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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2단계는 세습왕조, 박근혜 대통령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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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2단계는 세습왕조, 박근혜 대통령되면…"

<박정희 유전자> 출판기념회… "단일화 실패하면 유신의 망령 부활할 것"

우리가 기념일을 챙기는 이유는 하나다. '잊지 말자'는 것이다. 2012년은 '유신'을 잊어선 안 되는 해다. 올해는 10월 유신 선포 40주년을 맞는 해이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박정희 유전자-우리는 왜 죽은 박정희와 싸워야 하는가>(개마고원 펴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 대선을 앞두고 '여성 대통령'을 외쳐도 그는 결국 '유신의 딸'임을, 아니 '유신의 공범자'였음을 잊지 말라".

<박정희 유전자>는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이자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0월 출간한 책으로, 지금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박정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책 내용 중 일부는 현재 <프레시안>에 '박정희 권력의 DNA'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유신 40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 패널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함세웅 신부, 김상곤 경기 교육감, 김두관 전 경남 도지사도 유신 경험담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 자리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태현 이사

"박근혜 집권은 박정희 유신 체제의 완성"

좌담에 앞서 함 신부는 "대선을 눈앞에 둔 중요한 시기"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 "박근혜 후보는 단지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육영수 여사가 숨진 뒤부터 박정희가 죽을때까지 2인자였고, 사실상 유신체제의 공범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날 새누리당이 빨간 옷 입고 있지 않나. 이는 시대에 대한,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며 "과거에는 입만 열면 친북·좌경·용공을 외쳤으면서 지금은 또 빨간색을 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12월 19일 새누리당을 뿌리째 뽑고 새로운 역사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혁당 사건 등 역사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여성 대통령론'으로 전략 수정 중인 박 후보에게 '돌직구'를 던진 셈이다.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서 박근혜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발언이 줄이었다.

좌담에 나선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저는 그 당시 국회의원을 했는데, 박근혜는 따님이 따님이 아니었다. 박정희 옆에서 악수하고 말하고 다니던 걸 제 두 눈으로 목도했다"고 말하며 "마치 자기 아버지가 한 일을 변명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하는데, 그는 유신의 당사자였다"라고 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만일 10·26 사태가 없고 유신 체제가 계속됐다면 아마도 세습왕조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개석에서부터 이북의 김일성까지 그렇다. 권력의 속성이다. 유신의 제2단계는 세습왕조"라고 가정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자녀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그것은 유신쿠데타의 목적이 부분 달성되는 것"이라며 "그런 사태가 한 달 뒤에 없기를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신은 준 '내란죄'…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반헌법적 체제"

좌담은 5·16 군사 쿠데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본격 시작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는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당시 정권이 정치적으로 무능해서라든가, 국가 분위기가 혼란스러웠다든가. 그건 잘못된 평가"라며 "박정희는 이미 5·16보다 10년 전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에 있을 당시 군사 혁명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5·16 쿠데타는 '4·19 혁명을 짓밟은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헌법은 두 가지 시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 첫 번째는 3·1 운동이고 두 번째가 4·19 혁명"이라며 "그걸 짓밟고 나선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국에 초법적인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유신 체제에 대해선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천 장관은 "유신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문자 그대로 쿠데타"라며 "형법에 보면 내란죄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사형이나 최소 무기징역 극형에 처해야 할 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5·16이야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는데, 유신은 어떤 합리화도 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턱도 없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정 전 대표는 유신 헌법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평을 인용했다. '고삐풀린 권력이 자기를 정당화한 수단으로 법을 오·남용한, 반(反)헌법적인,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법'이라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또 북한 헌법의 위상에 비유하며 "북한은 헌법보다 노동당 규약이 위에 있고, 수령님 말씀은 더 위에 있다"며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는 헌법 위에 박정희 말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언론사에서 해직된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은 "만일 유신체제가 오늘날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어 있을지 거꾸로 해봤다"며 "저는 유신체제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연달아 들어선 군사독재정권 없고, 지역갈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는 "유신체제가 전두환과 노태우 등 정치군인을 길러 냈고, 수천 명이 살상당한 광주민주화운동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가 처음 선거에 나섰을 때 호남에서 윤보선 표보다 박정희가 더 많이 나왔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며 "박정희가 재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유전자는 살아있다… 민주화라는 '낮잠' 깨야"

유신 청산을 위한 과제로 이들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주문했다. 스스로 유신의 DNA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유신 체제를 유신 잔재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화를 이룩했다는 허황된 신화 깨뜨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목적론과 '성장론'에 밀려 희생된 노동자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무임승차 의식을 경각시켜야만 유신의 재탄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핑계로 공범의식을 합리화한다면 유신괴물은 자생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통렬한 자기반성을 주문했다.

정 의장과 함께 당시 해직된 성유보 동아투위 위원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독재 정권이 끝났다고 민주화가 완성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87년 이후 25년간 국민 전체가 낮잠을 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 사라질 것 같았던 유신의 망령들이 부활하고 재림하는 상황에 왔다. 민주화 운동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 제3의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시대"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은 "유신헌법의 핵심은 권력 집중"이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현재도 갖고 있다. 87년 헌법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권이 적절하게 힘의 균형을 갖고 움직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유신의 불법성을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법도 법이라는 법실증주의 논리에 빠지지 말고, 다음 헌법 개정에 유신의 불법성을 넣어 법률적으로 청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 실패가 유신을 부른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1963년 총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을 것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총선에서 야당이 단합을 못해 박정희 당이 86석을 얻었고, 그러한 일이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 중에 박근혜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나. 어떤 말을 해도 설득이 안 된다. 그들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면 전 국민이 빨갱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단일화' 교훈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 더 높은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현재 대선 후보들끼리 정책 차별성이 없다"며 "박근혜 후보에 대한 민주진영 단일화 후보의 변별력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의식을 중요시하는 후보가 민주진영 대변하는 제대로 정체성 가진 후보"라고 말했다.

이들은 토론 내내 지금도 유신 체제가 계속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장은 "곳곳에서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기념관을 208억이나 들여 대체 어떻게 만들었나 해서 가봤더니 찬양, 미화 일색이었다. 경상북도도 1270억 들여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 딸이 집권한다면 어떻겠나.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정희 체제'가 지금도 남아있음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증명되었다. 기사를 쓰느라 애국가를 부르지 않던 기자에게 '매국노'라며 삿대질하고, 토론에 나선 패널들에게 "당신들이 무얼 아느냐"며 고함을 치던 노년의 남성 참석자. 그의 모습은 사상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박정희를 닮아 있었다. '박정희 유전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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