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시민운동가 박원순 상임이사입니다. 박원순 이사는 1956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79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검 검사를 역임했습니다. 83년부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며 시민운동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2002년부터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재단의 총괄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지난달 저소득층의 소기업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소기업발전소를 설립했습니다. 또한국여성운동상을 비롯해 '아시아의 노벨상'인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박원순 변호사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시민운동의 영역을 개척하시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또 일을 내셨군요. 소기업발전소... 작년에 희망제작소를 만드셨고 이번에 이걸 만드셨는데 소기업발전소라는 게 어떤 겁니까?
박원순 : 사실 기업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드라마라든지 이런 데 너무 재벌기업 이런 것들만 소개돼서 아주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작은 기업들은 누구나 설립할 수 있는 거거든요. 외국의 농촌에 가보면 정말 작은, 농산물들을 가공해서 치즈를 팔기도 하고 가공품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는 걸 볼 수 있거든요. 그게 다 하나의 작은 가게고 회사고 작은 기업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업가적 정신이랄까, 이런 걸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려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 사실 지금 최근에 많은 경제단체장들도 우리나라에 미래성장동력이 있는가. 그동안 사실 아시아에서도 지금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다는 비관적 견해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저는 너무 큰 기업에만 우리가 의존하니까, 일반 국민들이 누구나 작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이런 기업가정신, 또 창업정신이 충만해야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성장동력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소기업발전소를 꿈꿨구요. 마침 하나은행 쪽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약 300억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합의가 돼서 소기업발전소가 창립된 거죠.
박인규 : 우린 보통 기업 하면 영리, 돈을 버는 게 기업활동의 최종목표고 가장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박 이사께서 하시는 소기업은 영리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박원순 :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라는 건 영리를 목표로 하죠. 하지만 그렇게 얻어진 영리... 이익을 반드시 특정 개인을 위해서 쓰는 것만은 또 아닌 거죠. 그래서 요새 일반 기업들도 사회공헌이라고 해서 수익의 상당 부분은 사회에 환원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근에 생겨난 컨셉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난번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누스 총재의 경우에도 사회적 기업을 말을 많이 하고 있고. 또 영국 같은 경우에는 얼마 전 물러난 토니 블레어 수상도 2010년까지는 영국의 총 GDP 중 20%를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충당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기업과 똑같이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그 목적이 비영리인 거죠. 이게 모순된 것 같은데, 그 수익을 사회자산에 쓴다든지 사회공공의 이익에 쓴다는 것이죠.
일반 기업과는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죠. 일반 기업은 돈 많이 벌어서 일단 경영진이, 대표이사 이런 분들이 많이 가져가시고 종업원들 임금 많이 주고 투자자들, 주주들한테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그 다음에 또 기술이나 미래에 투자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그렇게 돈을 벌어서 그 종업원이나 대표가 가져가는 게 아니고, 사회 이익에 쓴다는 거죠. 쉽게 말씀드리면 아름다운 가게를 연상하시면 되는데요, 아름다운 가게도 사실 헌 물건을 기부받는 것이긴 하지만 그걸 수선해서 판매하는 건 기업처럼 똑같거든요. 저희도 효율성이나 생산성, 이익을 많이 따지죠. 그렇지만 그 돈은 전액 불우이웃에 사용되는 것이거든요. 이런 게 사회적 기업이죠.
박인규 : 나름대로 이윤을 남기지만 그걸 가능하면 전부 사회로 환원시키는. 그렇다면 하나은행에서 300억을 내셔서 하신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을 골라서... 지금 알려지기로는 약간 저이자에 장기 자금을 대출해 준다. 또 나아가서 기업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상담해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기업을 키워가실 건지...
박원순 : 우선 저희들이 지원대상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은 사회적 소기업. 방금 말씀드린 것 같이 뭔가 공공적인 이익을 고민하는 기업들. 그 다음에 농업... 농촌 지역에 가면 지금 IMF이후 또는 최근 FTA가 체결된 이후 위기가 높아져 있는데, 그냥 사실 쌀이라든지 밀이라든지 채소, 이런 것들을 생산만 해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걸 가공해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이런 농업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일. 그 다음에 은퇴자나 청년실업도 많고, 주부들 이런 분들이 하는 창의적인 소기업들. 이런 걸 저희들이 카테고리로 지원하려고 하고요. 그 다음 기존에 이미 하고 있는데 자금이나 경영노하우 부족 때문에 고생하는, 이런 이미 창업된 기업들과, 또 아이디어는 갖고 있는데 아직 창업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을 분류해서 지원할 생각이고요. 처음부터 저희들도 많이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좋은 모델들을 만들어서 성공사례들이 생겨나면 계속 확대해갈 생각입니다
박인규 : 박 변호사께서는 평소에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소신을 갖고 계신데, 실제로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 이건 꼭 될 것 같은데 돈도 없고 구체적인 노하우가 없다. 그런 분들은 소기업발전소에 신청을 하면 되는 겁니까?
박원순 : 저희들이 하나은행과의 실무적 과정을 다 거치지 못해서, 지금 당장 어느 때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는데 한 2, 3개월 지나면 공모를 할 생각이구요. 그래서 그런 분들 계시면 응모해 주시고, 저희들이 여러 가지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서 지원대상이 정해지면... 충분치는 않을지 몰라도 어쨌든 기초자금의 지원, 또 자금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작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이 갖는 어려움이 많지 않습니까? 등록하는 문제,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 마케팅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이런 것들에 있어서 저희들이 전문가들 네트워킹해서 지원해 드리려고 하는 것이고요. 특히 저희들은 자금지원 못지않게 지금 기업 경영을 해본 사람들이 은퇴하고 계시잖아요. 이런 전문가들을 저희들이 사회적으로 잘 모아내서, 이 분들이 작은 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것도 자금 지원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인규 : 사회적 기업이라는 걸 말하자면 소기업발전소에서 키워주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들의 선구적인 모델이랄까... 아름다운 가게를 말씀하셨습니다만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걸 하실 만한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과연 많이 신청할 것인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박원순 : 지금도 이미 사실은 전국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실업자들을 모아서 청소용역업체를 만들어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어서 청소를 하는 회사도 있고요. 그 다음에 헌 물건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와 같이 그걸 또 판매하는 가게를 만든다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데 아직도 시작이라고 봐야 되죠. 정부도 이런 사회적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작년 연말에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지원절차와 요건을 정해 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죠.
박인규 : 보통 기업 하시는 분들 말씀 들어보면 한 10개 정도의 기업이 만들어지면 8개는 망하고 한 개가 이윤을 남기고 한 개는 근근이 살아가는 정도다. 물론 사회적 봉사도 중요하지만 기업으로서 살아남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무엇보다 사회적 소기업을 선발해서 지원할 때 과연 이 기업이 생존가능성이 있고 또 앞으로 좋은 일을 할 거라는 걸 어떻게 누가 평가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사회적 소기업들을 골라내고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확보 되셨나요?
박원순 : 맞습니다. 기업이 성공하는 게 쉽지 않죠. 누구나 다 기업을 성공시키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특히 과거의 벤처기업 같은 걸 보면 90%는 몰락하는 이런 경험을 우리가 갖고 있는데요. 그런데 특히 저희들이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들, 또는 농촌기업들 또는 은퇴자나 청년들이나 주부들이 만드는 이런 기업들은 사실 제가 보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고, 또 상대적으로 망할 것도 없는 작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저희들이 말하자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과 또 그런 열정이 있는 분들을 잘 판단해야 되는데, 다만 그것이 너무 엄격하면 지원할 대상이 없어지는 것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일반 은행의 업무라기보다는 사회적 공헌으로 규정하고 있구요. 물론 그렇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 입장에서는 그래도 가능하면 우리가 지원하는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저희가 듣기로는 대출심사를 희망제작소에서 전담하시고 거기에 나름대로 상당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신다는 혹시 그런 분들을 지금 소개하기가 이른 건가요?
박원순 :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이미 운영위원회에 한 30여 명 모셨구요. 이 분들이 중심이 돼서 각 분야마다 소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방금 말씀하신, 어떤 기업을 지원할 것인지... 지원심사 소위원회도 만들었고, 경영컨설팅 소위원회, 마케팅 소위원회, 홍보 소위원회, 또 작은 소기업들을 연구할 필요도 있어서 그 안에 사회적 기업 연구소도 만들 예정이구요. 그래서 이런 일들을, 우리가 돈이 많아서 전문가들을 다 고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미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시간을 내주시는 것. 그 다음에 이런 분들 중에 50대가 되면서 은퇴하신 분들을 조금 더 시간을 많이 내주시도록 요청해서 전문가 그룹들을 분야마다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보도에 따르면 하나은행에서 매년 100억씩 3년 동안 300억을 지원하는 걸로 돼 있고, 지원은 5천만 원에서 5억 원까지 한다. 소액대출이라기보다는 상당히 큰 돈이고. 5억으로 따지면 1년에 한 20개를 지원하는 건데, 기금이 바닥나는 게 아니냐. 말하자면 너무 큰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하시는 것 같아요.
박원순 : 아직 그런 금액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해지지는 않았구요. 그 다음에 처음부터 저희들이 본격적으로 하기보다는 저희들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되니까 초기에는 지원대상을 적게 선정해서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그 다음에 만약 그것이 바른 선택이었다면 좀 더 확대해서 보다 더 많은 소기업들이 지원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원을 받은 기업이 어느 정도, 예컨대 1년이 지나면 상환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 돈, 원금을 반드시 처음에 다 써버리는 건 아니구요, 계속 그 원금이 다시 회수되면서 또 다른 사람한테 더 이익이 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고. 그 다음에 저희들이 하나은행 쪽에서도 원금이 300억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는 건 알고 계시기 때문에, 만약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추가로 출원해 주실 용의도 있다고 말씀하셨고. 또 더 나아가서 저희들이 하나은행 외에도 국민기금을 모아서 이런 소기업들이 좀 더 많이 창업하고 또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의 힘으로 더 확장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거든요.
금년 1월에, 2007년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라는 잡지를 보면, 2007년을 움직일 획기적인 아이디어 스무 가지를 선정했는데, 그 중에 두 번째가 Entrepreneur Japan... 기업가정신의 일본. 이런 것을 내세웠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저는 이런 큰 기업뿐 아니라 작은 기업들이 보호되고 육성되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도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 그래서 저는 하나은행만이 아니라 이런 일에 관심 있는 많은 기업들, 또 국민들이 이런 일에 함께해 주실 거라고 믿고요. 처음 초기에 우리가 좋은 성공사례를 1, 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어떤 은행에서 광고를 하시면서 개인도 기업이다. 그런 카피를 본 것 같은데, 말하자면 그런... 모든 개인도 1인 기업이 돼서 할 수 있다. 그런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박원순 : 그렇습니다. 가만 따지고 보면 1인 기업도 참 많거든요. 혼자서 하는 기업이 굉장히 많죠.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지 않습니까. 돈이 없는데 남을 어떻게 고용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아름다운 가게를 하면서 사실은 한 번 잠깐 실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배워 왔는데요, 박스샵이라고 해서 책꽂이에 보통 한 두 단 정도 이런 것을 한 개인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물건을 와서 전시할 수 있게 하니까요, 주부들이 어떤 분은 양초공예를 해서 예쁘게 만들어서 가져오신 분이 있고 어떤 분은 인형을 만들어서 가져오시고. 이렇게 해서 한 벽면에 수십 개의... 주부들이 나름대로의 생산물을 가져와서 판매하고 있는 걸 봤거든요. 너무 예쁘고 잘 팔렸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정말 주부들 누구라도, 또 은퇴한 분들 누구라도, 또 청년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되기 너무나 힘들지 않습니까? 자기가 작은 걸 하나 창업할 수 있죠. 이런 흐름이 커진다고 하면 저는 그것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박인규 :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를 뵙게 되면 굉장히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신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참여연대를 하시다가 아름다운 가게를 하시다가, 희망제작소까지 오셨는데 또 소기업발전소를 하셨어요. 다른 것보다도 소기업발전소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왜 이게 필요한 건지...
박원순 : 저희들은 소기업발전소를 창립하면서 이런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요새 헌법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만, 헌법을 수정해야 된다. 수정헌법 제 1조는 모든 국민은 소기업 사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저희들은, 좀 과장한 것이지만 이런 말씀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외국에도 다녀보고 또 우리나라 농촌도 작년부터 지역사회를 쭉 돌아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희망이 뭘까? 이런 고민들을 해보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문화예술이라든지 생태적인 사회라든지 이런 쪽으로도 가야 되지만, 동시에 또 어쨌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먹고 사는 것도 해결돼야 된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무 대기업 의존적이지 않냐. 사실 지난번 IMF 위기가 오게 된 것도 그런 측면이 있거든요. 같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사실 싱가포르나 대만은 무너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기업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구요. 물론 소기업은 정부가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관료주의적인 한계 때문에 정부가 돈은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사실 그게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이 안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시민사회 입장에서 기업과 더불어서 이렇게 함께한다면 좀 새로운 차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해오고 있죠. 저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으면 실천을 하게 되더라구요.
박인규 : 당초에 작년에 희망제작소를 만드실 때는 저희가 알기로는 지자체에 큰 도움을 주겠다. 그런 취지로 알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의 지방자치단체 관련한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박원순 : 네. 지금 계속 하고 있죠. 그래서 일부 지자체와는 저희들이 컨설팅을 해서.. 예컨대 충청남도의 경우에는 저희들이 MOU도 체결했구요. 작은 지자체의 경우에도 마을을 개조한다든지 새로 디자인하는 것도 저희들이 하고 있고. 그 다음에 조례 연구소 같은 것도 만들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들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그것이 조례 형태로 만들어져야 되지 않습니까? 시장이 바뀌면 싹 다 바뀌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것이 실현돼야 되니까, 예컨대 어떻게 하면 좋은 조례를 만들어서 지속 가능한 행정이 가능한가. 예컨대 이런 일들을 하고 있고,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죠.
박인규 : 한때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셨는데 지금도 혹시 정치권에서 그런 요청이 있습니까?
박원순 : 이제는 그런 소리 없습니다. 제가 금년 초에 그런 얘기들이 뭐 오갔습니다만, 제가 그런 뜻이 전혀 없는 것을 수차례 밝혔구요. 그리고 저는 세상에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성취를 이루고, 그래서 하나의 모델이 되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는가. 뭐, 어느 한 분야에서 조금 이름이 났다고 해서 누구나 다 정치를 하고 대통령을 꿈꾼다면 그 한 분야 분야의 건강성이 좀 훼손되지 않을까
박인규 : 최근 범여권이 통합움직임을 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 계신 분들이 상당 부분 그 안에 참여하셨어요. 그런 시민사회단체 하시던 분들의 정치참여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박원순 : 우리나라 정치가 정상화돼야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떻게 보면 정당한 일일 수도 있구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어떤 단체가 정치적 정파성이랄까 이런 것을 보이면 그만큼 국민들의 일반적, 보편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렵죠. 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국민들한테는 지지를 받을지 몰라도. 그렇기 때문에 제가 과거 참여연대나 아름다운재단이나 희망제작소를 해오면서는 저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저희들이 특정 정파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서 일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와는 확실하게 거리를 뒀던 게 사실이고요. 그런데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런 분들이 정치적 행보를 하는 걸 제가 뭐, 물론 말리고 싶습니다만 반드시 반대할 수는 없어서, 그런 분들이 이왕 그렇게 하셨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가 정상을 찾는, 그래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그런 정치상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90년대 이후로 사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이 상당히 역할을 많이 했고 영향을 많이 줬는데 최근 들어서는 침체됐다는 평가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사회적 소기업 형태든 시민운동 형태든 간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우리들의 삶에 많이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오신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 시민운동이 이런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지막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원순 : 맞습니다. 시민운동이 최근에 와서 조금 국민들로부터의 지지나 후원이 사실 조금 줄어드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저는 어떻게 보면 또 시대적인 추세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건,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참 많이 했거든요. 깨끗한, 투명한 정부를 만드는 일이라든지 기업의 경영행태를 보다 더 투명하게 만든다든지 이런 일들을 참 많이 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들이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진단 말이에요. 정부도 그런 걸 과감히 받아들여서 정부의 정책으로 만든다든지. 기업도 과거보다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좀 달라지고 있죠. 큰 틀의 정치개혁이라든지 경제개혁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또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해결해 가야 될 작은 주제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저는 시민운동이 이렇게 이동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싶구요. 그런데 어느 나라 선진국을 보더라도 결국 시민사회가 튼튼하고 성숙할수록 선진국이 되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는 시민단체가 60만 개라고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시민사회는 아직도 시작이라고 생각하구요. 과거에는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와서 시민운동을 했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은퇴한 사람이라든지 주부라든지 청년들이 와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시민운동을 벌여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시민운동의 주역도 교체돼야 하고 주제도 바뀌어야 되고. 이런 새로운 전환기에 있는 게 아닌가. 제가 희망제작소를 시작하고 소기업발전소를 하고, 이런 것도 사실, 과거에 이런 건 없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시민운동의 싱크탱크도 필요하고. 또 새로운 기업의 영역에서도 과거의 기업을 비판하고 이런 운동만이 아니라, 사실은 이런 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시민운동도 생겨난 것이죠. 그래서 이런 다양화되고 보다 더 성숙한 시민사회가 더 아쉬운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박인규 : 소기업발전소와 희망제작소, 앞으로 잘 돼서 우리나라 모든 시민들 하나하나가 기업이기도 하고 시민단체이기도 하고,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원순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초대해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남은 과제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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