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가 겉보기와 달리 내면 세계에서는 '신의 부재'로 고심하며 내적 갈등을 겪었음을 보여주는 서한들이 책으로 출간, 공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23일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곤 했던 신부 등과 주고받은 서한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더 테레사 : 내게 빛이 되어주소서'라는 책이 출간돼 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고 보도했다.
테레사 수녀의 시복 명분을 조사했던 브라이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가 편저한 이 책에 담긴 서한은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집됐다.
타임에 따르면 테레사 수녀는 지난 1979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에서 "예수는 우리 안에 있고, 우리가 만나는 빈자들 안에도 있고, 우리가 주고 받는 미소 안에도 있다"면서 세상이 그에게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전인 같은 해 9월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정신적 동지인 마이클 반 데어 피트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 연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예수는 당신을 매우 특별히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입을 움직여도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벨상 수상식 연설이 세상이 알고 있는 테레사 수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피트 신부에게 보낸 서한의 글은 신의 부재로 고통스러워 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 둘만 놓고 보면 자기 모순적 모습이 드러난다.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폐기되기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된 40여점의 서한들은 그가 죽기 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 내내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에게 신의 부재는 빈민을 돌보는 삶을 시작한 1948년부터 죽을 때까지 거의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48년 하반기에 쓰인 한 글에서 테레사 수녀는 외로움의 고통을 얘기하면서 "얼마나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번민을 나타냈다.
이런 불평이 그 뒤 이어지지 않았다면 고독과 어려움에 따른 초기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테레사 수녀는 그 이후에도 자신이 벌이는 일이 성과를 거둘수록 더 고통이 커짐을 토로했다.
1953년 페르디난드 페리에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마치 모든 게 죽은 것처럼 내 안에 너무나 끔찍한 어둠이 있다"면서 신의 일을 망치지 않도록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많은 서한에서 테레사 수녀는 '어둠'과 '외로움', '고뇌'를 겪는 것을 한탄했고 이런 경험을 지옥에 비유하면서 어떤 때는 이것이 천국은 물론 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게 자신을 이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59년 8월 로런스 피카키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내 영혼에 왜 이렇게 많은 고통과 어둠이 있는지 얘기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테레사 신부는 자신의 내면 상태와 공적으로 보이는 모습의 불일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 "미소는 모든 것을 감추는 가면이거나 외투"라고 적기도 했다.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신의 부재를 일생의 가장 부끄러운 비밀로 여겼지만 콜로디에이추크 신부 등은 이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든 성스러운 선물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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