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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군 감군 추진? 무늬만 감군!

올 증파병력만 철수…민주당 철군 요구도 '무늬만'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점증하는 반대 여론 속에 마침내 '감군'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감군 규모가 올 2월과 6월 이라크를 안정화하겠다며 증파한 3만명을 원대복귀시키는 수준에 불과해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비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증파 뒤 폭력사태 감소 주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은 10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 대사와 함께 미 하원 외교위원회-군사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이달부터 철수를 시작해 내년 7월까지 3만명 수준의 부분 철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달부터 해병대부터 이라크에서 일부 철수하도록 건의했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그렇게 되면 이라크 주둔 미군은 1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왼쪽)과 크로커 대사(오른쪽)이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는 내년 8월 이후에도 더 많은 병력을 추가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미군 감축은 어렵게 달성한 치안 안정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섣부른 철군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내년 3월까지는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을 13만명 이하로 줄이는 결정을 내리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 증파의 군사적인 목적은 대부분 달성했다"며 이라크 내 폭력 사태가 지난 12주 중 8주 동안 크게 줄어들었고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도 지난해 12월 이후 45%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날도 바그다드서 폭탄 테러…이래도 안정화?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증파 병력을 데려오는 수준의 감군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기없는 전쟁'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퍼트레이어스의 3만명 감군안은 이라크 전쟁으로 비판에 직면한 공화당에 정치적인 바람막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빠른 철군을 원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술일 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3만명 증파로 이라크의 폭력사태가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폭력사태가 그다지 급격히 준 것은 아니라는 통계가 있고 이라크 내각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라크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1773명으로 미군 증파 전인 지난 2월에 비해 오히려 8%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폭력사태가 일부 지역에서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이라크 북부의 한 도시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했으며,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에서도 차량 폭탄이 터져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한 것은 퍼트레이어스가 주장한 '이라크 안정화'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페트레이어스의 의회 증언이 있던 10일에도 바그다드에서 차량폭탄사고가 일어나 미군 병사 7명이 사망했고, 9일에는 북부 키르쿠크에서 로켓 공격이 발생해 일부 병사들이 사망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사망한 미군 병사는 현재 3769명이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이라크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의 응답자가 미군 증파 기간 동안 이라크 치안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반대 진정성 있나?

퍼트레이어스의 이같은 증언에 대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미 민주당 의원들은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민주당 상원 지도자인 해리 리드 의원은 "내년 7월까지라도 부시 대통령의 병력 증강 정책을 계속 따른다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하원 의장을 맡고 있는 낸시 펠로시도 이라크 정부가 미군 증파의 두 가지 목적인 이라크의 정치적 화해와 개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최소한 내년 여름까지 증파 병력을 그냥 두기로 했는데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같은 반발 역시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로이터>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이라크 미군에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하는 표결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2008년 대선에서 백악관에 입성하고 싶어하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대규모 감군이 이뤄질 경우 혹여 이라크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민주당 때문에 이라크를 "잃었다"는 비난이 집중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라크 보고서 백악관 대필 의혹도 제기

그렇다면 증파병력 3만명 외 나머지 13만 병력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 <뉴욕타임스>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13만명 감군에 대한 논의 자체를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미루려고 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이라크 미군사령관, 감군 논의 6개월 연기 건의")

이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백악관의 한 관리는 "퍼트레이어스는 주둔군 수를 13만명 이하로 줄이는 부분에 대해선 성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 청문회를 지켜보던 반전운동가들이 퍼트레이어스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경비대에 끌려나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퍼트레이어스와 크로커 대사는 오는 15일 미 의회에 미군 증파 후의 이라크 상황과 향후 병력 운용 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최근 이날 제출될 보고서는 형식만 이 두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백악관이 작성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라크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려는 백악관의 도박을 단순히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퍼트레이어스는 "이 증언문은 내 자신이 직접 썼다"면서 "누구에게도 사전 검열을 받지 않았고, 국방부나 백악관, 의회의 누구와도 이런 의견을 사전에 나누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다만 자신의 이 같은 견해를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이라크전 반대운동가들도 상당히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미군 즉각 철수(Troops out now)'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거나 참전자 귀환을 의미하는 '핑크색'으로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만들어 입은 채로 청문회를 지켜보며 무언의 시위를 벌었다.

그러다가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발언이 끝나자 "이라크 미군 조기 철군", "퍼트레이어스는 거짓말장이" 등을 외치며 반전시위를 벌이다가 위원장의 명령으로 강제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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