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고 하기엔 2009년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일어났던 끔찍한 공격과 그 과정이 너무나 비슷했지만, 이집트를 선두로 달라진 주변국 정세와, 이전 같은 상황은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2009년의 상황은 재현되지 않았다.
양측의 정반대 분위기, 패색 짙은 이스라엘과 자축하는 하마스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는 휴전협정 체결 후 양측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사망자 숫자로만 놓고 보면 160명대 6명이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스스로를 '전쟁의 승리자'로 자축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비교할 수 없는 비대칭 화력에서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그들 '민중을 보호'했다는 것이다.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내건 '국경봉쇄의 점진적 개선' 또한 지켜만 진다면 최대의 성과라 할 수 있다. 8일 간 밤낮을 폭격의 공포에 떨며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에 환호하면서 승리의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 22일(현지시간)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는 이스라엘군ⓒAP=연합뉴스 |
이렇듯 휴전협정을 체결한 네타냐후의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국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게다가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하마스가 정전협정을 깨고 도발을 할 수 있는 등 총선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은 현재로서 네타냐후의 집권당이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확보에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여론 조사 결과 아직까지 네타냐후는 건재함을 보였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같은 휴전협정
이번에도 이집트와 미국의 중재가 휴전협정 체결에 큰 역할을 했다. 비록 미국은 초기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인식한 듯 양측의 중재에는 적극적이었다. 일각에서는 2009년의 재앙적 공습 이후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던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교적 일찍 휴전협정에 동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밝혀지면서 사실은 예측과 크게 다름이 확인되었다. 하레츠는 최근 발표한 '휴전협정 체결의 뒷얘기'에서 휴전 협상 과정에서 9명의 장관들 간 극명한 이견을 보였다고 했다. 특히 첨예했던 것은 국방장관 에후드 바라크(Ehud Barak)와 외무장관 리베르만(Lieberman) 이었다. 에후드 바라크는 지상전 투입이 너무나 많은 희생자를 야기할 수 있는 무리수라 판단하고 총리인 네타냐후에게 일찍 전쟁을 끝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외무장관이자 극우정당을 이끄는 리베르만은 적극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를 끝장낼 것을 설득했다. 하레츠는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가 두 이견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끝내 휴전 협상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기 직전에도 9명 장관들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뉜 상태였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네타냐후는 휴전협상 체결 직후 '도발이 다시 시작되면 즉시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라고 재공격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하마스 또한 '언제든 우리의 양손은 방아쇠'에 걸려있다며 이스라엘 측의 공격에 대해 반격할 의지를 보였다.
이스라엘군은 휴전협정 체결 직후 텔아비브(Tel Aviv) 버스 폭탄테러 관련 용의자를 잡는다며 서안지구에서 55명을 연행했고, 23일 가자지구 국경지대에서는 '경고사격'해 팔레스타인 농부 1명을 사살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이는 휴전 협정 위반이고, 이런 연속적인 갈등으로 휴전협정에 대한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뿌리 깊은 불신과 이스라엘의 국내 여론의 악화 등으로 인해, 이는 언제든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휴전협정이며 앞으로 일주일~한 달간이 관건이라고 했다.
무의미한 휴전협정, 계속되는 점령
팔레스타인 현지 인권단체와 관련자들과 지역 전문가들은 이제까지의 반복되었던 양상을 봤을 때 이번 휴전협정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에 체결된 휴전협정은 이번 대규모 가자 공습에 대한 하마스-이스라엘 정부 간 휴전협정이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종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갈등은 점령으로 비롯되었고 지금까지도 가자지구뿐 아니라 서안에서도 점령은 지속되고 있다. 서안에서 식민촌의 건설은 활발하고 많은 자원이 수탈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밤새 군사작전의 공포에 시달리고 모든 경제, 인원의 통과 및 농업 등 생산 활동은 이스라엘군의 통제하에 이루어진다. 규모만 다를 뿐인 군사 작전 또한 지속적으로 많은 사망자 부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갈등은 지속되어 왔고 다만 규모의 문제라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그래서 이번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옵저버 지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를 국제사회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엔 하마스, 다음 타깃은?
패색이 짙어 보이는 이스라엘은 사실 이번 '방어 기둥' 작전을 통해 많은 목적을 달성했다. 약간의 잡음은 있지만 총선 직전 내부적으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아이언 돔은 그 성과를 인정받았고 국제적으로 널리 홍보되어 한국 또한 구매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또한 무인기, 무인장갑차 등 각종 이스라엘의 최첨단 무기를 홍보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이란군이 미국의 호크 시스템을 본뜬 새로운 방공시스템 '메르사드(매복)'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이스라엘은 이번 군사작전을 통해 2009년 이후 발전됐을 거라 예상했던 하마스의 무장력을 약화시켰고 가지고 있는 무기의 종류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언 돔과 함께 화제가 되었던 이란산 로켓 파즈르-5가 그것이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난해왔고 팔레스타인에 지지를 표했다. 많은 국가들은 이란이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예측은 했으나 확실한 물증은 없었다. 이번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란 간의 무기거래를 국제사회의 수면 위로 끌어냈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타격한 파즈라-5라는 확실한 증거를 통해 이란-하마스 간 무기거래를 증명했고,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하마스에 무기를 거래한 이란은 이스라엘의 논리에 따르면 테러 지원국임이 더욱 명백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제시됨에 따라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였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한 번도 인정하거나 부인한 적이 없다. 하지만 1986년 이스라엘 핵과학자 모르드카이 바누누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시설을 외부에 폭로했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은 중동의 그 어떤 국가의 핵무장 시도도 허용한 적이 없었다. 80년대에는 이라크의 핵시설을 공중 폭격해 초토화 시켰고, 2000년 들어 시리아의 핵시설 또한 폭격해 핵보유 의지를 꺾어 버렸다.
이란의 꾸준한 핵시설 개발 노력이 긍정적으로 보일 리 없는 이스라엘은 작년부터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 의지를 보였다. 최근 들어 연속적으로 발생한 이란의 핵과학자 암살사건과 군 시설, 핵시설 폭파사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가 연루되어 있다고 비난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 2012년 들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수차례 공식 발표했지만 미국에 의해 저지되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대선을 치러야 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계획을 달가워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등 국외의 여러 문제를 끌어안고 있던 입장에서는 이란공격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미뤄진 이란공격 계획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봤을 때, 이번 공격에서 밝혀진 하마스가 보유한 이란산 로켓은 큰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확실한 물증이 없던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자국 공격에 이란이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이란을 공격할 또 하나의 '명분'을 마련했다. 게다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고, 이번 공격에서 보여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시점에서 '자위권'차원의 이란 공격을 언제 어떻게 감행할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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