출될 임무종결계획서 작성의 고려 사항 중 하나로 미국의 '신 이라크정책'을 들고 있다. 국방부가 부시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이라크 파병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이툰에 대해서도 유사한 방침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