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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6자회담과 향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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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6자회담과 향후의 과제

[창비주간논평] "남북관계 진전 급선무"

2·13합의 이행을 위한 제6차 6자회담이 지난 3월 휴회한 지 4개월 만에 재개되었다. 이번 회담은 2·13합의 초기단계 조치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북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 그리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 등 다음단계 조치의 이행문제 등을 협의하고 7월 20일 종료됐다.
  
  회담을 종료하면서 발표한 언론보도문에 따르면 각국은 8월 중에 비핵화, 에너지, 경제지원, 동북아 안보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관계 정상화의 5개 실무그룹 회의를 모두 열기로 했다. 그리고 9월 초에 2단계 회의를 개최하여 실무그룹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공동 컨센서스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어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및 공동 컨센서스의 이행을 확인하고 촉진하며 동북아 안보협력을 증진시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6자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북미관계 해빙과 핵문제 해결의 조짐
  
  이번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2·13합의 이후의 진행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13합의의 핵심사항의 하나였던 BDA문제는 예상 밖의 장애에 부딪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지난 6월 19일 마침내 해결됐다. 그 과정에서 북·미 양자간에 진지한 대화가 진행됨으로써 BDA문제 해결의 지연이 오히려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됨으로써 북·미 양자대화의 전기를 이루었다.
  
  이는 BDA문제 해결 직후인 6월 21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초기조치 이행 등에 대해 협의하는 일로 이어졌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방북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고위인사의 북한행이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의 힐 차관보 방북 요청에 대해 냉담한 거부입장을 보여왔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힐 차관보의 방북과 그후 그가 밝힌 "연내 불능화, 2008년내 완전 비핵화 달성"이라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전망 등을 고려해볼 때 미국은 향후 비핵화 과정과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고, 북한은 2·13합의에 따른 원자로 가동 중단과 불능화 등 다음단계 조치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북의 이행의지 천명
  
  힐 차관보의 방북에 이어 6월 2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북한 초청으로 방문해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를 비롯한 5개 핵관련 시설의 폐쇄, 봉인과 검증, 감시 방식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했으며 우리 측이 2·13합의에 따라 우선 제공하기로 했던 중유 5만톤 중 1차분 6200톤이 도착한 7월 14일, 드디어 북한은 IAEA의 통제하에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는 가운데 7월 2일에는 양 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인사들과 양국관계와 6자회담 등 상호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양 외교부장에게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징후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2·13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했다.
  
  이번 6자 수석대표 회담은 BDA문제 해결 이후 한달 동안 진행된 일련의 상황 진전의 연장선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의 신고, 그리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기초적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를 '행동 대 행동'으로 연계하기 위해 5개 실무그룹 회의에서 구체적, 실무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다음단계 조치 이행의 로드맵 작성을 위한 2단계 회의와 6자 외무장관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대해 합의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큰 틀 합의, 구체적인 실천 남아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은 세부적인 문제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큰 틀에서는 9월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와 참가국들의 상응조치에 대한 이행시간표를 확정짓고 이를 실천해가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BDA문제 해결과정에서 경험한 것처럼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시한이 아니라 협상의 내용과 자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9월초 2단계 회의에 이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열릴 6자 외무장관회담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가 될 것이다.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적절한 별도 포럼" 가동 문제를 협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6자 외무장관회담이 성과를 거두게 되면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가능한 씨나리오의 하나로, 북한이 핵불능화를 추진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치적 상응조치를 검토하고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실행할 것이고, 이는 라이스 장관의 방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현단계에서 북한에게 핵포기 과정은 체제안정과 경제재건이 걸려 있는 막중한 사안이다. 한두차례의 회담에서 완전한 시간표와 로드맵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말 북핵 불능화를 목표로 차근차근 전진시켜 나가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북미간에 신뢰 분위기가 조성되고 BDA문제 해결과정과 최근 상황에서처럼 관계진전이 상응조치로 이어진다면 핵 불능화의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는 급변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이러한 상황을 보다 창의적으로 주도해나가기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소외되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그리고 국내적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정을 더욱 견실하게 만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한단계 더 진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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