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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자 두 가족의 '극과 극'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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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자 두 가족의 '극과 극'의 반응

"심장이 찢어질 거 같다" vs "신나고 재밌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자 23명 중 21명이 극적으로 생환한 뒤, 자식이 살해된 가족과 자식이 살아돌아온 가족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여 보는 이들의 심정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인솔자였던 고 배형규 목사를 빼면 피랍자 중 유일하게 미혼의 자식이 살해된 고 심성민 씨의 아버지 심진표 씨는 4일 자택이 있는 경남 고성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뒤늦게 아들이 남긴 유서의 존재를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 씨는 "아들의 유서내용을 꼭 확인하고 싶다"면서 "이제서야 유서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샘물교회 측이 밉지만 8일 있을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 때 서울로 올라가 유서를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심 씨는 '성민이가 피살되기 전인 7월 말쯤 내가 분당에서 피랍자 가족들과 있을 때 '유서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교회측에서 모른다고 얼버무렸다"면서 "유서를 받으면 성민이 자필이 맞는지, 대필이 아닌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서까지 받아놓고 아들을 사지에 보냈고, 있는 유서까지 안 보여준 샘물교회가 원망스럽다"면서 "조금 전 샘물교회 장로라는 사람에게서 '성민이 유서가 있는데 고 배형규 목사 부인에게 보냈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는데, 나한테 직접 유서를 주면 되는데 왜 배형규 목사 가족을 통해 전달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 피랍사태로 인해 아들을 잃은 심진표 씨와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 씨는 "가장 먼저 석방된 김경자, 김지나씨로부터 며칠 전 '부모님을 만나뵙고 성민이의 일기책과 필기구, 소지품을 전해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고통을 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데 또다시 유품과 유서를 받으려니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고 비통해 했다.

"하나님이 열심히 보호하고 계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 피랍자의 어머니는 피랍된 딸이 석방되기 전부터 이번 피랍사태에 대해 모정을 초월한 듯한 신앙심을 보여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이주연 씨 어머니 조명호 씨가 국내 한 선교협회에서 간증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달 31일 협회 홈페이지에 올려지면서 다른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는데, 이를 본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14분 길이의 이 동영상에서 조명호 씨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일을 진행시키고 결과를 내실 것인지에 기대가 크고 참 신나고 재미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이주연씨가 석방되기 전인 지난달 18일 조 씨가 4년 넘게 다녔던 경기도의 한 선교협회에서 초청을 받아 간증을 할 때 촬영됐다. "자녀가 납치됐다면 무너진 표정을 짓는 분들이 정상인데, 내가 봐도 이 분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한 목사의 소개를 받아 등단한 조 씨는 "목사님 말대로 제가 정말 비정상인 것 같다"면서 간증을 시작했다.

조 씨는 다른 가족들은 피랍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할 때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이 열심히 그들을 보호하고 계시다"며 안심시키고, 미국 때문에 피랍사태가 일어났다며 반미시위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막았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내 딸보다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 씨가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된 딸을 그리며 쓴 4장의 자필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씨는 7월20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썼다는 편지에서 "네게는 참 미안한데, 엄마 아빠는 쿨쿨 잘 잤고 법도 잘 먹었어", "엄마 아빠는 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 일로 인해 별별 소리를 다하며 떠들고 난리를 부리지만 우리는 주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면서 찬양을 하고 있으니 이 비밀을 아는 자가 이 땅에 얼마나 될까"라고 적었다.

또 편지에는 걱정하는 한 피랍자 가족에게 " '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귀하고 자랑스러운데요. 가문의 영광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선택을 한 거예요'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특히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 씨가 숨진 것에 대해 조씨는"형제가 흘린 피로 아프간 땅에 생명 싹이 돋는 밀알로써 많은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는 벅찬 감격으로 다가왔단다"라고 적었다.

"구출비용 내라" …네티즌 서명 5만 명 육박

하지만 조 씨는 동영상과 편지를 본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간증은 기독교인을 위해 한 것이었고, 편지도 딸을 생각하며 쓴 사적인 것"이라면서 "석방된 사람들이 치료가 필요한데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며 협회 홈페이지에 동영상과 편지를 공개한 시점에 대해서는 뒤늦게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 씨는 자신의 간증 내용에 대해서는 양심 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피랍자 중 살해된 사람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저런 소리는 하면 안 된다", "그렇게 재미 있으면 직접 다녀오라" 등 신랄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먼저 죽은 사람은 그 분이 너무 사랑해서 일찍 간 거고, 살아 돌아오면 주님의 은총을 받은 것인가"라면서 "자기 딸이 납치 당했어도 걱정도 안 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피랍자 어머니를 보니까 기독교인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며 어이없어 했다.

"간증은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끼리만 하는 이야기"라며 지나친 반응을 경계하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한 네티즌은 "정말 전체 상황을 모르고 나라와 사회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경솔한 간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안타깝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네티즌들은 이번 피랍사태가 국민들 모두가 인질이 된 듯한 고통을 안겨주고, 정부가 막대한 부담을 안고 어렵게 피랍사태를 해결했는데,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조씨의 발언에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적으로 정부의 구상권 청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도, 네티즌들은 외신들에 의해 보도된 거액의 몸값 지불설을 전하면서 "정부는 모든 비용을 피랍자 측에 청구해야 한다"며 시작한 서명 운동도 조명호 씨의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디어 다음에 '네티즌 청원' 코너에서 진행되고 있는 '피랍자들 구출비용 부담하라'는 청원에는 지난 2일 3만명을 넘어선 뒤 4일 오후 2시 현재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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