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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벌의 공익법인 출연, 그 속셈은?

경제개혁연대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전락"

삼성그룹 등 국내 재벌들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재벌이 출연한 공익법인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30일 <재벌소속 공익법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재벌의 공익법인 출연이 사회공헌활동인가 그룹지배의 수단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8일 정부의 입법예고와 관련이 있다. 정부는"수익 처분에 관해 투명성을 갖춘 공익법인의 경우 동일 기업 주식 출연/취득 제한을 현행 5%에서 20%로 완화하고, 계열기업 주식보유 한도를 공익법인 총재산가액의 30%에서 50%로 완화"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보유 한도 완화는 재벌개혁 성과 후퇴 조치"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고 또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도 미흡한 현 상황에서,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늘리는 것은 상속증여세 부담 없이 핵심 계열사의 안정주주를 확보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10년간의 재벌개혁 성과를 후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와 분석을 실시했다.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 현황과 공익법인이 본연의 공익목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으로서 계열사 주식이 활용되고 있는지 여부, 그리고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특히 재단이사회의 독립성 여부 등이 그 대상이다.
▲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이 한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위해 2006년 4월 14일 공정위가 지정한 2006년도 5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존재하고 재단 법인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자료 확인이 가능한 25개 기업집단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분석 결과, 1개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수는 총 36개이며, 이중 재단법인은 24개(66.7%), 학교법인 8개(22.2%), 사회복지법인은 3개(8.3%), 사단법인 1개(2.8%)로 나타났다.

36개 공익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계열사 수는 81개이며,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53개사(65.4%)이나, 주식 매각 가능성 및 배당 압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비상장 회사도 28개사(34.6%)에 이른다.

공익법인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재벌은 삼성그룹으로서 4개 공익법인이 9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보유한 보통주 지분율이 1% 미만인 회사가 32개사(39.5%), 1% 이상 2% 미만인 회사가 7개사(8.6%)로, 전체 81개사의 약 절반에 이르는 39개사에서 공익법인의 지분율이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재벌 총수일가의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상속증여세법상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보통주 출연 한도가 5%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 그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의 보통주 지분 보유 한도 5%를 모두 소진한 경우도 총 21개사(25.9%)가 있고, 이 중 상속증여세 감면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익법인이 5%를 초과하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도 모두 12개사로 전체의 14.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21개 중 상장회사는 10개사이며, 이는 공익법인이 경영권 방어에 있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우호주주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재벌소속 공익법인들은 상속증여세 감면혜택을 포기할 만큼의 유인이 없을 경우 대부분 5% 미만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상속증여세법 제16조와 제48조의 5% 규제가 실질적 구속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상속증여세법상 세금감면 기준을 20%로 완화했을 때 세금 부담 없이 공익법인을 우호주주로 이용하려는 재벌 총수일가들의 유인이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5% 규제에도 불구하고, 41개 총수 있는 기업집단 중 25개 기업집단에서 공익법인이 적어도 1개 이상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공익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81개 계열사 중 21개사에서 5% 한도를 소진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법적 제한이 완화될 경우 공익법인을 이용한 재벌 총수일가들의 지배권 강화가 더욱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본연의 사업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보다 수익성이 높은 자산으로 전환하거나, 출연받은 주식을 매각하거나 배당을 받아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이 더욱 짙다"고 지적한다.

"재벌 공익법인, 인적구성도 총수일가의 영향력권"

실제로도 조사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2005년 말 기준으로 80개사( 81개사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1개사 제외) 주식의 공정가액 대비 연간 배당금액의 비율은 평균 1.30%에 불과하다. 특히 비상장사는 전체 27개사 중 77.8%인 21개사가 아예 배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비상장주식은 공익법인의 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으로서는 사실상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상장회사 역시 주가에 비한 배당금 비율은 대부분 1~3% 선이며, 상장회사의 경우 배당비율보다 더 큰 문제는 공익법인이 이를 매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의 측면에서는 상장 주식도 비상장사 주식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결론적으로 계열사 주식은 공익재단의 설립 사업목적을 수행을 위한 재원으로서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이는 재벌그룹내의 다른 계열사의 지분보유처럼 자본 이득을 얻기 위한 지분보유가 아니라 재벌총수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의 인적구성도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 33개 공익법인(전체 36개 중 조사가능 법인)의 이사장(대표이사) 33명의 구성을 보면 총수일가가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19명으로 57.6%에 달하며, 전현직 계열사 임원을 포함하여 총수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장은 총 28명으로 84.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익법인 이사 전체 261명의 구성을 보면, 총수일가는 41명으로 15.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직 계열사 임원이 13.4%인 35명으로 이들을 포함하여 모두 118명, 즉 전체 이사의 45.2%가 총수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총수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의 비중이 50%를 넘는 공익법인이 15개로, 전체 33개 공익법인의 45.5%에 이른다.

"공익법인 수익처분 투명성 강화는 안정주주 역할과 별개의 문제"

정부는 공익법인의 수익 처분에 대해 투명성을 제고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고 공익법인이 재벌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안정주주로서의 역할은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이지, 보유주식으로부터 나오는 수익 처분과 관련한 협의의 투명성 제고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정부는 관련 상증세법 개정안 제출을 유보하고, 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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