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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능가하는 비극'도 미국인에게는 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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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능가하는 비극'도 미국인에게는 흔한 일"

[9.11 6주년]"이라크, 카트리나, 버지니아 공대…비극은 이어졌다"

9.11 사태 6주년을 맞은 미국인들에게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9.11'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시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망각의 습성'에 따라 미국인들에게도 이제 9.11은 그저 달력의 어느 한 날짜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의 <USA투데이>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 지난 주말 여론조사와 다양한 취재를 통해 10일(현지시간) '9.11은 또다른 달력 날짜가 되고 있는가'(
원문보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9.11 사태를 기념하는 열기나 일반인들의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식어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9.11 사태가 미국 역사상 날짜로 지칭되는 보기 드문 대사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의의가 없다.

또한 9.11 사태에 대해 미국인들의 관심이 엷어져 가는 이유로, 9.11 사태 이후 벌어진 이라크 전쟁 등 9.11을 능가하는 비극적 사태가 잇따라 벌어진 때문이라는 지적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인 테러 공격이 일어난 지 6주년이 되는 이번 주 화요일이 5주년 때처럼 감정을 울컥이게 하고, 언론이나 대중의 주목을 끌어당기지는 못할 것 같다.

일부에서는 9.11에 대한 기억이 점점 사그러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오사마 빈 라덴이 나오는 새로운 비디오테이프가 지난 주말 공개되면서, 알카에다가 여전히 미국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USA투데이>가 지난 주말 갤럽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1%는 9.11이 생애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사건이라고 응답했으며, 29%는 9.11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5년 전 18%보다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요일에 9.11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형식을 갖춰 기념하겠다는 응답자는 6%에 그쳤다. 대부분(71%) 조용히 기도하거나 뉴스를 보는 등 형식을 차리지 않은 방식으로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4분의 1 정도는 아예 어떤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 9.11 사태는 미국에서 여전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이다. ⓒ로이터=뉴시스

미국 역사의 기념일에 대해 책을 쓴 인디애나 대학의 에드워드 리넨탈 교수는 5주년이나 10주년 등 5나 0이 끝에 붙지 않은 해에 어느 정도 주목을 덜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헀다.

미국의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시라큐스대 로버트 톰슨 교수도 "진주만 사태조차 시간이 지나면 우리 경험에서 중심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면서 "그것이 건강한 것이며,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역사의 한 부분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9.11에 미국이 너무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엘로이즈 바너드라는 이름의 한 시민은 "9.11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인들이 있다"면서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앞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족들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흐려지고 있다" 우려

어떤 이들은 9.11에 대한 인식이 시들해지면 망각의 과정이 본격화되면서 사건 자체와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샐리언 개그니라는 한 시민은 "9.11 사태가 터졌을 때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국기를 게양했지만, 이제는 과거지사가 되었다"면서 " 사람들이 9.11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9.11은 다음 번 공격이 있기 전까지 잊혀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희생자들을 잊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은 사건에 대한 인식이 흐려져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하기도 한다.

9.11 때 아내를 읽은 돈 마셜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감정적으로 엷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24세였던 아들을 잃은 루이스 휴즈도 "관심 대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속상해하지 않는다"라면서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어떤 일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9.11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프랭크 조트먼은 "사람들이 과거에만 머물러 살 수는 없다"면서 "치유가 되는 과정이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9.11에 대해 피로를 느낀다거나 잊어버리는 세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9.11은 미국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사건이라는 것이다.

9.11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제작자 데비이드 이제이는 "9.11 피로 현상은 언론이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날은 수백년 동안 추모하고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9.11 사건을 겪어낸 많은 국인들은 당시 테러 공격과 테러리스트들,그리고 희생자들에 대해 망각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두려워한다. 그들은 희생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이라고 느낀다.

리넨탈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9.11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이미 어느 정도 식었으며, 갈수록 더 그렇게 되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 중 하나는 9.11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사업이 지체되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곳에 박물관과 기념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은 당초 10억 달러 정도로 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기금 모금이 부진하고 이 사업을 추진했던 지도자가 사퇴하면서 사업 추진 열기가 식었다. 이제 광장은 2009년 말, 박물관은 2010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뉴욕에서 열리는 기념식은 두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첫 번째는 뉴욕시가 예전과 달리 트레이드 센터 사건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결정했는데, 일부 희생자 유족들이 별도로 기념식을 갖겠다고 반발했다. 결국 유족들이 사건 현장을 잠시 참배하는 것에 뉴욕시가 동의하면서 반대행사가 철회됐다.

두 번째, 201년 당시 뉴욕시장이었으며, 현재 대선주자로 나선 루디 줄리아니가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것을 허용한 뉴욕시의 결정에 대해 일부 유족들이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9.11은 늘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리넨탈 교수는 "9.11은 모든 사람들에게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어 집단기억을 분열시켰다"면서 "진주만 사태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라크 전쟁은 9.11을 넘어서는 비극"

또한 이라크 전쟁, 허리케인 카트리나, 버지니아공대 학살 등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이 미국인들을 9.11에 대한 기억에서 멀어지게 했다.

리넨탈 교수는 "뭔가를 기억하려면 다른 뭔가를 잊어야 한다"면서"만일 이라크에 남편이나 자식이 가있는 사람이라면, 9.11을 기억하는 것은 관심의 최우선 순위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이후 이라크에서 미국인들이 3000명 넘게 죽으면서 미국에는 조의를 표할 새로운 집단이 생겼다. 9.11로 아들을 잃은 필립 머레이는 "이라크 전쟁은 9.11을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군인을 둔 많은 가족들이 우리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9.11을 추모하는 일이 그렇게 쉽게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 충격: 9.11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9.11은 믿기 어려울 장면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다. 여객기 한 대가 납치된 것이 아니라 4대가 납치됐으며, 그냥 납치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빌딩에 충돌시켰다는 점, 보통 건물도 아니고 미국 최고층 빌딩 두 개와 군사 본부에 여객기를 충돌시켜, 초고층 빌딩들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붕괴됐다는 것 등이다.

- 이미지: 9.11을 직접 겪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9.11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충격적인 장면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여객기가 고층빌딩과 충돌하고, 공무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구조 활동을 벌였고, 행인들은 거대한 검은 연기 속을 헤치고 빠져나오는 장면들도 있었다.

- 유산: 9.11의 중요성은 지난 6년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리넨탈 교수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9.11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들이 형성돼 있다"면서 "공항에서 신발을 벗을 때마다, 이라크 현장 소식을 들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 날짜: 진주만 사태나 케네디 암살 사건 등은 날짜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1년 테러 공격은 숫자로 구성된 날짜로 알려져 있다. 톰슨 시라큐스 대학 교수는 "9.11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기억이 잘 되는 날짜로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외에는 경쟁상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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