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수감자 석방안하면 오늘 오후 인질 살해"

한국시각 6시 30분 제시…아프간정부에 최종 압박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25일 오후 2시(현지시각. 한국시각으로 6시 30분) 한국인 인질 중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탈레반 대변인으로 알려진 유수프 아마디는 <AFP> 통신과 전화통화에서 "(협상)시한은 이미 만료됐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아마디는 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무성의하게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디는 <AP> 통신에도 전화를 걸어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4시~6시 30분) 사이에 한국인 인질 중 몇 명(a few)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고, <로이터>와의 통화에서는 "인내심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낙관했던 아마디 대변인의 이같은 메시지는 인질-수감자 '8 대 8' 교환을 아프간 정부가 수용하라는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납치세력이 석방 희망자 8명의 리스트를 회수해 갔다', '리스트 작성에 납치세력 내부의 논란이 있다', '인질 몸값 요구로 방향을 바꿨다' 등의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어 탈레반이 실제 살해 행위를 하겠다는 경고라기 보다는 협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와헤둘라 무자다디는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탈레반이 제출한 석방 희망 수감자) 명단을 갖고 있으며 8명의 석방 가능성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즈니주(州) 경찰총수인 알리샤 아마드자이 역시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나는 그들(탈레반)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모른다. 인질 살해는 아프간 문화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관용과 인내를 발휘할 것을 탈레반에 호소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보도가 나온 후 끝난 안보정책조정회의 후 회의 결과에 대해 '달리 전할 말이 없다'고 밝혀 심각한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을 낳게했다.

하지만 협상시한을 거듭 연장하면서 위협의 강도가 낮아져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탈레반이 실제 행동에 옮길 수도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