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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로스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디지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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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티로스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디지털 상품

[김운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19>

제 4 장. 사티로스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디지털 상품

□ 포르노그라피의 세계 최대 고객, 한국


세계에서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랍니다. 놀라셨죠? 아니면 당연한 일입니까?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는 성적 행동을 매우 상세히 묘사한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음란물(obscenity)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매춘부(賣春婦)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포르네(그리스어: πόρνη )'에서 나온 말이지만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대체로 1800년대에 프랑스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패밀리세이프미디어(Family Safe Media, Salt Lake City)의 포르노그라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포르노그라피 구입에 있어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한국인들은 포르노그라피를 보는데 1인당 526.76 달러를 소비하였고, 이어 일본(156.75 달러), 핀란드(114.70 달러), 호주(98.70 달러), 브라질(53.17 달러), 체코(44.94 달러), 미국(44.67 달러), 대만(43.41 달러), 영국(31.84 달러), 캐나다(30.21 달러)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1) 한국의 소비액은 2위인 일본의 무려 4배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포르노그라피 수익의 전체 규모로 보면 중국의 구매액이 28%로 1위이고, 그 다음이 한국(27%), 일본(21%), 미국(14%) 등의 순서입니다.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지요. 그런데 한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참 대단합니다.

▲ 세계 포르노그라피 구입 국가 순위(2006년 수익 총액 기준) 자료:family safe media

포르노그라피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1970년에는 포르노그라피의 연간 판매량이 1000만 달러, 1985년 약 10억 달러, 2003년에는 연간 80억∼100 억 달러, 2006년 8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2) 이것은 미국 내 3대 네트워크 방송사인 NBC, ABC, CBS의 연간매출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미국 내에서 포르노그라피 산업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3)

청교도들의 나라 미국에서 포르노그라피가 가장 발달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그러나 더욱 더 큰 아이러니는 예절과 선비의 나라,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는 한국과 동양문화의 본 고장인 중국, 일본에서 세계 포르노그라피의 76%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유교문화(儒敎文化) 때문인지 조금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또는 사회적으로 성적 억압(性的 抑壓)이 너무 크기 때문은 아닌지도 검토해봐야겠습니다. 아니면 자본주의의 발달과 관계가 있겠지요. 미국의 경우는 어쩌면 '자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문화의 필연적인 산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포르노그라피는 성적 자유를 추구할 권리라는 입장에서 합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다만 제작은 자유라도 배포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봅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 이후에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포르노그라피는 앞으로 살펴볼 MS 윈도와 같은 디지털 상품의 대표적인 유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은 원초적인 본능과 욕망을 있는 대로 자극하는 일종의 괴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난잡하고 광기어린 사티로스(Satyros)처럼 말이죠.(4)

제대로만 조사를 해보면, 한국의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한 비율이 포르노그라피 중독자로 나올 것으로 추정됩니다.([표 ②]에서 보면 청소년의 10% 이상이 인터넷 중독입니다. 성인 중독율의 2배 이상인데, 초등학생의 중독율이 13.7%로 가장 높습니다. 이들이 단지 게임 만에 중독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는 이 통계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르노그라피도 원래는 인간의 성적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하나로 개발된 것이었겠지만, 그것이 극단으로 흘러 사회의 원초적인 질서와 윤리를 모두 파괴할 수 있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 한국 청소년 인터넷 중독 현황 자료 : 한국인터넷진흥원<인터넷백서(2011)>

최근 이 포르노그라피가 P2P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매매, 교환 등으로 확산되자 이에 대한 저작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조차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해석과 판결이 있어서 포르노그라피의 저작권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가 없을 듯합니다. 일부 국가는 아예 포르노그라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엉뚱한 말이기도 하지만, 포르노그라피는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기여를 한 부분이 있습니다. 포르노그라피의 특성상 주로 시각적인 영역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주로 영상이나 미디어는 파일의 용량이 매우 커서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가 약한 나라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 회사들은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구비된 나라들(특히, 한국)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가 허약한 국가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각종 기술들을 개발하고 응용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코덱(Codec) 기술입니다. 코덱(Codec)은 음성 또는 영상의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코더(coder)와 그 반대로 변환시켜 주는 디코더(decoder)의 기능을 함께 갖춘 기술을 말합니다.(5)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욕(curse)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처럼, 이들 포르노그라피 업체들이 디지털 영상 기술을 선도해왔습니다.

(1)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도 디지털 상품

디지털 상품(Digital goods)이라고 많이 듣고 있죠? 그러나 이 디지털 상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이 디지털 상품이 무엇이든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수출입과 관세와 관련된 기관에서는 디지털 상품의 분석이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생각해볼까요? 지금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국의 성인사이트를 돈을 지불하고 보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그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관세(tariff)를 주고 인터넷 상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포르노그라피와 같은 회사들의 설립이 원천 봉쇄되어 있어 외국 포르노그라피 회사들이 제집 안방 드나들 듯이 해도 속수무책입니다.

한국에서는 포르노그라피 서버(server)를 국내에 구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터넷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국내 사이트를 접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해외사이트를 접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하여 국내에 포르노그라피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도 큰 문제입니다.(6) 어쨌거나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한 한국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진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포르노그라피와 같은 형태의 멀티미디어 상품들은 만약에 특정 상품으로 분류되면 WTO 상품협정규정에 적용을 받아야 하고, 서비스로 분류되면 WTO 서비스 협정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멀티미디어, m-commerce, ESD(Electronic Software Delivery), P2P 등의 등장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멀티미디어 상품(multimedia product)들은 인터넷상으로 마구 뿌려지기도 하지만 CD로 만들면 일반적인 상품이 되어버립니다. CD에 의해 수입이 되면야 관세(tariff)를 부과하면 되겠지만 인터넷상에서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면 그것을 어떻게 세금을 부과합니까? 그리고 만약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에서 이 분야의 사업체가 합법적이지만 과중한 부과세를 물어야 한다면, 한국이나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하여 포르노그라피의 생산 자체가 금지된 많은 나라들의 소비자들은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것은 디지털 상품이 가진 매우 위험한 속성으로 국제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디지털 상품이야말로 경제 패러다임을 붕괴시킬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그 동안 디지털 상품을 정의하기 위해서 그 동안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일반적인 견해는 디지털 상품이란 디지털화(digitalization)할 수 있는 모든 제품 즉 인터넷에서 온라인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디지털 전자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 모든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재화는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상품이 사이버 환경 내에서 거래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것이라고 본다면 가장 순수한 의미의 디지털 상품은 제품(product), 거래행위자(actor), 거래의 과정(business process) 등이 모두 사이버 환경에서 이루어질 때를 가장 전형적인 디지털 상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관련 학자들은 "디지털 재화란 문자, 화상, 음성, 동화상의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향후 정보화가 진전되어 지식집약형의 산업구조로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 재화는 더욱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7) 이것은 디지털 상품(재화)에 대한 일반론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으로 말하는 디지털 상품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디지털 상품 가운데는 CD 등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상품들과 같은 모양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인터넷 상에서 즐기는 인터넷게임은 CD로 제작하기가 불가능하죠.

▲ 순수디지털 상품인 인터넷 게임의 예

이런 상품들 즉 인터넷게임과 같이 인터넷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는 상품들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분석을 필요로 합니다. 앞으로 이 상품은 순수 디지털 재화(PDG : Pure Digital Goods)로 불러야 합니다.

일단 순수 디지털 상품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디지털 상품에 대한 분석은 매우 용이해집니다.

상품을 크게 디지털 상품(디지털재화) - 중간적 상품(중립재화) - 비디지털 상품 (전통적 재화) 등으로 분류해보면 현재 우리 주변의 상품을 훨씬 더 용이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디지털 상품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전통적인 상품의 형태도 가질 수 있으면, 그것은 중립재화가 된다는 얘기지요.

앞으로 디지털 TV가 일상화되고 인터넷의 속도나 저장용량이 점점 더 증가하게 되면 디지털 재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갈 것입니다.

(2) 컨텐데지그날리지(ContenDesignology)

현대의 경제를 흔히 디지털 경제라고 하는데 이는 디지털 재화가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전 시대에 있어서 부(wealth)를 창출하는 1차적 원천(source)이 토지 → 기계 → 금융자본으로 이동하고, 중심산업이 농수산업 →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는데 반하여, 디지털 경제하에서 핵심적 생산요소가 자본·노동·토지와 같은 물적 자원에서 기술·정보·지식과 같은 지적 자원으로 바뀌고 산업도 지식 산업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주역은 디지털 상품이고, 디지털 상품의 내용을 흔히 콘텐츠(contents)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콘텐츠라는 말이 범람합니다. 영어로 콘텐츠란 내용물 또는 요지(要旨)라는 의미이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그 내용이 조금은 복잡하죠. 일반적으로 콘텐츠란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을 말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이나 각종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보나 데이터를 보낼 때는 문자·부호·음성·음향·이미지·영상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해서 처리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각종 데이터나 정보를 총칭하여 콘텐츠라고 하는 것이죠.(8)

경우에 따라서 콘텐츠는 디지털(digital) 콘텐츠와 멀티미디어(multi-media) 콘텐츠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디지털 콘텐츠는 네트워크와 퍼스널컴퓨터(PC)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굳이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더라도 CD-ROM·비디오테이프 등에 담긴 사진·미술·음악·영화·게임 등을 말합니다.

따라서 콘텐츠는 디지털 상품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왜 콘텐츠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하는 지도 쉽게 알 수가 있죠. 콘텐츠는 디지털 상품을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상품은 전통적인 상품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컴퓨터를 통해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디자인(design)이나 시각적인 효과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사람의 시선의 끌지 못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비단 디지털 상품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디지털 상품의 경우 이 디자인이나 시각적인 요소가 더욱 더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에는 그 상품 자체가 쓰임새(사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실 모양이나 디자인이 좋지 않아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콘텐츠의 경우는 디자인 자체가 콘텐츠를 구성하는 하나의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이나 시각적인 효과만 가지고 다 됩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디자인이나 시각적인 효과는 결국 기술적인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되어있는 것보다는 애니매이션(animation) 효과가 있는 것이 좋고 애니매이션 보다는 제대로 된 동영상이 좋은 것이지요. 애니매이션이나 동영상도 결국은 기술적인 산물입니다. 디지털 상품은 기술(technology)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상품의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상품의 본질을 컨텐데지그날리지(ContenDesignology)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디지털 상품에서 불가결한 요소가 그 ① 내용(contents) + ② 시각적 효과(design) + ③ 기술(technology) 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상품들은 무엇보다도 '시각적 효과'가 중요합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없지요.

이와 관련하여 지적해 둘 것은 인터넷은 스피드(speed) 데이트(date, meeting)의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홍수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도 급합니다. 흔히 연애 심리에서 말하는 <7초의 미학(美學)>이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남녀가 첫 만남에서 외모는 2초 만에, 목소리는 5초 만에 그 사람에 대한 호(好), 불호(不好)를 결정한다는 얘기지요. 믿거나 말거나 두 남녀가 첫 대면에서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확률이 크고 또 그 사랑에 빠지는 데는 불과 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영국 에든버러대(The University of Edinburgh) 앨리스 렌턴 교수팀의 연구에서 대상자를 이성 15~23명 가운데 한사람을, 24~31명 가운데 한사람을 각각 고르라고 해보니, 상대적으로 적은 15~23명의 그룹에서는 상대방의 교육수준과 관심사 등을 더 자세하게 확인하려고 한 반면, 이성들이 많아지니까 아예 외모에 따라 이성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세계일보』2010.07.26) 물론 이것이 반드시 인터넷 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터넷은 워낙 광대무변의 공간이므로 소비자들이 사이트나 상품들을 보았을 매우 짧은 시간에 (가령, 최소 10~20초) 이내에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머무르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상품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야하는 그 어떤 재화들도 이제 외모(외형, 디자인)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는 지금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1년 현재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규모는 1조 3,566억 달러로 이미 자동차 산업(1.2조 달러), IT 산업(8,000억 달러)을 능가했으며 연평균 5% 성장하여 2014년 1조 6,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의 규모도 2009년 69조 원에서 연평균 10%씩 성장하여 2015년에는 약 1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32.4%, 일본이 12.3%, 독일이 3.7%인 반면 한국은 2.2%에 불과하여 아직도 갈 길이 멀군요.(송종길 「디지털 포럼」『디지털 타임즈』2011.7.18)

(3) 프랑켄슈타인이 되어가는 디지털 상품들

자본주의의 학문적 패러다임의 원초적인 기초는 '시장이론(Market theory)'입니다. 즉 상품(commodity)을 원초적인 세포로 하여 그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시장가격(균형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 시장이론의 골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상품이 좀 이상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지요.

현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품은 상품 그 자체의 내재적 속성이 앞서 본 중립재화들과 같이 카멜레온(Chameleon)처럼 바뀔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확장되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점은 향후 학문적 패러다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상품들은 매우 다양하게 바뀌어 왔습니다. 대개는 하나의 상품이 하나의 기능을 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상품이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포켓몬(Pocket mon)은 여러 개의 시리즈물처럼 인형을 생산한 것인데 그것을 선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이 히트상품이 된 것은 물론 포켓몬 필기도구, 가방, 티셔츠(T-shirt)까지 히트 상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과거의 뽀빠이(시금치 회사광고만화가 오히려 시금치보다 더 히트 친 경우지요)처럼 말입니다. 한국 상품인 둘리(Dooley)도 같은 경우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치킨 전문점이나 유명 식당 또는 소아과 병원에 가보면 정글짐(Jungle Jim) 같은 것을 설치하여 아이들의 놀이방 시설을 해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상품들을 동시에 파는 패키지 상품들도 비슷한 유형이죠.

이것을 해명하는 적당한 말은 없지만 메타상품(meta-product)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메타 상품은 적절히 번역하기는 어려워 그저 메타상품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가장 가까운 의미로 번역하자면 '초월상품'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괴물 상품은 또 어떨까요?

디지털 상품들 가운데 세계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상품들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포켓몬이나 뽀빠이와도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MS(마이크로소프트회사)의 윈도(Windows : PC 운영체제 프로그램)입니다. PC를 사용하기 위해서 윈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그래서 이런 상품들을 "사실상 표준상품(de-facto standard product))"이라고 합니다. 누가 세계적으로 윈도를 표준상품으로 지정하지도 않았지만 모두 다 윈도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벗어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PC를 사용하려면 윈도의 손아귀 속에서만 가능하고 이를 능가할 PC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있기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MS에서 백도어(backdoor)와 같은 해킹프로그램을 깔아놓았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중요 정보가 MS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설령 미국과 다소 적대적인 국가가 있다고 해도 그 수뇌(首腦)나 비서가 PC를 사용하게 되면 주요 정보들이 MS를 통해 미국 정부 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류의 "사실상 표준" 상품은 디지털 세계에는 흔한 일입니다. 사진과 그림 디자인과 관련된 포토샵(photoshop)도 아도비의 제품이죠. 통계 프로그램인 SPSS, DB 프로그램인 오라클(Oracle) 등은 그 예입니다. 이런 상품들도 역시 메타상품(괴물상품)으로 분류됩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품들이 전통적으로 또는 물리적 제품이 가질 수 있는 구분방식이나 영역구분이 잘 되기 어려운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을 '메타(Meta) 상품화'라고도 합니다.

▲ 세계적인 메타 상품들의 유형(홈페이지에 소개된 제품들) ⓒ오라클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일단 불충분하지만 메타 상품이란 '그 상품 자신이 단독으로 가진 가치를 제외하고도 주변 가치(예를 들면 제품의 설치, A/S, 품질보증, 보험, 등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상품'과 '사실상 표준화 된 상품' 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디지털 상품의 경우에는 상품이 가진 단일 기능보다는 각 영역의 믹스(Mix)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기도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Education) + 오락(Entertainment)'을 접목하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등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가령 재미있는 꼬마 스머프(The Smurfs)같은 캐릭터를 이용하여 게임을 즐기면서 수학공부를 하는 식의 상품들(예를 들면, 줌비니)은 이미 등장한지가 오래 되었죠.

따라서 누가 이 같은 믹스(Mix)를 잘 개발하느냐가 미래 성공의 비결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가격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됨에 따라 상품은 가격 ·기능·서비스 내용 등이 급속히 동질화되는 현상이 나타나 상품이 '단독 상품'으로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품은 자체적으로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도로 복잡하면서도 전문화되고 기능적으로 확대되는 상품이 나타나게 된 것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좀 어려운 말로 상품이 하나의 '장(場: Field)'적인 형태의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상품이 기존의 이론 체계들을 붕괴시키는 이유들 중에 또 다른 하나는 가격(Price)을 여러 형태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크게 디지털 상품 자체가 마치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자기가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형태로 가격미분화(價格微分化 : price differentiation)가 되거나 버저닝(versioning)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격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가격체계에 큰 변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즉 각종 응용 프로그램(Application)들은 원래 만들어진 기능을 모두 작동 시킨 완전판의 형태(full version)와 일부 기능을 일부러 작동하지 않게 만든(disable) 기본판(basic version), 또는 일정 기간만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시험판(trial version) 등으로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디지털 상품은 사용자나 사용시간, 사용정도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 즉 가격의 미분화(微分化)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격의 미분화 현상은 디지털재화와 비디지털 재화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라고 봐도 됩니다. 물론 이전에도 수도나 전기와 같은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디지털 시대 이전의 일반적인 상품들을 가격미분화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죠.

정리해봅시다.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의 기초에는 시장이론이 있습니다. 어떤 상품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시장가격(균형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은 원론적으로는 일물일가(一物一價)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균형가격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효용이 극대화됩니다. 그런데 디지털 재화는 순수형태의 디지털 재화가 있고 광범위한 중립재화가 있기 때문에 일물일가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관세의 영향도 받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시장이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완전경쟁'을 전제로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해야하는데 사실상 표준화된 상품들은 사회의 주류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독점입니다. 공급곡선(Supply curve)이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수요(Demand)는 오로지 공급자의 혁신(Innovation) 즉 새로운 버전이 출시에 따라 자동 결정됩니다. 이른바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라고나 할까요?(9)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소비자는 이를 회피하기도 힘든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수요 곡선(Demand curve)도 의미가 없죠.

물론 과거의 독점(monopoly)과 유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디지털 시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규제할 수 있는 독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철저히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독점을 사회적으로 죄악시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표준'인 상품들 때문에 미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러나 그들과의 싸움에서 미국 정부는 침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디지털 상품들은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이 되는 게 아닐까요? 영국의 여류작가 셸리(Mary Shelley, 1797~1851)의 괴기소설(1818)에 나오는 그 괴물 말입니다.

(4) 메타 상품의 정치 권력화

디지털 시대는 메타상품의 세상입니다. 그런데 이 메타 상품들은 그 자체가 정치력(political power)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향후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메타상품의 한 종류로 세계적인 규모의 '표준화된 재화'가 등장하는데 정부가 통제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오히려 이와 결탁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MS의 반독점법 위반관련 재판에서, MS가 '사실상' 승소한 사건을 그 예로 볼 수도 있습니다.

▲ MS 분할 명령을 내린 잭슨(Thomas Penfield Jackson) 판사 소개자료 ⓒ미국 법률회사 '잭슨과 켐벨' 홈페이지

원래 미국은 '독점(monopoly)'에 알레르기(allergy)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괴물화되고 있는 MS를 해체해야한다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1994년 4년에 걸친 반독점 조사 끝에 MS는 윈도 라이선스(Window License)와 다른 MS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분리한다는 법무부 동의서에 서명하였고, 1997년 미국 법무부는 청원서를 제출하였으며 1998년 MS의 역사적인 재판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결국 2001년 미국 항소법원은 MS에 대한 분리 명령을 기각하고 맙니다. 그리고 2004년 MS는 반독점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합니다.(10)

이 사건은 표준화된 제품에 대한 국가적 제재도 문제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컴퓨터 운영체제(OS)에 대해 미국 정부가 무리하게 나서서 무력화(無力化)할 수만은 없다고 하는 정치적 현실주의(realism)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미국 정부는 반독점 금지보다는 MS와의 화해를 통해 세계 체제에 있어서 미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정치자금도 많이 확보할 수 있겠지요. 현재도 아마 MS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돈주머니(money bag)일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MS 사태는 디지털 시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치경제 연합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상품이 금융자본 지배를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사실상 표준" 제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5) 경제 패러다임 어디로 ?

자본주의의 원초적인 질료(質料)는 상품(Commodity)입니다. 즉 자본주의 사회는 전 생산물이 상품으로서 생산되고 교환되어 상품경제가 전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므로, 마르크스도 '상품'이야 말로 이 사회에 있어서 부(富)의 세포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하여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11) 상품은 당장은 '사용가치(Use-value : 효용, 만족도의 실현)'로 나타나지만, 다른 상품들과 교환할 수 있는 힘(Exchange-value)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의 성격이 내외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전통적인 상품들은 아직도 기존의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배적인 상품(predominant commodity)들의 성격이 시장 법칙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 공급자, 수요와 공급 등을 주축으로 하는 시장이론은 자본주의의 하드코어(hard core)입니다. 일반적인 이론으로만 보면, 다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각자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으로 모이고 이들의 균형선 상에서 시장 가격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상품의 성격이 복잡하게 되어 단일화된 상품의 영역이 무너지고 중립재화와 가격미분화가 개입됨으로써 일물일가가 무너집니다.

디지털 시대의 수요자도 이전의 수요자(소비자)가 아닙니다. 즉 전통의 경제이론에서는 소비자(consumer)는 그저 가격의 수용자(price taker)였습니다. 어떤 제품의 질(quality)이나 가격(price)에 대하여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는 다릅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각종 동호회, 커뮤니티(Community)를 만들어서 상품의 생산과 공급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프로슈머(prosumer)라고 합니다. 프로슈머란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a consumer who are participating in the process of production)을 말하는데 소비자들이 상품을 직접 사용해 본 뒤 그 불만사항을 토로하면 그것을 생산과정에 반영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가장 스마트(smart)한 고객을 가진 회사가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옵니다.

디지털 시대의 공급자는 하나일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전의 개념으로 보면 독점이론(monopoly theory)으로만 분석하면 되겠지만, 일반적인 자본주의 하의 독점과 디지털 시대의 독점은 조금 다릅니다. 전통적인 시장이론에서 독점은 특수한 경우에 한정되지만, 상당한 부분의 디지털 재화는 기본적으로 독점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등으로 철저히 보호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공급 곡선은 의미가 없어지죠. 수요곡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재화의 경우에 수요는 대부분이 공급자의 혁신이나 신제품의 개발에 매달려 다닙니다. 따라서 수요곡선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상품도 희미해지고(변화무쌍하고) 수요자도 변하고 공급자도 변하고 수요 공급 곡선도 의미가 없어지면, 전통적인 경제학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근대 경제학이라는 것은 원론적 의미에서 레온 왈라스(Leon Walras[레옹 발라], 1834∼1910)의 일반균형을 추구해온 학문입니다. 즉 시장이 가진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하나의 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일치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사회 전체의 모든 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일치 및 균형 가격의 형성에 대한 분석이 중심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그 사회는 모든 상품의 가격 결정의 구조와 과정들을 분석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 자동적으로 조절되어 공황도 계급투쟁도 없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왈라스의 균형에는 독점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물론 생산자들도 시장의 정보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물론 사기나 정부의 간섭도 없어야 합니다.

▲ 레옹 발라(Leon Walras, 레온 왈라스)
물론 이 디지털 상품이나 메타 상품들이 얼마나 그 사회의 지배적인 상품이 될 것인가에 따라 패러다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대되는 정도가 패러다임을 결정할 일입니다.(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히 분석해드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디지털 상품들의 속성과 이들 가운데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으로 변신하고 있거나 인간의 욕망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시험하는 사티로스(Satyros)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나타난 가장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기술(technology)의 은혜가 프랑켄슈타인과 사티로스가 먼저 나서서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상품이론, 수요이론, 공급곡선, 시장이론은 좀 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본주의 자체의 패러다임의 혼란과 더불어 시장이론 자체에도 상당한 혼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체제의 패러다임은 물론이고, 학문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는데 상당한 진통과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의 시장 패러다임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붕괴되어 갈 것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 필자주석

1. http://www.familysafemedia.com/pornography_statistics.html

2. President's Commission on Obscenity and Pornography. Report of The Commission on Obscenity and Pornography. (1970. Washington, D. C.: U. S. Government Printing Office). Eric Schlosser, Reefer Madness: Sex, Drugs, and Cheap Labor in the American Black Market

3. Jerry Ropelato, "Pornography Statistics 2007", Top Ten Reviews

4. 사티로스(Satyros)는 판(Pan)과 완전히 똑같이 생겼는데 상체는 인간, 하체는 염소(말)의 모습을 하고 있고 몸에는 털이 무척 많다고 한다. 사티로스는 디오니소스(Dionysos)를 섬기고 술과 장난을 매우 좋아하여 디오니소스의 제사가 난잡하고 광기어린 것으로 유명하다. 사티로스는 색(色)을 밝히고 숲의 님프들(요정들)을 만나는 족족 유혹을 하려 들기 때문에 사티로스는 호색한(Satyric)의 어원이 되었고 남성들의 병적인 섹스탐닉의 음란증(淫亂症)을 사티리아시스(satyriasis)라고 한다.

5. 코덱(Codec)은 코더(coder)와 디코더(decoder)의 합성어로, 음성이나 비디오 데이터와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을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게 디지털로 바꿔 주고, 그 데이터를 컴퓨터 사용자가 알 수 있게 모니터에 본래대로 재생시켜 주기도 하는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특히 동영상과 같이 용량이 매우 큰 파일(file)을 작게 묶어주고 이를 다시 본래대로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데 파일의 크기를 작게 해주는 것을 인코딩, 본래대로 재생하는 것을 디코딩이라고 한다.

6. 만약 포르노그라피 사이트를 국내에서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고도로 발달한(?) 미국과 일본, 유럽의 포르노 업체들이 마음대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여 점거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포르노그라피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자는 요구가 거센 것이 사실이지만 그 경우는 현재처럼 포르노그라피 비즈니스 자체를 금지하는 상황보다도 더욱 상황이 악화될 소지도 있어서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포르노그라피를 전면 허용하게 될 경우 일반적인 한국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쉬워져서 포르노그라피가 일상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황보열·정영현(1997) "디지털 재화의 인터넷 무역과 가상정부."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 7권

8. 디지털콘텐츠란 기존의 아날로그적인 형태의 정보, 문화 창작물 등의 콘텐츠가 디지털화 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 콘텐츠에는 디지털화된 형태로 표현되는 출판, 영화, 방송, 사진 등의 시각적인 미디어와 음악, 라디오 등의 청각적 미디어, 게임이나 DB 등의 상호반응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콘텐츠까지 광범위한 분야가 포함된다.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 <디지털콘텐츠 산업백서>(2007), 53쪽.

9.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Jean B. Say, 1767~1832)는 주저인 <정치경제론(1803)>에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법칙을 주장했다. 경제가 불균형(수급불일치) 상황에 빠지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에 맞춰 자율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경제는 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세이의 법칙(Say's Law)'이라고 하는데 고전파 경제학의 주요원리였다. 즉 상품이 생산(공급)이 되면 그 만큼의 소득이 생기고 이 소득이 수요로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과잉 생산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된 것이 판매되지 않아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이 발생하는 사태는 이론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이의 법칙은 1930년대 대공황의 발생과 함께 사실상 폐기되었고 케인즈는 이를 대신하여 '유효수요' 개념을 도입하였다.

10.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CNET News.com 및 MS, "반독점 소송「사실상 승리」" IT-News 2004/07/02 22:34를 참고.

11. 마르크스 경제이론은 원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운동법칙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가치에 관한 논의는 자본주의의 상품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그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지배하는 사회적 부는 그 단위가 단일 상품인 '거대한 상품의 축적'으로 나타나므로 우리의 연구는 반드시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하였다. 마르크스는 고전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상품의 두가지 성질 즉,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효용성과 다른 재화와의 교환성을 근거로 하여 재화의 사용가치(use-value)와 교환가치(exchange-value)를 인정하였다. Karl Marx, Das Kapital, edited by Engels (condensed by Serge Levitsky), (Washington : Gateway, 1996)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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