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레 바첼렛 칠레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인도, 중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칠레가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서 유독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데 대해 한국의 전자제품 관련 기업들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FTA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은 칠레로부터 구리를 비롯한 광물과 연어, 송어 등 수산물, 포도주 등에 붙은 관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일본 농민들이 극력 반대한 쌀 등 농산물은 이번 협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칠레는 일본으로부터 자동차와 가전제품, 각종 기계류, 쌀로 빚은 일본 정종 등을 관세 없이 수입하게 된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형식에 그친 협정이다.
현지 경제전문가들도 일본과 칠레의 교역량은 FTA를 했다고 해도 이전에 비해 눈에 뛰게 달라질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칠레는 다른 남미국가들에 비해 아시아산, 특히 일본산 제품에 수입관세 7% 수준을 매겼고, 일본 역시 칠레산 상품에 대한 관세가 아주 미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번 칠레와의 FTA를 통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남미시장 전체를 겨냥한 '디지털 TV 시장 정복'이다.
오랜 경제불황을 거친 남미 국가들이 곡물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바람을 타고 10%대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일본이 다시금 남미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한때 일본은 남미에서 군사정권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외국자본을 통한 거품경제영향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을 휩쓸었다. 그런데 남미가 불황에 접어들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한국과 유럽산 제품에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미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과 올림픽과 월드컵 시즌 때마다 TV 수상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염두에 둔 일본은 칠레를 교두보로 남미로의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칠레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일본식 디지털방송 시스템이다. 칠레를 시작으로 남미 전체 국가들의 디지털 방송을 주도하고 TV 수상기 등 가전제품 시장의 옛 영화를 되찾을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번에 바첼렛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면서 방송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했으며 디지털 TV 방송을 위해 장비 및 기술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와의 FTA를 칠레부터 '일본식 디지털 TV 방송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교두보 삼아 남미의 디지털 방송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 정부로부터 융숭한 대접과 분에 넘치는 지원 약속을 받은 바첼렛 대통령은 "일본식 디지털방송 시스템구축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브라질 등 국가들도 이제 디지털 방송을 대세로 여기고 있어 해당분야 한국기업들도 일본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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