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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9.11 사태"…산불 사망자 최소 6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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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9.11 사태"…산불 사망자 최소 61명

방화범 현상금 13억원…내달 총선에도 영향 줄 듯

그리스 남부 지방을 강타하고 있는 산불이 27일에도 계속돼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산불 발생 4일째인 이날 오전(현지시간) 현재 사망자가 61명에 달하고 있고 최소 89곳 이상에서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불길이 강한 바람과 함께 번지고 있어 소방관들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요원들이 피해 지역을 수습하면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재앙은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아티카 지방, 에비아섬을 휩쓸고 지나갔고, 마을 수백 곳을 집어 삼켰으며, 고대 올림피아 유적을 파괴하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의 시설물을 파괴시켰고, 주민 수천명의 가옥을 불태웠다.
▲ 위성사진으로 본 그리스 산불 ⓒ로이터=뉴시스

그러나 크리스토스 자호포울로스 문화부 사무총장은 26일 그리스 최대의 문화유적지 인근에 있는 올림피아 마을까지 불길이 접근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해 "화재방지 설비들이 예상대로 작동함에 따라 올림픽 유적지에 딸린 고대박물관에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불길은 고대 올림픽 발상지까지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호포울로스 사무총장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여 부속 박물관의 유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놓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고대 올림피아의 기오르고스 아이도니스 시장도 "우리는 운이 좋았다. 현재로선 고대 올림피아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특히 박물관 앞에 소방차 5대를 배치했으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지 부근에도 새로운 방화 및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설치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소방대 대변인은 비행기 6대와 헬리콥터 2대, 소방차 15대 및 45명의 소방대원들이 올림픽 유적지 보호를 위한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 고대 올림픽 발상지 주변까지 들이닥친 화마를 진화하기 위해 소방헬기가 투입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남부 자초로 마을 부근의 부락인 아르테미다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그리스 국영 <NET> 텔레비전과의 "모든 것이 파괴됐다. 개와 토끼, 닭과 거위들이 모두 불타 죽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하고 개탄했다. 수천명의 이재민들은 불길을 피해 인근 학교와 호텔, 지역 보건소 등에 피신해 있다.

26일 소방관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올림픽의 발상지인 올림피아 경기장과 사원들을 화마(火魔)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소방관들은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산불의 위세가 가장 강한 자차로 마을과 고대 올림피아 유적 사이에 있는 그릴로 마을에서의 진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방화 추정…"산림 용도 변경 급증이 원인" 주장도

산불의 원인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방화 때문으로 추정됨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방화범 체포에 100만 유로(약 13억 원)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번 사태는 특히 다음달 16일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번 산불이 총선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27일 전망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재앙"이라면서 총선을 위한 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공공 기관에 조기를 게양토록 지시하는 한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카라만리스 정권의 실정 탓이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가 내달 16일 있을 총선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세계야생기금(WWF) 그리스 사무소의 산림부문 책임자 니코스 제오르지아디스는 이날 CSM과의 인터뷰에서 "산불의 원인은 바로 토지 용도의 변경에 있다"면서 "그리스 정부가 개발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산림의 용도 변경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신문 <아테네 뉴스>의 존 프사로포울로스 편집장도 "이번 산불이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환경문제는 1~2주 내로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정부는 이번 사태를 전환점 삼아 장기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수습 과정 또한 국민들이 현 정부를 판단할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우파 정당의 지도자인 게오르그 카라트자페리스는 "이 사태는 그리스의 9.11테러"라면서 펠로폰네소스의 올리브 재배업자들과 올리브유 생산자들에게 즉각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만리스 총리가 이끌고 있는 보수당인 신민주당은 현재 지지도에서 야당인 사회당을 2%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사회당 당수인 게오르그 파판드레오는 산불을 조기에 진화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자극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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