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제3지대 대통합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25일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의 탈당은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이 통합민주당을 떠났다는 상징으로 읽혀져 '열린우리당 배제론'을 고수해온 박상천 대표를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더해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중도신당 출신 의원 20명이 8월5일 제3지대 신당 출범에 맞춰 탈당하면 민주당은 8석의 미니정당이 된다.
DJ의 '복심' 김홍업, 조용한 탈당
김 의원으로서도 이번 탈당의 부담이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사면 복권된 뒤 지난 3월 4.25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략공천에 대한 만만치 않은 내홍과 지역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밀어붙였고 선거기간에는 당 지도부가 선거구에 총출동할 정도로 대거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런 민주당을 입당 4개월 만에 등지게 됐으니 김 전 의원의 속내도 편할 수만은 없다. 김 의원이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25일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지역구에만 머문 것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DJ의 정치개입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김 의원의 '조용한 탈당'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 측은 "침묵 자체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고 별도의 설명이 필요치 않은 것 아니냐"며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 자체가 무언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 의원이 지역구에 내려와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통합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대통합이 지역민심을 대표하는 대세임을 강조했다.
이날 유선호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도 개별적으로 통합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를 기화로 지역위원장들과 광역, 기초의원들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천 "민주당 탈당은 배신행위"
민주당은 김 의원의 탈당에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특히 '민주당을 버린' DJ의 대통합 주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광역·기초의원 간담회를 열어 탈당 세력에 대해 "당을 떠나서 일신의 안위를 탐하는 것은 배신행위"라며 "배에서 뛰어내려 보트타고 도망가면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가 폭풍에 흔들릴 때 선장과 기관장, 선원이 일치단결해 배가 좌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추가동요를 단속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오늘 오전 김홍업 의원과 통화해 탈당을 만류했다"며 "50만 당원과 함께하는 큰 길을 두고 샛길로 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국정실패로 지지층을 한나라당으로 돌아서게 한 열린우리당과 잡탕식 대통합을 할 경우 대선은 하나마나한 것"이라며 기존의 '열린우리당 배제론'을 다시 확인하면서 "민주당이 똘똘 뭉치면 대한민국 어떤 정치세력도 민주당을 밟고 지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DJ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이상열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은 아무래도 (DJ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볼 가능성이 많지 않겠느냐"며 "DJ는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순형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통합민주당이 독자적 길을 간다면 그를 바탕으로 독자경선에 참여하겠다"며 박 대표의 독자노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김홍업 의원과 지역 정치인들의 탈당이 DJ의 복심과 호남 지역의 민심이반으로 확인될 경우 8석짜리 미니정당 민주당이 현 기조를 유지해 갈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 쪽에서는 박상천 대표의 결단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 대표의 이날 간담회는 전남지역 단체장 중에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초라해진 당 분위기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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