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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구출 열쇠는 아프간에? 아니 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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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구출 열쇠는 아프간에? 아니 미국에!

"비밀협상으로 미국의 명분과 한국인의 생명 살려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간 탈레반 무장단체가 수감된 탈레반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 포로를 석방해 인질들과 교환할지의 여부가 겉으로는 아프간 정부의 결정 사항인 듯 보이지만, 하미르 카르자이 정권을 사실상 탄생시켰던 미국의 입김이 아프간 정부의 선택을 강하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랍된 한국인 23명의 운명이 실제로는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는 한국과 아프간
  
  미국의 태도가 중요한 것은 비단 카르자이 정권이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고 유지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현재 아프간에 2만5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이는 아프간 주둔 외국군 5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2001년부터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테러와의 전쟁'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프간 주둔 전체 미군 중 1만7000명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지휘하에 있고, 아프간 치안관할권이 지난해부터 나토군에게 넘어갔지만 나토군을 아프간에 끌어들인 나라 역시 미국이다. 즉, 미국은 아프간의 안보, 치안, 재건 등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탈레반 석방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거나 최소한 묵인할 경우에는 문제될 게 없지만,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강요할 경우 아프간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은 아프간 정부의 대책회의에까지 참여하며 인질 구출 협상을 직간접적으로 주도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탈레반 인사들을 석방해서라도 인질들을 구출해야 한다고 아프간 정부를 압박할 경우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 협상 때처럼 만일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탈리아의 인질 구출을 비판했던 미국
  
  이번 사태에서 탈레반 석방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다만 아프간 주둔 미군 대변인인 데이비드 악세타 중령을 통해 "우리는 한국 시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악세타 중령은 또 "인질구호를 위한 군사작전은 오로지 아프간과 한국 정부의 요청 이후에나 실시할 것"이라고 말해 인질들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대니얼 마스트로쟈코모의 석방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의 입장도 유추가 가능하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탈레반 재소자 5명을 석방해 마스트로쟈코모 기자를 구해내도록 압력을 넣은 이탈리아 정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납치범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향후 나쁜 선례로 남아 유사한 사건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그같은 거래가 미국을 놀라게 했고 아프간에 있는 미군 등 서방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고 말했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아프간 같은 곳에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그런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경고는 아프간 정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 아프간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탈레반 죄수 석방은 '1회성 거래(one-time deal)'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따라서 <AP> 통신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아프간 정부가 이번에도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줄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탄력적인 정책 변화 필요" 주장 잇따라
  
  이처럼 아프간 피랍자 구출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인 23명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프간·이라크에서의 한국군 주둔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3일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수감자들을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 피랍자를 맞교환하자는 탈레반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최성 의원(무소속)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인질 구출협상에 있어 실질적인 열쇠는 아프간 정부보다는 미국 정부에 있다"며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테러단체와의 협상에 있어 미국이 주도적인 배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인질 석방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나마 미국의 탄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부시 대통령에게 피랍 한국인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통화를 긴급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 인질의 맞교환 협상이 철저한 비밀협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미국은 명분을 살릴 수 있고 한국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며 미국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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