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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속앓이' 부시의 마지막 구원자,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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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속앓이' 부시의 마지막 구원자, 김정일

한반도브리핑 <65> 부시의 의지 '공개 표명'에 기대

북한 핵문제가 해결 쪽으로 가장 접근했던 때는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평양을 답방했던 2000년 10월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중요한 쟁점이었던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된 협상은 거의 타결되었고, 클린턴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북미 관계정상화로 나아가는 길도 열렸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끝내 물거품이 됐고 2001년 2월 조지 부시 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미 양국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졌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2.13합의를 계기로 대결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시 클린턴 임기말과 유사한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부시의 발언이 중요했던 까닭

부시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사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내 임기 내에 끝낼 수 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지난 1~2일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연내 북핵 불능화와 이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실시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것은 부시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는 2.13합의와 그 이후 협의의 연장선 위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지난주 발언을 계기로 북미협상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부시 대통령은 중동 문제로 '얹힌' 속을 북한에서 풀 수밖에 없다. ⓒ로이터=뉴시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협상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가 공식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6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북미협상이 미 행정부 내 강온파 갈등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직에서 물러난 대북 강경파 존 볼턴은 언론 등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라인에 의해 주도되는 대북협상을 강력히 비판해왔는데(<월스트리트저널> 7월 3일자와 8월 31일자), 딕 체니 부통령 등 행정부 내 매파들이 거기에 동조할 경우 북미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협상을 공개적으로 긍정 평가하고 협상의 최종목표를 제시한 이상 행정부 내의 인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클린턴 임기말과 마찬가지로 북미 양국 모두는 최고결정권자의 직접적인 관심 아래 문제의 최종 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희망의 근거 : 충분한 시간과 정책연속 가능성

또한 다음 두 가지 점은 현재의 협상국면이 클린턴 시절보다 긍정적인 이유이다.

첫째, 협상이 타결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충분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전 장관 모두는 회고록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이 왜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했는지 분명히 해명했다. 그것은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기 충분한데, 바로 협상 자체의 문제보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회고록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올브라이트는 내가 가면 미사일 협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협상을 진척시키고 싶었지만, 중동평화협상의 성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에 가 있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2001년 1월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부시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고 있는 이상 시간 부족은 그리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시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가 완전 해결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와는 달리 중동에서 특별한 돌파구가 생기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 문제는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前) 미 국무장관이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둘째, 정책의 연속성에서도 2001년과 같은 급격한 단절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클린턴은 당시 대통령 당선자 부시와의 만남에서 대북협상이 기존 성과의 기초 위에서 진전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으나 부시가 답을 회피했다고 회고했다.

물론 미국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CNN>과 '유튜브'가 공동 주관한 토론회에서 힐러리는 '이란, 시리아, 쿠바, 북한 등의 지도자와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남은 갖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만날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 경쟁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힐러리의 그런 발언은 협상 자체에 반대하다기 보다 즉답 대신 신중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오바마의 단선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전술의 일환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현재 올브라이트가 힐러리의 대외정책을 자문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요컨대, 만약 부시 행정부서 북한과의 협상이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인다면 차기 대통령이 공화당에서 나오든 민주당에서 나오든 그걸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한국, '최종 단계'에 초점 맞춰야

물론 상황이 과거보다 유리해졌다고 해서 북미협상이 순탄하게만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많은 사람들은 주로 북한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해제하는 것과 관련해 의회의 협력을 이끄는 과정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하지만 이번 제네바 실무회의에 관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설명에서 나타나듯 북미 양국은 이 문제들로 인해 협상이 좌초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아 긍정적이다.

사실 더 어려운 문제는 핵시설 불능화 단계 이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것이다. 불능화까지는 서로 취할 행동의 패키지가 테이블 위에 올라 있지만, 그 후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미 제조한 핵무기나 추출된 플루토늄의 포기)과 교환되어야 할 항목들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북미의 견해가 일치하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면 경수로 제공 문제, 주한미군 문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의 규모와 방식 등은 모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따라서 남한은 이미 나름대로의 동력으로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북미관계의 진전에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에서 역할을 찾는 것보다, 북한의 핵포기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실현하는 최종단계에서 그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들과 관련해 북미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창조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에서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10월에 열릴 남북정상회담도 북핵 문제 자체에 매달리기보다 북한이 핵포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불안 요인을 해소시키고 미국과 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6.15공동선언의 기초 위에서 통일방안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의, 통일 초기단계의 협력모델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가연합과 같은 모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당장 평화와 통일을 병행 추진한다는 흐름을 강화할 수 있어 북핵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한반도의 중심적 역할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러한 논의의 진전은 흡수통일론이나 적화통일론과 같은 남북협력의 진전을 교란시키는 요인들을 약화시키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남북 협력사업의 제도적 기초를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북한이 핵문제 해결 이후 대내외적 변화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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