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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레뽈레(천천히), 하쿠나마타타(걱정없이) 살다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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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레뽈레(천천히), 하쿠나마타타(걱정없이) 살다 왔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07]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기' <2> 주부여행가 구혜경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로 단기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데요,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나홀로' 해외로 떠나는 초등학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교육현실 속에서, 주위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아프리카를 택한 주부가 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대신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여름특별기획『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이야기』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두 아이들과 함께 6개월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주부 구혜경씨를 만나..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자연과 느린 삶에서 배운 삶의 여유와 의미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여행가 구혜경씨입니다. 구혜경씨는 1969년생으로 1992년 대학을 졸업한 후 계속 방송 일을 해온 방송작가이자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가 두 아이를 낳은 것이고,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지만, <엄마>라는 세계를 알게 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지난 2005년 두 아이들이 자연의 신비로움과 무궁한 에너지를 알 수 있도록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6개월 동안 생활을 했고 그곳에서의 경험담과 추억을 기록한 '아프리카 초원학교'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박인규 : 여름특집으로 특별한 여행이야기를 하는데, 어제도 아줌마가 나오셨고 오늘도 아줌마가 나오셨습니다.

구혜경 : 감사합니다. 아줌마를 불러 주셔서.

박인규 : 거기 놀러 간 게 아니라 살러 갔다고 하셨는데, 사실 방학 때가 되면 영어열풍이 세서 초등학생부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연수를 보내는데 아프리카를 갔다 오셨어요. 아프리카를 택한 이유가 뭡니까?

구혜경 : 제가 아프리카에 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지인들이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자연 좋다. 가서 자연 느끼며 거시서 어학연수 하고 오면 더 남지 않겠냐,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런 자연 말고 제가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는 정말 그냥 살러 갔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연을 좀 더 접하게 하기 위해서 살러 갔고. 원시 그대로의 자유, 태초의 자연이 있는 곳을 선택하기 위해서 아프리카를 갔습니다.

박인규 : 아프리카 중에서도 탄자니아라는 나라에 갔는데 많이 알려진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케냐 근처에 있는 나라죠? 탄자니아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프레시안

구혜경 :
탄자니아는 많은 분들이 킬리만자로산 정도로 알고 계시고, 모 방송사에서 했던 세렝게티 초원에 대한 다큐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는데 저희도 지도책을 펴놓고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자연이 살아 있고 평화로운 나라를 선택하느라 탄자니아를 선택했고, 같이 갔던 친구 남편 되시는 분이 방송사 코디 역할을 좀 하셨어요. 그래서 탄자니아에 대한 정보가 좀 있어서 적극 추천하셔서 갔고. 제가 갈 때 탄자니아 관광청에 공문을 보냈어요.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에 좀 살게 해달라고 깜찍한 공문을 보냈죠.

그런데 그 국립공원이 정말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 되는 크기의 국립공원인데요, 전 세계에서 동물을 보러 오는 곳이기도 하고 다큐도 찍는 곳이기 때문에 저희들만 특별하게 봐줄 수가 없고, 국립공원 안에는 야생동물들만 살고 있고 공원을 지키는 와덴이라는 국립공원 관리인들만 살거든요. 그래서 살 수가 없고 그 대신 그 아래쪽에 있는 국립공원에 가서 살아라 그건 해주겠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런게 거기 큰 강이 있어서.. 2005년 당시 아이들이 5, 7살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있을 사고.. 좀 더 벌레한테 물릴 확률, 병에 걸릴 확률이 커서 거기는 가서 살지 않고 국립공원을 가는 아루샤라는 곳에 정착해서 살았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갔다 오신 건 2005년 7월에 가서 2006년 1월에 오신 거죠. 6개월 동안. '아프리카의 초원학교'라는 책에도 있습니다만 의사분들이 많이 말리셨고, 저희도 알기로는 아프리카가... 선입관이 있지만 풍토병이라든가 체체파리니 황열병이니 많다던데 말리신 분이 많지 않았아요?

구혜경 : 저기가 가기로 결심을 하고 두 달 만에 준비를 하고 갔어요. 왜냐면 그때 첫 아이가 7살이었기 때문에 6개월 정도 살다 와서 학교를 가야 했거든요. 처음 초등학교에 가는 거라서 준비기간이 짧았는데, 특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되는 대로 준비하고 그 대신 약품은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의사분들을 찾아다녔는데, 정말 안면 있는 의사분들조차 당장 비행기표 취소하라는 의사분들도 계셨고, 그분들도 정보가 없으니까 인터넷을 뒤져서 거기에 어떤어떤 병이 있으니 조심해라 이런 정도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저도 가기 전에 밤마다 진짜 만리장성을 쌓았어요. 이거 가야 되나. 병 안 걸리고 무사히 돌아오면 정말 감사하겠다. 갈 때는 말라리아, 체체파리 이런 걸 굉장히 걱정했었는데요, 갔더니 그 현지인들한테는 말라리아가 정말 1년에 한 번씩 걸리는 감기 수준인 거예요.

박인규 : 누구나 다 걸리는. 목숨에는 별 지장이 없는 모양이죠?

구혜경 : 목숨을 잃는 경우는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먹거나 아니면 너무 깊은 곳에 살아서 병원까지 나오는데 시간이 걸려서 죽는 거지 약 먹고 쉬면 낫는 병이더라구요.

박인규 : 일단 말라리아는 한 번쯤 걸릴 각오를 해야 되는 군요.

구혜경 : 네. 풍토병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히려 치료가 쉬운 병이죠.

박인규 : 책을 보니까, 처음에 나이로비에 가셔서 굉장히 추웠다. 이런 부분이 있던데, 아프리카 가서 살아 봤더니 예상치 못한 것들, 또 어려웠던 점 어떤 게 있었어요?

구혜경 : 제가 아프리카에 갔다 와서 정말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들이 많이 깨졌는데, 예를 들면 아프리카는 모든 곳이 다 덥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케냐의 나이로비라는 곳은, 그 뜻 자체가 마사이어로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이래요. 그 도시 자체가 한 해발 1200미터 정도 되는 높은 곳에 있어요. 우리가 1000미터 이상 되는 산에 올라가면 덥지 않잖아요.

박인규 : 1500미터면 우리나라 태백산, 소백산쯤 되는 거네요.

구혜경 : 그래서 너무 춥더라구요. 저희가 7월에 갔는데 그쪽으로 따지면 거긴 겨울인 셈이에요. 우리와 남반구 북반구가 바뀌니까, 너무너무 추워서 거기 그렇다고 난방시스템이 있거나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온풍기를 사서 튼 거죠.

박인규 : 너무 춥다면 대개 기온이 어느 정도였던 거예요?

▲ ⓒ프레시안

구혜경 :
제가 볼 땐 밤이면 초겨울 날씨 정도. 그 해가 특히나 추웠다고 얘기하더라구요. 낮엔 괜찮은데 밤에는 그렇게 추웠어요. 아프리카가 그렇게 덥기만 한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탄자니아 아루샤에 갔을 때도 높은 곳이라서 낮엔 덥지만 그늘 안에 들어가면 시원하고 밤엔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정도 돼서 저희한텐 참 살기가 좋았어요.

박인규 : 둘째 앤가요? 아들 윤재가 팔이 두 번이나 부러진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잘 부러졌어요?

구혜경 : 그냥 놀다가... 놀이터에서 철봉 같은 데서 떨어졌는데 팔이 먼저 닿았나 봐요. 그래서 팔에 금이 갔고 그 자리가 다시 한 번 부러졌거든요. 아프리카의 의료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제가 온 몸으로 느끼고 왔는데요, 부러진 팔은 큰 병이 아니라 붙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박인규 : 부목 대서 깁스 해주면 되잖아요.

구혜경 : 네. 그런데 깁스를 해주는 수준이 우리와 달라서 정말 의사분이 석고를 개서 손으로 발라 줬어요. 예쁘게 얄쌍하게 발라 주면 괜찮을 텐데 부러진 부분을 아주 두껍게 발라줘서 무거워서 축 늘어뜨리고 다녔어요.

박인규 : 병원이 아루샤 살던 데에서 가까웠습니까?

구혜경 : 아루샤 살던 데에 병원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그렇죠. 엑스레이 센터가 한 군데 밖에 없어서 모든 환자들이 그곳에 모이는 거죠. 거기서 엑스레이를 찍고 그 엑스레이를 들고 각 병원에 가거나 이렇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모든 서비스가 끝나지 않는다는 불편함이 있죠.

박인규 : 외국 가면 여러 가지 낯설고 물설고 하지만 무엇보다 말이 설면 힘들 것 같은데 탄자니아는 그곳 특유의 언어가 있는지, 영어로 되는지...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구혜경 : 어디나 정말 영어 하나면 통하는 것 같아요. 영어광풍이 왜 부는지... 하지만 그 탄자니아는 스와힐리라는 아프리카어를 대부분 사용하거든요. 초대 대통령이었던 니에레레 대통령이 공용어로 지정해서 스와힐리어를 많이들 배워서 다른 나라들보다 문맹률도 낮고 사람들이 신문도 많이 읽어요. 그리고 그런 스와힐리어의 전통을 탄자니아가 갖고 있어서 옆에 있는 케냐나 우간다도 스와힐리어를 쓰고. 그 말의 장점이 아주 간단하고 쉽고, 가장 좋은 점은 어순이 영어와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도 참 쉽더라구요.

박인규 : 그럼 구혜경씨도 가서 스와힐리어를 배워서...

구혜경 : 네. 저 스와힐리어 배웠어요. 영어는 아무리 배워도 안 되는데요, 스와힐리어는 쉬워서.

박인규 : 한 말씀만,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는 어떤 겁니까?

구혜경 : 아주 쉬운데, 거리의 인사는 '잠보'구요. 그 말은 광고에도 나오던데. 하바리, 이런 아침인사도 있고.

박인규 : 좋은 아침, 그런 뜻인가요?

구혜경 : 감사합니다. 아산떼. 안녕, 과에리.. 이런 식.

박인규 : 웬만한 일상용어는 스와힐리어로

구혜경 : 필요한 언어는 그 사람들한테 배웠어요. 제가 현지인들이 다니는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그랬는데, 깎아 달라고 하려면 뭐라고 얘기해야 돼? 물어봐요. 그러면 풍구자, 그러면 돼. 그럼 제가 가서, 생활을 해야 되니까 십원이라도 깎아야 되잖아요. 풍구자, 풍구자 그러면 막 웃으면서 물건값을 깎아줘요. 그것도 안 되면 제가 외국인이 아니라 여기 사는 현지인이니까 나한테 물건값 속이지 말고 제대로 물건값에 줘. 이렇게 얘기하려면 나 아로샤 살아 이래야 되잖아요. 나 아루샤 여기 살아. 그러려면 나이시 아루샤 이러면 된대요. 나 아루샤 사니까 물건 높은 가격 받지 말고 깎아줘,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배웠어요.

박인규 : 아프리카에 가신 이유가 무엇보다도 어린 두 아이들한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 그럼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했습니까? 가서 유치원도 다녔다던데...

▲ ⓒ프레시안

구혜경 :
제가 경북 의성이라는 곳에서 산 시골촌년이에요. 제가 서울 올라온 게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하지만 서울에 올라와서도 늘 시골에서 뛰어 놀던 산과 들과 시냇가, 이런 것들이 가물가물한 거죠. 그리고 제가 방송사 생활을 했는데 방송사도 6개월마다 개편이 있잖아요. 이런 생활을 제가 견뎌냈던 힘이 저는 제가 어렸을 때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힘, 그 에너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그것밖엔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한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이 아이들도 나처럼 자연이 갖고 있는 힘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 해서 갔구요. 그래서 아이들을 놀릴 수만은 없어서 현지인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학교를 제가 보냈죠. 갈 때는 현지인들과 똑같이 생활하려고 아이 머리에 이가 생길 것까지 걱정해서 약도 사갔어요. 머리에 이 생기면 바르는 약. 가서 제 큰 아이 같은 경우는 현지인들이 다니는 학교긴 해요. 복지학교를 다녔어요. 그렇지 않은 학교를 가봤더니 완전히 칠판이 엄청나게 크고 아이들이 다닥다닥 앉아서 열심히 공부를 시켜요.

박인규 : 다닥다닥이면 학생들이 한 반에 많은가요?

구혜경 : 네. 말하자면 명문이라고 하는데 공부 열심히 시키는 명문학교인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을 공부 시키려고 데려갔던 게 아니라서 그 학교는 가지 않고, 인터내셔널 스쿨인 거죠. 현지 아이들이 다니긴 하지만 돈도 조금 있고 여유가 있는 그런 학교를 보낸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집 근처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구혜경 : 그렇죠. 그냥 생활하는 그 자체에서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어요. 도마뱀도 집에 놀러오고 민달팽이도 쉽게 볼 수 있고, 정말 책에 보시면 저희 둘째 아이가 민달팽이를 손바닥 가득히 큰 민달팽이 한 마리를 들고 너무 커서 어이없어서 바라보는 게 있거든요. 그런 거라든지, 아니면 나무나 벌레, 고슴도치라든지 아니면 비가 온 후 개미들이 결혼비행하는걸 볼 수 있다든지. 그렇게 일상생활에 자연이 살아 있어서요.

박인규 : 구혜경씨는 남편분은 한국에 두시고 홀어머니로 갔다 오셨는데 이른바 거시서 문화생활은 없었을 거 아닙니까. TV도 없고. 엄마의 하루는 어땠어요?

구혜경 : 없었어요. 네. TV, 라디오, 신문 이런 거 전혀 없고. 저는 가서 주간지에 연재를 잠깐 했거든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가 뭔지 모르잖아요. 예를 들면, 현지인들을 만나서 물어보는 거죠. 그 사람들과 사귀고. 콜라 한 병 사주고 얘기하고, 앉아서 볼펜 한 자루 주고 얘기하는데요, 예를 들면 킬리만자로가 빛나는 언덕이라는 뜻이래요. 제가 물어봐요. 너희 말로는 무슨 뜻이니? 그러면 차가족 말이 다르고 끼꾸유족 말이 다르고, 부족마다 뜻이 달라요. 이 사람들은 빛나는 언덕이고, 다른 데는 또 다른 뜻이 있어요. 그러면 킬리만자로 아래에는 차가족이 많이 살거든요. 그럼 차가족 언어로 킬리만자로는 빛나는 언덕인 거죠. 그 대표적인 뜻을 얘기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취재를 많이 했죠. 현지인들과 만나서.

박인규 : 말하자면 공부하셨네요. 아이들은 자연과 사귀었고. 어떻습니까. 지금 봄에 책도 내셨고 돌아와서 보니까 6개월 동안 지낸 중에 남는달까요?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어떤 건가요?

구혜경 : 저는 사람도 좋았고 자연도 좋았는데요, 예를 들면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먼저 열강의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알고 있는데, 그래서 이 돈이라든지 자본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무감각하진 않아요. 순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참 순수해요. 그래서 뭐랄까, 정말 얼굴이 검은 친구들과 어깨를 툭툭 치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순수한 면이 있어서 참 좋았고요. 그리고 그 자연이라는 것이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자연들도 좋고. 그리고 거기 구름은 제가 깡충 뛰면 잡을 수 있을 만큼 낮고 아주 희더라구요. 그런 구름이라든지. 그리고 제가 예를 들면 바오밥나무 한 그루를 봐도, 책표지가

박인규 : 저도 표지를 봤는데 그건 나무라기보다는 거대한 건물 같아요. 굉장히 크던데 그게 3천년 됐다는...

구혜경 : 네. 3천 년 된 바오밥 나무거든요. 바오밥나무 수령이 5천 년이라고 하는데요. 이 나무가 어린왕자에 나오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신이 처음 만든 나무라고도 하고, 마치 가지가 뿌리처럼 보여서 악마가 나무를 뽑아서 거꾸로 심은, 악마의 저주를 받은 나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그 3천 년 된 나무를 바라보면서 그 나무가 세렝게티 국립공원 가는 길에 있거든요. 언덕에 있는데 그 아래쪽에는 다른 타란기레라는 국립공원이 있어요. 아주 나무가 빽빽하게 있어서 사람들이 잘 들어가지 않는데요,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라는 것이 나무인 거예요. 내가 없다. 그 나무인 거죠. 그래서 이 나무가 정말 나무구나. 3천년 동안 여기 서서 새들이 날아오고 동물들 오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길이 나고, 이런 것들을 묵묵히 지켜봤겠구나, 하면서 그 나무 하나만 봐도 참 느끼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지더라구요.

박인규 : 3천 년이면 우리나라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갔다 오신 지가 1년 반이 됐는데 다시 한 번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구혜경 : 저희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프리카 얘기를 해요. 아이들이, 엄마 우리 또 사파리 가서 사자 한 번 봐야 되지 않을까? 하고 얘기하고. 가서 살고도 싶어요. 사실 살려고 한 번 해봤는데 먹고 살 방법이 없어서요.

박인규 : 말씀을 들으면 굉장히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 낭만적이었달까 그런 느낌이 드는데 사실 요즘은 아프리카를 제3세계도 아니고 제4세계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를 합쳐서 실패한 지역이다. 덥기도 하지만, 풍토병도 있지만 워낙 정부가 잘 못해서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다. 굉장히 내전도 많고. 하루에 1달러로 사는 사람들이 거의 다고. 그런 생각들이 많은데, 실제로 가봤더니 사람들이 살 만하던가요?

▲ ⓒ프레시안

구혜경 :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거죠. 제가 이 책을 낼 땐 저희가 갔다 왔던 행복한 아프리카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행복하고 멋지고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아프리카가 아니라 잘 모르고 알지 못했고, 그리고 어려웠던 아프리카에 대해서 다른 정보를 좀 드리고 싶었어요. 아까 더운 것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가난하고 더럽고 내전도 많죠. 그런데 거기 가면 전기가 안 들어오기도 하고 물도 잘 안 나오는데 그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서도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전기가 안 들어와도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정말 하나를 더 달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그 별빛을 감상하게 되고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더럽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손으로 음식을 먹거든요. 저도 그게 너무 낯설었는데 그런 생각이 어느 날 들더라구요.

우리가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이 먹었던 수저로, 몇백 명 몇천 명이 먹었던 수저로 먹는 것이 과연 깨끗할까. 나의 손은 저만이 쓰는 제 전용 수저거든요. 이걸로 먹고 깨끗하게 씻고. 그런 그 사람들의 그런 것이 더 깨끗할까. 어떤 것이 더럽고 깨끗하다를 판단할 수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내전이 많다고 하셨는데 탄자니아는 내전이 없이 참 평화로운 나라였기도 하고, 저는 현재 아프리카에 인류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문제들을 일으킨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니고 그곳에 들어와서 아프리카를 괴롭힌 서양 열강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로 인해서 지금 문제들이 커져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분하고 얘길 하다가 그런 얘길 하시던데 아프리카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다른 대륙에 노예로 끌려갔잖아요. 그랬기 때문에 인류가 어쩌면 이 정도 아닌가 얘길 하시더라구요.

박인규 : 이 정도라는 건 어떤 거예요?

구혜경 : 그나마 이렇게 살아간다는 거죠.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졌던 신과 대화하고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의 소리를 알고, 그랬던 사람들이 세계로 퍼져 나갔기 때문에 그나마 인류가 이렇게 유지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길 하시더라구요. 저는 일면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 봤거든요.

박인규 : 아프리카인들의 희생을 통해서 누리는 것도 많이 있다. 그런 측면.
한국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잖아요.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빨리빨리부터 배운다고 하던데, 탄자니아에서는 뽈레뽈레라는 말을 많이 쓴다면서요? 이게 무슨 뜻이에요?

구혜경 : 탄자니아 어디를 가든 뽈레뽈레와 하쿠나마타타라는 말을 듣는데, 하쿠나마타타는 아마 라이온킹 영화에 나온. 하쿠나마타타는 걱정하지 마. 돈 워리, 이런 뜻이에요. 그리고 뽈레뽈레는 말은 빨리빨리와 비슷하지만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에요. 길을 가면 뽈레뽈레, 하쿠나마타타, 참 많이 듣고 많이 써요.

박인규 : 왜 그런 말들을 많이 쓰게 됐을까요 그 사람들?

구혜경 : 아마 기후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뜨거운 기후와 날씨를 그들 나름대로의 시간개념과 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서 아마 한국에서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좋은 의미로 부지런하게 살면 병들거든요. 아파서 죽는다더라구요.

박인규 : 그 자연에서 살기 위해서는 느긋함이 있어야 된다.

구혜경 : 그렇죠. 그네들의 시간관념을 따라가야 되는 거고 그것이 바로 뽈레뽈레더라구요. 여유있게 천천히.

박인규 : 탄자니아에 6개월 동안 사시면서 혹시 이웃이라든가 탄자니아 분 중에서 가깝게 지냈던 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구혜경 : 제가 얼마 전에 신문에서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거기 경비원들이 많거든요.

박인규 : 보니까 문만 열어주고 닫는 경비원들이 많다고.

구혜경 : 빈부 차가 심해서 은행이나 가게, 집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많은데요. 그 경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친구인데요, 이슬람 교도였구요. 그 친구를 통해서 제가 이슬람 교도에 대해서 편견을 좀 깬 부분이 있구요. 그리고 그 친구를 통해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많이 느꼈거든요.

박인규 : 예를 들자면 그 분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 될 것...

구혜경 : 굉장히 경건하더라구요. 맥주도 한 잔 하고, 이런 얘길 하면 절대 알콜음료를 안 먹는 거죠. 그리고 열심히 경전 보면서 생활하고 있고. 넌 인생의 즐거움이 뭐니? 했더니, 그냥 경전 읽고 아이들한테 경전 가르치고, 그리고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마시면서도 즐거울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구요.

박인규 : 지금 아프리카에 사시는 한국 분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많이 있습니까?

구혜경 : 저희가 살았던 탄자니아 아루샤에는 12+2라고 했었는데요, 14+2인가? 14가족이 선교사 분들이고 딱 두 가족인 저희들만 일반인이었어요. 그리고 국제협력단에서 오신 분들 계시고.

박인규 : 혹시 구혜경씨와 비슷한 취지에서 혹시 우리 애들한테 태초의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 가시고 싶다. 그런 분들이 있다면 이건 꼭 준비해라. 어떤 게 있을까요?

구혜경 : 제가 볼 때는 특별히 준비할 건 없고, 그 여유를 느끼고 아프리카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지셔야 되는데 심심하거든요. TV를 들여놓으시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좀 심심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그 까만 친구들과 친구가 될 생각을 하셔야 돼요. 우리 안에도 식민성이 있거든요. 백인에게는 왠지 고개 숙이고 피부가 검은 그 사람들에게는 고개를 쳐드는 부분이 있어요. 진정으로 그 사람들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아프리카에 다시 가실 생각은 없어요?

구혜경 : 저는 늘 같이 갈 친구를 기다리고 있고요. 아이들이 학교 다녀서 긴 시간은 못 가지만 방학때라든지 이렇게 같이 가면 여행경비도 줄고, 또 다시 가고 싶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흔히 알아왔던 아프리카가 아닌, 사람이 사는 그런 의미에서의 아프리카가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구혜경 : 아프리카는 모든 여행의 끝이라고 하거든요. 인간의 문명이 있는 유럽이나 이런 곳도 좋은데요, 자연이 살아 있는 아프리카에 가시면 아마 우리 몸의 기억, DNA 속에 옛날 초원을 뛰어 놀았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셔서 훨씬 더 좋을 거예요.

박인규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구혜경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여름특별기획『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이야기』그 두 번째 시간으로 두 아이들과 함께 6개월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주부 구혜경씨와 함께했습니다. 내일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국내에서 일반인으로는 처음으로 남극 여행을 다녀온 여행가 장영복씨와 함께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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