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전 유한킴벌리 사장) 대선 후보는 12일 "대통령이 된다면 일 년에 100만 개씩 5년 간 5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이날 여의도 자신의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자리 창출 특별법 제정 △학습조, 교대조 확대 △학습형 일자리 확대 △지식복지 투자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 나가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세계 표준, 우리만 안 된다고 해선 안 돼"
문 후보의 '일자리 창출 구상'의 골간은 중소기업에 교대조를 늘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여가시간에는 육체적, 지적 재충전이 가능하도록 평생학습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학습조와 교대조를 넣으면 과로도 예방되고 중소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일만하는 기존의 살인적 과로생산 조직을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조직으로 나누고 인력을 보충하면 사람 중심의 직장 조직과 일자리 나누기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에서 성공을 거둔 '뉴 패러다임 경영'을 그대로 차용한 방식이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이 유한킴벌리의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란 지적도 많다. "생산성 혁신으로 인한 매출 증가"란 선순환 구조는 이상적이지만 당장의 인건비 상승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바로 전 날 민주노동당 심상정 후보가 "긍정적인 사례인 건 분명하지만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문 후보의 '진짜 경제론'을 "선한 CEO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심상정 "문국현 경제론은 '선한 CEO론'" )
이 같은 반론에 문 후보는 "전 세계의 표준이 된 방식을 두고 우리만 안 될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은 15%에 불과하다. 이윤 최대 10%를 제하면 나머지 75%는 기타 자원 비용이다. 이 75%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지식경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꾸 인건비를 낮추려고 한다. 인건비 낮추려고 비정규직 늘리는 것은 육체경제, 가짜 경제다. 지식경제를 발전시켜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이 진짜 경제다."
문 후보는 자신의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자리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각종 개발특별법을 만들었다면 나는 사람을 위한, 민생을 위한, 일자리 특별법을 만들겠다"며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는 평생학습을 통한 복지증진을 위해 정부 조직도, 예산 배정도 획기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총리급을 수장으로 하는 '중소기업부'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특성화된 대책으로는 방위산업체 근무로 병역을 대신하는 병역특례제를 차용한 '프로세스 엔지니어제'를 제안했다. 문 후보는 "이공계, 경상계 대학생들이 프로세스 엔지니어가 돼 방위산업체에 투입되듯이 투입된다면 지역밀착, 현장밀착형 학습형 일자리가 생긴다"며 "일단은 10만 명으로 시작해 50만 명 규모로 늘어날 때 진정한 벤처 산업이 육성되고 벤처가 대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변양균 의혹과 이명박 의혹이 다르지 않다"
문 후보는 자신의 구상을 홍보하는 와중에 '진짜 경제'의 대치선상에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향해 각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후보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이나 도로정비 등으로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분이 시장으로 재직한 2002년부터 3년 간 서울시의 일자리 창출 증가율은 2.2%로 전국평균 3.1%보다도 낮았다"며 "한시적인 건설 노동자를 양산하는 토건 중심 경제 발전은 가짜 경제"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일자리 300만 개를 주장하는데 왜 나보다 200만 개가 적은지, 또 왜 나는 8% 경제성장을 자신하는데 가짜 경제를 갖고도 7% 밖에 약속을 못 하는지 토론하고 싶다"며 이 후보와의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에 대해서도 "자기 가족, 자기 처남에게 수천억 만들어 주기 바쁜 사람이 온 국민을 인질 삼으며 우리 사회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부분과 변 전 실장 사건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연신 이 후보를 공격했다.
대통합 민주신당 후보들과의 정치연합 혹은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10월이 되면 민심의 소재가 나올 것으로 본다. 민심의 요구에 따르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국민이 새로운 미래 세력을 지지하겠다고 하면 자연스레 기존 정당들이 높은 성체를 허물고 우리 쪽으로 합류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차기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모처럼 한반도에 평화공존의 기회가 돌아왔는데 우리가 대선에서 군사대치를 조장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이 모든 기회를 송두리째 갖다 버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고 답했다.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서는 "다음부터는 5년 후에 한다는 얘기는 절대로 꺼내지 말라"고 다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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