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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서 시간 보내는 '마트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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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서 시간 보내는 '마트 어린이들'

일하는 부모, 방학중 맡길곳 없어 방치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의 한 대형마트 내 어린이 놀이시설에서는 한 어머니가 7살 남짓 된 아들에게 천원짜리 몇장을 쥐어주며 "이걸로 밥 사먹고 엄마 올 때까지 잘 놀고 있어야 돼"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자리를 뜬 뒤 이 아이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방과 가정용 게임기 코너 등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고 어머니는 이날 저녁 늦게서야 아이를 찾아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 나이 어린 자녀를 방학 기간에 맡겨놓을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한 부모들이 출근길에 아이를 지역 대형마트 매장에 내려놓고 퇴근길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1일 대구지역 모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속칭 '마트 어린이'로 불리는 이 아이들은 맞벌이 부부나 편부.모 혹은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매장 내에 설치된 놀이시설에서 노는 것이 질리면 비상구 계단으로 놀이장소를 옮기거나 게임코너로 가 시연용 가정용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고 배가 고플 땐 시식코너를 돌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 매장에서는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절반쯤 타고 올라간 뒤 난간을 넘어 아래로 뛰어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놀이를 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는 어른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마트 어린이'가 지난해 초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뒤 계속 늘어나 지금은 매장별로 5~8세 가량의 어린이 5~10명 가량이 낮시간에 상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들이 사고 및 범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대형마트 매장에 자녀들을 방치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마땅히 아이들을 맡길 공간이 없는 탓이 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기 중에는 지역 초등학교 상당수가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1~2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실을 열고 있지만 방학기간 이런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일부 초등학교는 굿네이버스 대구지부 등 시민단체와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방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학교는 대구지역 205개 초등학교 중 서너 곳에 불과해 대부분 학부모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신과 이종훈 교수는 "이렇게 자녀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부모가 자신을 버려놓았다고 생각하게 돼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질 수 있으며 만일 사고나 유괴 등 범죄 대상이 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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