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모두 회담 준비에 여유를 갖게 됐지만 일부에서는 회담 연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 연기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득실 계산에 바쁜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평양을 직접 방문하며 이번 회담을 준비한 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을 초대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상회담 개최시기 및 의제에 대한 입장,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입니다. 이화영 의원은 1963년 강원도 동해 출생으로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원과 참여연대 편집기획위원으로 일했고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간사를 역임했습니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러 의원외교협의회 간사장과 한일 의원연맹 간사, 그리고 <한민족평화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대로 하면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셔야 되는 날인데 10월 2일... 한 달 이상 연기됐어요. 북한에서는 수해피해가 심각하다는 것 때문에 부득이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국내.. 주로 보수정당이나 언론에서는 좀 이상하다. 예를 들면 아리랑 공연은 왜 하냐, 이런 식의 얘기가 나오는데 이 의원이 아시기에 실제로 북한의 수해피해가 얼마나 심각합니까?
이화영 : 3일간 550mm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우리 서울 같은 경우 수년 전 한 300mm 정도 왔을 대 큰 비피해를 입었거든요. 그런데 평양에 이번에 550mm... 한 해 올 비의 양의 절반이 와서 상당히 심각한 비피해를 입고 있고, 저희들이 평양에 가보면 대동강이나 보통강 같은 경우 우리처럼 제방을 높이 쌓아놓은 자연하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번에 개성에서 평양까지 육로 방문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개성에서 평양까지 도로가 많이 유실돼 있어서 도저히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이해가 되어지고. 아무튼 비피해가 매우 커서 마음이 안타깝고. 이게 빨리 이뤄졌으면, 오늘 이뤄졌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오늘 아침에도 보니까 유엔에서도 북한을 돕자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던데, 얼마나 피해가 심각하냐, 진짜냐를 의심하기보다는 일단 돕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1차 정상회담 때도 하루인가 이틀인가를 늦췄어요. 이번에도 또 늦춰서 북한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냐, 이렇게 보시는, 약간 마뜩찮다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요.
이화영 : 일단 비 문제가 제일 크고. 아무래도 의제 조율할 시간이 촉박했던 감도 있었습니다. 2주 정도 밖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충실하게 의제조율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정상회담이 늦어짐으로 인해서 이후 우리 정부가, 또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했던 여러 가지 외교일정에 좀 차질을 빚게 된 건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선 정상회담이 어떻게 성사됐나, 거기서 또 이화영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셨나 그걸 좀 알아보죠. 많은 분들이 사실 7월 말까지만 해도 정상회담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8월 8일에 정상회담이 발표됐고 그 과정에서 이화영 의원이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하신 걸로 알려져 있어요. 우선 제가 질문하고 싶은 건, 정상회담을 위해서 평양을 여러 번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 몇 번이나 다녀오셨습니까?
이화영 : 한 5번 정도 갔었고요. 평양은 그렇고 주로 중국에서 북한측 관계자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평양을 처음 가신 건 언제고 어떤 연유로 가시게 된 겁니까?
이화영 : 제가 2006년 2월에 한국의 청년 정당인들이... 당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은 그때도 거부했었고. 세 개 정당의 청년 당직자들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100여 명 규모로, 제가 단장을 맡았었습니다. 그때 평양을 처음 방문해서 북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됐고요. 그걸 계기로 해서 북한 쪽 사람들과 이런저런 남북협력 문제를 논의하다가 작년 10월 9일 북한에서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날 제가 심양에서 북한 쪽의 관계자를 만나고 있었는데,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핵실험을 한 것은 공격용이 아니고 대화를 원하는 것, 타협용 핵실험이다.
박인규 : 말하자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다.
이화영 : 그렇죠. 그걸 저를 만나서 얘기하면서 좀 전달됐으면 좋겠다, 해서 그 얘기는 중요한 얘기기 때문에 바로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그것이 계기가 돼서 10월 20일경에 일부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안희정씨를 또 북쪽에서 좀 보자는 전갈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께서 저와 같이 만나는 게 좋겠다. 저하고 안희정씨하고 북측 관계자를 만나게 됐고,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고. 그때 안희정씨는, 우리는 사실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얘기하러 갔는데 북측의 처음 태도는 좀 당혹스럽게 나오더라구요. 뭐하러 보자고 했습니까? 이런 식으로. 나중에 저희가 보니까 이게 북한의 대화기법 중 하나인데...
박인규 : 약간 겁을 준 건가요?
이화영 : 겁을 많이 주고. 굉장히 생경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안희정씨 같은 경우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별로 원하지 않는다 해서 바로 빠지고. 저는 어차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이기도 하고 그런 일을 계속 해야 될 책임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조금 굴욕스럽단 느낌은 들었지만 참아보자.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 핵문제가 걸려 있으니까. 약간 그래서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를 했고, 그게 계기가 돼서 평양에서 저를 초청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12월 18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로는 아마 남쪽의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는 제가 처음으로 평양에 가게 된 것 같습니다. 가서 대화를 하게 됐고 대통령께서 갈 때 말씀을 주셨습니다. 가서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겠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을 11월에 만나 보니, 부시 대통령이 생각이 많이 바뀌었더라.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미국도 바뀌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국교도 맺고, 우리가 북한을 대대적으로 도울 계획이 있다더라, 이런 걸 북한에 좀 전했으면 좋겠다. 그런 걸 북한에 전했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는, 필요하다면 그런 문제를 남북 간에 정상이 만나서 한 번 합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박인규 : 그런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서...
이화영 : 그렇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아주 가슴을 터놓고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 민족 앞에 놓여 있는 문제를 대화를 해보자. 이런 의사를 그때 말씀을 주시긴 주셨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두 달 후, 12월에 평양에 가셔서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 비슷하게 대통령의 뜻을 전하신 거군요. 그 뒤로도 다섯 번을 가셨다는데... 제가 알기로는 3월에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가시고...
이화영 : 이해찬 총리를 모시고 가서, 이해찬 총리가 그 뒤에 저는 아무래도 국정운영경험 같은 게 부족하기 때문에, 이해찬 총리가 가셔서 상당히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 또 경륜, 더 많은 정보량을 바탕으로 북측과 상당히 밀도 있는 대화를 했습니다. 그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 이것만 갖고 한 건 아니고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걸 기조로 해서 어떻게 우리가 이 난국을 풀어갈 것인가. 특히 2.13 합의한 이후 북한에서 6자 회담에 참여하고, BDA 문제가 그때 굉장히 얽혀 있었을 때였습니다. BDA 문제도 북쪽에서는 미국의 의도를 잔뜩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말만 해놓고 북한의 방식으로 보면 이건 부시대통령이 결심하면 해결되는 거 아니냐, 자기네 방식으로는. 최고지도자가... 그런데 우리는 막상 하려고 보니까, 서방국가는 절차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대단히 풀기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이걸 이해찬 총리께서 가셔서 상당히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이중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고, 실제 그렇게 어렵다.
국제금융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기가. 그리고 이해찬 전 총리께서 어려 차례 확인해 보니까 미국은 진정으로 BDA 문제를 풀려고 하더라. 그런 문제들이, 이 총리께서 뭐 북쪽의 최승철 통전부부장... 이번 협상대표단... 그 분을 만났을 때는 아주 통언도 하시면서 최선을 다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변화, 또 우리가 이 시기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 민족이, 북한도 남한도 그렇고 정말 더 어려워진다. 미국이 만약 내년에 대통령 선거에서 또 기조가 바뀐다고 생각해 봐라. 또 우리가 지난 2000년 이후 7년을 방황했듯이 긴 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제발 이 시기에 풀자. 역점을 두고 말씀하셨죠.
박인규 : 마지막 다섯 번째 방북이 5월달.
이화영 : 네. 그때는 주로
박인규 : 그때는 예를 들면 BDA 문제가 풀리기 전이었나요?
이화영 : 풀리기 전이었고, 그때도 우리가 BDA문제에 대해서, 그때는 갔더니 북한에서 이미 BDA문제를 미국이 진정으로 풀려고 한다. 우리 쪽에서는 그걸 의심하고 있었어요. 우리 쪽의 일반적인 보수적인 분들은.. 미국이 강경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는데 의외로 북한에서는 미국의 진정성을 우린 이해하고 있다. BDA 잘 풀릴 것 같다. 그 다음 단계를 얘기해 보자. 그래서 경제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방북하시는 동안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그런 느낌을 가지셨습니까?
이화영 : 제가 3월에 이해찬 총리 모시고 갔을 때 그런 생각은 강하게 들었고요. 그때 김영남 상임위원장. 지금 북한의 공식적인 국가책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그 분이 두 가지를 강조해서 얘기했습니다. 하나는 우리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 그리고 올해 목표가 강성대국 건설에 있는데 우리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어려워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그쪽에서 좋아하는 표현대로, 우리 민족끼리 1차 한 단계로 풀고 6자회담이라는 국제구조의 틀에서 풀자. 두 개의 트랙을 진행해 나가자는 걸 매우 강조해서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북한 사회의 합리주의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는 저것이 판단이 된 것 같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박인규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말씀에 따르면 작년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나서 우리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을 좀 적극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방침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지만 그동안 북한은 거의 묵묵부답이었고. 굉장히 늦게, 노무현 정부 말년에 와서 받았단 말이죠. 이화영 의원이 오랫동안 북한측 인사를 만나고 대화를 해오셨기 때문에 지금 와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이화영 : 특별한 정치적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흐름 속에서 그랬습니다. 다시 한 번 간단히 말씀드리면 원래, 6자회담이 2.13 합의를 하고 두 달, 60일 간 6자회담 실무그룹, 6개 워킹그룹 논의를 하고 4월 13일에 성과를 모아서 다시 6자회담 장관급회담을 하기로 했는데 이 중간과정에서 BDA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게 두 달간을 끌어버린, 4월 13일에 안 되고 사실상 6월 중순경 BDA 문제가 해결되면서 저희 예측에는 4월에 6자회담이 되면 6월경에 외무장관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잘 안 되면서 두 달 연기되면서 8월에 된 것이고, 8월에 큰 비가 와서 10월 초로 간 것이지 정치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건 절대 아니다. 자연스런, 원래 순서로 있었지만 우연적 요소에 의한 BDA 문제와, 두 달 연기돼서
박인규 : 국내 정치를 고려한 건 아니다.
이화영 : 전혀 아니죠. 그것보다는 훨씬 국제적 흐름이 긴박하죠.
박인규 : 정상회담 발표가 나온 직후 이화영 의원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시면서 그동안 북한을 만나 봤더니 많이 변한 것 같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화영 : 일단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들. 저희가 만난 최고지도자들이죠. 예를 들면 김영남 상임위원장, 최승철 통전부부장, 최성익 적십자단장, 민화협의 부회장단들, 이런 북측 고위인사들의 태도와 발언이죠. 한결 같이 대화와 협력. 특히 이제는 한국이 북한을 좀 더 진실하게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참 많이 합니다. 형제애를 바탕으로 같이 잘 살아 보자. 두 번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너무 원합니다. 미국하고 우리가 관계를 개선해서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아서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박인규 :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건데, 더 알고 싶은 건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달라든가 그런 식의..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습니다만.
이화영 : 그런 것도 많이 느껴졌고. 아무래도 저희들과 얘기하면 그런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에 전달될 거라고 그 사람들도 생각하는 거구요. 또 현상적인 문제를 얘기하면 북한에서 반미구호가 다 없어졌습니다.
박인규 : 플래카드 같은 것들... 그게 언제부턴지는 대략...
이화영 : 제가 작년 12월에 갔을 때는 있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올해부턴 없어졌어요. 2.13합의 이후부터. 힐과 김계관의 회담 이후부터 갑자기 그렇게 되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북한 사회에도 저희들 같은 40대 중반 그룹들이 있습니다. 대개 저희들 연배인데요, 이 사람들 여러 한 2, 30명 이상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가 다 하는 얘기가 북한이 앞으로 어떤 사회로 나가야 될 것인가, 이를테면 중국식 사회주의체제인가, 러시아식 사회주의체제인가, 아니면 북한의 고유한 사회주의체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진지하게 얘기하면서 자기들 상태가 바뀌어야 된다는 건 공통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박인규 : 직접 수십 차례 만나셨다니까... 그런 분들하고. 북한을 직접 대해 보지 않고 여기서 언론보도만 보신 분들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특히 임기 말년의 정상회담. 또 한 번 연기돼서 대선 두 달 전의 정상회담, 이걸 두고 보수, 특히 야당 쪽에서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정치쇼가 아니냐 굉장히 의심하시거든요. 그걸 어떻게 봐야 될까요?
이화영 : 제가 우선 북한 쪽의 일정과 관련해서 북한측 시각에서 말씀드리면 북한은 올해가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게 올해 강성대국 건설입니다. 이 말은 다시 얘기하면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거든요. 올해가 그걸 이룩하는 해였습니다. 지난 10년간의 고통을 참으면서 버텨 달라고 북한 주민에게 호소한 걸 올해는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올해라는 건 의미가 그만큼 더 절박하다.
박인규 : 가시적인 뭔가를 보여줘야겠다.
이화영 : 지금 북한 입장에서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하면 내년엔 정말 어려워집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정말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고, 핵을 갖고 있는 한 국제사회가 쌀지원 못한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못한다는 는 거 아닙니까. 이런 상황을 유지할 순 없었던 절박함이 있었고 그것이 시기적으로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고, 그것이 6자회담이라는 국제회의의 순서와 맞아들면서 지금의 시기가 선택된 것이지...
박인규 : 북한 입장에선 6자회담이 좀 풀려야...
이화영 : 당연하죠. 그래서 당연히 미국의 입장, 또 미국과 양자간의 대화의 성과의 속도, 이런 것들을 다 조응하면서 남북 간의 관계 개선 이런 것들을 꾀하려고 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경공업 원자재 지원, 또 쌀 문제, 식량문제 해결 이런 것들을 가시화해야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핵문제,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부분, 지하자원 공동개발, 또 상호인도주의적 교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성과적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박인규 : 보수야당 입장에서는 무슨 회의에 의제도 안 만들어 놓고 회의를 하느냐는 의문 제기와 함께, 핵문제에 관해서 뭔가 확실한 해답을 듣고 와라. 그 다음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경제 지원 같은 건 약속하지 말아라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의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화영 : 의제는 한나라당이 잘 몰라서 그러는 건데요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서 의제선정도 했을 것이고, 제가 예상하기에. 저희 같은 정치인들이 가서
박인규 : 공식적인 건 예를 들면 국정원이라든가 이런 곳...
이화영 : 그렇습니다. 통일부나, 이렇게 통해서 세부적인 의제조율을 하고 있을 것이고, 저희 같은 정치인들이 갔을 때도 큰 틀의 의제, 문제에도 많은 교감과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정상회담이라는 것의, 모든 정상회담이 다 의제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얘기하지 않습니까? 추상적으로 해놓고 나중에 발표를 이제 실무자급에서 조정해서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제 선정이 안 됐다 이것은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고. 핵문제 관련해서도 저는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이 핵문제 해결에 상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체제적 특수성을 봤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남북정상회담에 나왔다는 자체가, 국제사회가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박인규 : 그 말씀과 관련해서, 나중에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미 언급이 있으셨으니까. 임동원 전 장관 같은 분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으로 봐서는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한 것 같다는 관측을 하셨는데요
이화영 :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서 '우리가 핵을 포기하겠다'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앞으로 이후에 있을 북미 양자 간 회담, 또 6자회담에서의 핵포기의 프로세스에 맞췄을 때 이 시기쯤에서는 소위 김정일 독트린 같은 게 하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핵폐기와 관련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침에 따라서 실무자들이 일하는 구조를 만들기를 북한은 원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임동원 선생이 말씀하신 것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럴 개연성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차기 정부가 책임지지 못할 경제지원 약속을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고, 일각에서는 20조원이 낭비된다는 말도 있는데, 경제협력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화영 :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라, 이건 상당히 지금 정통성 있는 정부를 부정하는 발언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선 안 되는 거구요. 이 남북정상회담과 그 이후 진행될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사실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상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이 어느 분이 되든지간에 이 노무현 정권 시대에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의 구조화 제도화, 이건 상당히 다음 정권이 남북관계를 풀 때 일하기 좋은 편안한 구조를 만들어 주는 거니까.
박인규 :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화영 : 당연하죠. 그래서 이것은 왜 그러냐면 단순히 남북 간의, 당사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남북한, 이런 국제구조 속에서 한 약속이고 그것을 제도화하고 정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룰 속에서 남북관계를 정착, 안착시켜 놓는 이 좋은 계기에 대해서 다음 정권을 맡을 분이 부담스러워 해선 안 되죠.
박인규 : 북한 쪽에서는, 북방한계선... NLL 문제랄까 국가보안법 문제, 이런 걸 4대 현안인가 해서 협상을 원하고 있고. 또 국내 일반적 여론들은 NLL은 우리 영토인데 어떻게 그걸 양보할 수가 있느냐. NLL 문제 같은 건 의제가 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고.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까요?
이화영 :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실무자들에게 준 지침은 첫 번째는 어떤 의제라도 제한을 두지 말자. 미리, 북도 마찬가지로 우리한테 이건 얘기하지 말자 이렇게 하면 안 하겠다는 입장이셨고. 두 번째, 뒷거래는 절대 없다. 세 번째, 이벤트를 위한 정상회담은 하지 말자. 어떤 행정적인 행위가 뒤따를 수 있는, 어떤 제도화가 후행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마 대통령 스스로가 NLL은 안 되고 뭐는 안 되고 이런 제한이 스스로가 없으실 겁니다. 그런 열린 자세를 갖고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이고. NLL에 대해서는 야당하고 일부 보수언론에서 상당히 악의적으로 왜곡하는데, 우리가 NLL을 획정하자는 취지가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자꾸 군사적으로 충돌하니까 평화적으로 공동어로를 만든다든가 평화적인 수역으로 협력적 관계를 가지고 이 NLL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 보자는 취지의 접근이지
박인규 : 경계선 획정 문제라기보다는 남북 간의 군사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화영 :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상호가 경제협력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어볼 것인가. 이런 쪽의 접근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 질문할 게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서 상당히 많은 사전접촉을 하신 걸고 보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과 북, 특히 남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런 말씀을 마무리로 해주시죠.
이화영 : 우리 국민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도 경제, 경제 하는데 사실은 평화의 힘, 평화가 경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북한이 평화로워야 국제적인 기업도 있고 여러 가지 경제성장의 과실을 우리 국민이 온전하게 받아낼 수가 있는 것이죠. 이 남북정상회담이 정략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인가의 관점에서 좀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국민들이 국내 언론의 보도에 빠져서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이것만 보는데, 6자회담의 흐름, 북미 간 양자 간 대화의 흐름, 또 이걸 통한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연관과 구조 속에서 진행돼 가고 있고, 이것이 매 시기, 어느 시기쯤에서 어떤 결정이 날 것인가를 예측하고 예상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이제는 진정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왔구나, 이걸 좀 체감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이화영 의원도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셨고요. 7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화영 :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평양을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하며 제2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해온 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을 초대해..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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