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날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에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은 몸을 움츠렸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의 목에 밧줄을 거는 장면. 그는 자신을 암살하려 한 마을 주민들을 학살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불과 나흘 만에 집행을 당했다.
쿠르드족 수십만 명을 죽인 혐의며 미국의 지원 아래 이란과 벌인 7년전쟁이며 그가 저지른 악행은 참으로 많다. 그럼에도 로마 교황청과 유럽연합 국가들은 사형집행을 절대 반대했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을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사명의식에서든 아니면 중동의 석유 때문이었든 이라크에 쳐들어간 미국으로서는 적장 후세인의 목을 달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이미 2000년 전 로마제국이 그러했다. 제국에 대한 반역죄인들을 가차 없이 십자가에 매달았다.
사람이 하느님의 모상이고 천부인권을 가졌다는 생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갖가지 명분 아래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국가들은 사형이란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마약소지자는 물론 호랑이 밀렵을 해도 사형이다. 2004년 한해에만 3400명이 사형을 당했다. 사형수들의 간이며 장기를 이식받으려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환자들이 몰려든다. 1999년 통계로 이란이 165명, 몽골이 100명, 사우디아라비아 103명, 미국이 98명을 사형시켰다.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를 움츠리게 만든 후세인 사형집행과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호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후세인의 잘못이 크다. 사형제도는 각 나라의 입장에 맡길 일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반발을 샀다. 사형을 반대하는 유엔의 입장에 어긋나고,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한국 출신의 반 총장이 지닌 한계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로마 규정은 사형에 반대하고 있다. 수십만 명의 인종 학살이 벌어졌던 유고 연방과 르완다 전범 처벌을 위한 유엔 안보회의의 결의안도 전쟁·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자라도 사형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 대륙에서 사형을 없앤다는 목표 아래 회원국 가입조건으로 사형폐지를 요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도 운용실태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진전된 나라라고 평가한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집행사실 자체를 숨기거나 지난 성탄 때 4명을 전격 집행하는 등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옛날 로마 제국도 나름의 명분이 있어 전쟁을 벌이고 죄인들을 십자가에 달았을 테고, 오늘의 미국이나 중국 역시 나름대로 사형집행 명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황청이나 우리 주교회의는 이라크 전쟁을 명백히 반대하였고, 한국 주교단은 사형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후세인이나 유영철 같은 악인일지라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질 때 인류공동체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즐거운 내일을 가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아버지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6,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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