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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반미' 오르테가, 룰라에 '한 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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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반미' 오르테가, 룰라에 '한 수 지도'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70> "에탄올 프로젝트는 범죄"

'에탄올 전도사'를 자처하며 니카라과를 필두로 멕시코와 온두라스, 자메이카, 파나마 등 북중미 5개국을 순방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룰라는 이번 순방에서 베네수엘라와 함께 ALBA(볼리바리안 대안국가)동맹을 맺고 있는 니카라과의 오르테가를 에탄올 프로젝트에 합류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각종 경제협력 보따리를 풀어 보이며 오르테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어권 중남미 언론들은 룰라와 오르테가의 이번 회담에 특별히 주목했다. 친(親)차베스계로 분류됐던 오르테가가 룰라의 실용주의 노선을 지지하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룰라가 함께 추진중인 에탄올 프로젝트에 합류할 것이냐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이는 중남미 통합을 놓고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는 차베스와 룰라의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테가는 브라질과의 경제협력은 기꺼이 승인하면서도 룰라와 부시가 주도하고 있는 에탄올 프로젝트는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브라질과 미국이 주도하는 에탄올 생산은 인류의 기본권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프로젝트라면서 "에탄올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힌 것이다.
▲ 대화중인 오르테가(왼쪽)와 룰라(오른쪽) ⓒ니카라과 <라나시온>

니카라과의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니카라과를 방문한 룰라 대통령은 오르테가 대통령과 각종 인프라 구축, 농수산·교통·보건·교육협력 등 12개항에 달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룰라가 각종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내민 에탄올 프로젝트는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키는 것 마저 거부당했다. '에탄올 프로젝트 순방'이라는 목적자체가 애매해진 룰라는 직접 나서서 오르테가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룰라는 "에탄올은 차세대 대안 에너지이며 전세계가 바이오 연료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에탄올 프로젝트는 라틴아메리카의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오르테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종용했다.

룰라는 이어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자본과 기술 등은 브라질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이 프로젝트는 니카라과 국민들의 배고픔 제로시대를 가져올 거라고 주장했다.

룰라의 제안을 경청한 오르테가는 브라질의 경제협력에 사의를 표했지만 에탄올 프로젝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니카라과 국민들에게 필요한 식량증산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들어서였다.

오르테가는 나아가 인간의 기본권리를 충족시켜줄 식량증산과 다양한 품종의 농산물 생산을 배제하고 단일품종 재배가 가져올 위험을 일일이 지적하며 에탄올 프로젝트의 부당함을 설파하기도 했다. 에탄올 프로젝트의 전도사임을 자처한 룰라를 향해 오르테가가 오히려 에탄올 프로젝트의 부당함을 전파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차세대 대안에너지라는 에탄올 프로젝트가 미국의 주도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도 오르테가로서는 못마땅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니카라과는 중남미에서 최초로 반미의 기치를 높이든 국가이기도 했다. 현 집권당인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의 전신인 아구스또 세사르 산디노(1895~1934)의 농민해방군은 반미의 원조였다.

오르테가 '반미의 원조였던 산디니스타 이념 계승할 것'

일부에서는 '소모사 가족들'의 장기 독재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니카라과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산디니스타 출신인 오르테가로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을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나카라과의 산디노는 현재 반미의 선봉에 서고 있는 카스트로와 차베스의 대선배였다는 점도 오르테가로 하여금 에탄올 프로젝트에 거부반응을 가지게 했을 거라는 설명도 있다.

이같은 정치적인 배경과 국민정서를 등에 업고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산디니스타 오르테가로써는 미국과 브라질이 합심해 추진중인 프로젝트에 결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오르테가 정부는 민간 농업계의 자발적인 에탄올 생산은 규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량의 자급자족 범위 내에서 농민들이 독자적으로 재배하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의 경작은 시장의 자율화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브라질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경제협력을 의식한 최소한의 성의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오르테가는 니카라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국가의 협력이나 지원도 달게 받아드리겠지만, 산디니스타의 이념을 계승하는 기본적인 정치노선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이번 룰라의 방문을 통해 분명하게 밝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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