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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이라크 치안을 책임진다고?"

영국군 '패주'로 '치안' 되찾은 이라크 바스라 주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치안) 진전이 계속되면 더 적은 미군 병력으로 지금 수준의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오늘 15일 제출 예정인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증강 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앞두고 들끓고 있는 철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제스처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그같은 발언은 이라크 조기철군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영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라크전쟁 최고의 동맹국으로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주둔해 온 영국군이 부시 방문 하루 전인 2일 바스라궁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550명을 바스라 공항 내 영국군 기지로 철수시킨 데 대한 견제의 의미라는 것이다. 영국은 이 병력을 연말까지 본국으로 철군시킬 예정이며 이런 움직임은 '조기철군'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불만을 명시적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바그다드 공습 계획의 기획자인 잭 킨 육군대장은 "이라크 상황보다 영국 내 상황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줬다. 또한 '영국이 불명예스럽게 도망가고 있다'는 미국 내 비판도 달아오르고 있다.

반면 영국은 이라크군이 바스라를 맡아도 될 만큼 치안사정이 안정됐기 때문에 영국군이 빠져도 된다는 주장이다. 현장 사령관인 패트린 샌더스 중령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스라를) 실질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분명하다. 민병대를 후퇴시키고 지역민들과의 튼튼한 유대관계를 구축해 놓은 우리의 활동은 이라크군이 민병대와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국군 당국의 말은 과대선전에 불과하다는 게 영국 언론들의 평가다. <인디펜던트>는 영국이 바스라에 주둔한 후 영국 병사 168명이 사망하고 1628일간 전투가 끊이지 않았으며 이라크 민간인 65만5000명이 사망했다는 등의 수치를 열거하며 "도대체 이룬 게 뭐냐"고 물었다.

영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가디언>의 인터뷰에서 바스라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의 90%가 영국군을 공격한 것이었다며 "(영국군이 바스라를 떠나면) 폭력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바스라 불안의 이유는 영국군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나아가 "(시아파) 민병대는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며 민병대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은 것도 영국군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말해 '민병대가 민심을 잃었다'는 영국군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처럼 영국의 언론들은 영국군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 협조하지 않고 철군하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라는 미국적 의미의 비난이 아니라 '그러길래 왜 그 불구덩이에 들어갔냐'하는 비난이다.

이렇게 영국군의 바스라 철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인디펜던트>의 전쟁전문기자인 패트릭 콕번이 영국의 이라크 참전 결과를 심층 분석하는 글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 관한 독보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콕번은 미국의 웹사이트 <카운터펀치>에 뱔표된 이 글을 통해 영국군의 바스라 점령은 왜 문제였고 어떤 갈등을 낳았는지 해부하고 있다. 다음은 콕번이 쓴 글의 전문이다.
▲ 바스라궁에서 철수하고 있는 영국군 행렬 ⓒ로이터=뉴시스

바스라에서 도망친 영국

영국군이 내달 초 바스라에서 완전히 빠지기에 앞서 바스라궁 내 영국군 병력이 철수한 것은 그간 영국군이 벌여온 가장 쓸모없는 일 중 하나가 종결되기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군은 표면적으로 바스라의 통제권을 이라크 보안대에 넘길 예정이다. 그러나 실은 영국군이 통제하고 있던 바스라 지역은 거의 없으며 이라크 보안대는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바스라 주둔 이후 4년간의 노력은 168명의 영국 병사가 사망한 것으로 끝나면서 영국은 전적으로 실패했다. 국제위기관리기구(ICG)의 한 보고서는 "바스라 주민들과 민병대원들은 이것(영국군 철수)을 질서정연한 철수가 아니라 불명예스러운 패배로 여기고 있다"며 "현재 바스라는 민병대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그들은 전보다 더 강력하고 제약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가 비교적 성공한 작전으로 자랑하고 있는 '신밧드 작전'이 끝난 올 4월 이후 영국군은 매우 협소한 지역에 주둔하게 됐다. 그 후 지난 4개월 동안 영국군에 대한 공격은 더 늘어났고 민병대의 위력을 잠재우겠다는 목적의 신밧드 작전은 실패한 것으로 여겨졌다.

미국은 시아파가 알카에다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알카에다가 요원 충원에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라크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에서 진전이 있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군 철수는 그같은 미국의 주장을 근거없는 것으로 만들어 미국에 충격을 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바그다드 남부에 있는 9개의 시아파 주를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육군이 이라크 남부에서 법과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영국군이 북아일랜드에서 구축했던 저항공격 방어 체제가 이라크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다.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은 개신교를 믿는 다수의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바스라와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남부 이라크 3개 주에서 영국군은 믿을 만한 지역 연대 세력을 갖지 못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을 지낸 마이크 잭슨 장군과 전쟁 후 점령 계획을 짰던 영국군 고위 관리인 팀 로스 소령은 미국이 이라크 주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빗겨난 것이다.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사담 후세인의 제거를 환영했지만 전후 점령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했다. 미국과 영국이 2003년 4월 후세인 몰락 즉시 이라크에서 발을 뺐다면 게릴라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밀렵꾼에게 사냥터를 맡긴 영국의 어리석음

2003년 6월 24일 바스라에 진주한 직후 영국군은 바스라와 알아마라 사이에 있던 헌병대 본부에서 6명의 헌병이 목 졸려 숨지는 일을 당하면서 자신들의 통제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필자는 사고 다음 날 그곳을 방문했었는데, 여전히 밖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영국군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부족의 지도자는 "우리는 (영국군의) 점령에 반대하다는 결정을 할 우리의 종교지도자들을 기다릴 뿐이고 그런 지도자가 나온다면 우리는 (영국군과) 싸울 것이다"라며 "우리의 무기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들과 싸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영국의 편을 든 것은 그런 '불량한' 경찰들이었고 그들이 제거되고 난 후에는 이라크 보안대가 영국군의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 정당들과 그들의 마피아식 민병대들이 언제나 바스라의 각급 기관들을 장악했다. 바스라 지역을 취재하고 있던 한 미국 기자는 이런 문제를 용감하게 지적했으나 그는 그 '불량 경찰'에 의해 즉시 살해당했다. 한 민병대 지도자는 "2006년 일어난 살해 사건의 80%는 경찰 제복을 입고 경찰 총을 들고 경찰차를 탄 이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바스라 주둔 초기 영국군은 광범위한 통제 조치를 취했고 민병대들에게 경찰 제복을 입혀 통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밀렵꾼들에게 사냥터를 맡긴다는 그런 아이디어는 경찰을 부패시키기만 했을 뿐이었다.

바스라에서의 폭력 사태는 점령군을 향한 것이거나 종파 분쟁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소수의 수니파 주민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쫒겨났다) 에너지 자원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바스라에서는 세 집단에 의해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석유 자원 보호 병력(Oil Protection Force)을 장악하고 있는 시아파 파딜라당, 정보기관과 경찰 특공대를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이슬람 최고회의, 지역 경찰과 항만 당국 및 시설보호병력(Facilities Protection Force)의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는 메흐디군이 그들이다. 한 트럭 운전사는 한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수 킬로미터 안에 있는 이들 세 민병대의 초소에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스라에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고 주민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영국군의 실패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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