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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리스트에게 양보없다"…한국 요청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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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리스트에게 양보없다"…한국 요청 사실상 거부

모호한 입장 버리고 선명한 거부 뜻 밝혀

미국이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해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을 구하는데 협조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탈레반과 절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교환은 절대 없다"는 아프간 정부의 공식 입장과 맞물려 최종 협상 시한을 1일 정오(한국시각 오후 4시 30분)로 못 박은 탈레반 납치세력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 아프간 대통령궁 "탈레반과 협상 절대 없다")
  
  '한국과 협력' 말하면서도 "미국 정책 불변"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 한인 인질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기존 정책을 바꾸거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납치범들과의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런 우리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은 끔찍한 사건이고, 우리는 분명히 한국과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갖고 있지만, 여러 해 동안 계속된 미국의 오랜 정책이 조만간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협력할 것임을 다짐하고,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인질들의 즉각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표면적으로는 탈레반, 실제로는 한국 정부 요구 거부
  
  이에 앞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케이시 부대변인은 "우리는 사태가 아주 어려운 상황임을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지 대사관과 관리들을 통해 한국과의 정기적인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라고만 말했었다.
  
  그러나 그 후 열린 공식 브리핑에서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원칙적이면서도 모호했던 그간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은 변화는 일차적으로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해야 인질을 풀어줄 수 있다는 탈레반 납치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인질을 추가로 살해한다고 해도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단호한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인질 구출작전 가능성을 시사해 탈레반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강경 입장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협조해 달라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피랍자 가족들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전날 "인질문제 해결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견지해온 원칙적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많은 소중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을 향해 '테러집단과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됐다.
  
  피랍자 가족들과 한국의 정치권 및 시민사회도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있어 미국이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며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 역할론을 일제히 들고 나왔었다.
  
  탈레반 수감자 중 적어도 3명은 미국이 직접 승인해야
  
  미국의 이같은 거부에도 불구하고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또 한 번 제시됐다. 탈레반이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1차로 석방을 요구한 수감자 명단에 미군이 신병을 직접 관리하는 인물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연합뉴스>가 이날 입수한 석방 희망자 명단을 통해 드러났다. 이 명단에는 1차 석방 희망자 8명이 있는데, 이들 모두는 풀리처키 아프간 중앙교도소에 수감돼 있지만 이중 3명은 미군이 신병을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탈레반 수감자들의 석방 승인권이 형식적으로는 아프간 정부에 있지만, 적어도 이들 3명에 대해서는 미국이 직접 승인을 해야만 석방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탈레반이 우선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들은 최고위급은 아니지만 탈레반 지역 조직의 사령관급 인사들이고 모두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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