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폭탄급 친환경 폭탄' 과시

텔레그래프 "미국 등 서방국 깜짝 놀랐을 것"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선언하는 듯 신무기 실험을 공개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군당국은 11일(현지시간) '모든 폭탄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가진 신형폭탄 실험을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보여주었다.

이 폭탄의 별칭은 미국이 지난 2003년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이라크 침공 당시 선보였던 MOAB(공중폭발대형폭탄)보다 위력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러시아 군당국이 붙인 것이다.

TV에서는 유럽 나토군에서 '블랙잭'이라고 부르는 러시아의 투폴레프 TU-60 전략폭격기가 이 폭탄을 낙하산에 매달아 투하하는 장면과, 이 폭탄의 폭발로 군 실험장에 불기둥과 버섯구름을 일으나는 동시에 부근에 있던 4층짜리 건물을 산산조각나는 장면이 방영됐다.

<로이터>는 "이 폭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새로운 무기와 정책 시리즈의 최신판"이라고 전했다.

▲ 러시아 군당국이 "세계 최강의 재래식 폭탄"이라며 공개한 신형폭탄. ⓒ로이터=뉴시스

알렉산드르 루크신 러시아 합참 차장은 러시아 국영TV <ORT 채널 1>과의 인터뷰에서 이 폭탄이 세계 최강의 재래식 폭탄으로 핵무기와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방사능을 내보내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폭탄의 실제 위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TNT 13.5㏏에 해당)의 0.3% 정도로 소형 핵폭탄과 맞먹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러시아 군 당국은 미국이 자랑하는 MOAB은 TNT 11t의 위력으로 살상반경이 150m 정도이지만, 러시아의 신형폭탄은 MOAB의 4배나 되는 파괴력을 지녀, TNT 44t의 위력에 반경 300m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나노기술 적용된 특수폭약으로 초고온,초고압파 발생

러시아 군당국은 MOAB보다 적은 크기면서도 이처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나노 기술이 적용된 특수폭약을 사용하기 때문이며, 폭발 중심의 온도는 MOAB의 두 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폭탄이 파괴력을 발휘하는 주된 요소는 폭발 때 발생하는 강한 압력의 초음파 충격과 초고온으로 살상반경 내 살아있는 모든 것을 증발시켜버릴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폭발할 때 주변의 공기를 모두 소비하면서 일시적으로 진공을 형성해 피해를 가중시킨다.

이때문에 이번 폭탄실험은 미국의 MOAB 등 재래식 무기 개발에 맞선 러시아의 경고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크신 합참 차장은 "국가안보와 국제테러 대응을 위한 것일 뿐 어떠한 국제조약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이번 실험에 미국 등 서방국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면서 "신형폭탄은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첨단의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고 전했다.

또한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은 이미 냉전 이후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킬 것을 지시했다"면서 "지난주 2개월 동안 투폴레프 폭격기가 4번 째로 영국에 근접했으며, 미군 군사시설에 접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가 집권한 이후 러시아의 국방비 예산은 4배나 증가했으며, 2000억 달러의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