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입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932년 대구 출생으로 1957년 연세대학고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입사해 주일특파원와 주미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1963년 제 6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8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국국민당과 국민신당 총재를 역임했으며 1993년과 2000년, 제 14대와 제 16대 국회의장을 지냈습니다.
박인규 :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제가 원로 정치인이라고 소개 드렸습니다만, 아까 스튜디오에서 인사 나누면서 악수를 할 때 손목 힘이 아직 대단하시고 정정하신 것 같습니다.
이만섭 : 아직 청년이에요
박인규 : 정치를 오래 하시던 분이 정치를 딱 끊고 집에 들어앉게 되면 뭔가 굉장히 어렵다고 하던데요, 바쁘시다가 한가해지면.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이만섭 : 그런데 저는 한가하질 않아요. 오늘도 방송국에 나오라고 해서 나오지 않았어요? 또 7월 17일은 제헌절 행사에 제가 나가요. 또 내일은 독서아카데미 개소식에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해서 축사를 하구요. 주로 축사, 인터뷰 이런 데 많이 나가고 있어요.
박인규 : 정치원로로서 말씀을 듣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이만섭 : 그러니까 원로가 여러 분 계시는데, 그러나... 내 자랑 같아서 미안하지만 내가 돈과 전혀 관계 없고 깨끗하게 정치를 했기 때문에. 또 국회의장 때 깨끗하게 국회운영을 해서 나를 자꾸 찾는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지 나가서 이야기 해줄 생각이에요.
박인규 : 오늘이 59주년 제헌절인데, 제헌절이 4대 국경일 중 하나 아닙니까?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초등학생 중에 4대 국경일이 뭔 줄 아냐고 했더니 제대로 답한 사람이 절반이 안 된다고 해요. 참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제헌절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될까요?
이만섭 : 제헌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기본질서를 위한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날이 바로 7월 17일이에요. 7월 12일에 국회에서 제헌헌법이 통과되고 17일에 정식으로 공포했어요. 그리고 그 헌법에 의해서 7월 20일에 국회에서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박사를 뽑고, 그리고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서 세계만방에 우리 정부를 공포하게 된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탄생의 기초를 만든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박인규 :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게 한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을 만들어 공포한 날. 사실은 우리나라 헌법이 참 여러 번 개헌이 돼서, 일부에서는 심지어 누더기가 됐다고까지 말하는데, 최근... 올해 초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른바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해서 개헌발의를 해서 굉장히 우리 사회가 시끄러웠습니다. 결국 개헌발의를 유보하는 걸로 마무리되긴 했습니다만 청와대가 추진한 개헌발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만섭 : 그 전에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바람과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어요. 예를 들면 9번 개헌을 했지만 2번은 민주적으로 개헌됐고. 4.19 직후 60년도 내각책임제 개헌하고 87년도 6.29선언 이후 직선제 개헌. 그 두 번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권력창출을 위해서, 또 권력 연장을 위해서 유린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는 정말 헌법을 존중하고 지키는 정신을 모두 가져야 됩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개헌발의를 보류한 것은 아주 잘 한 겁니다. 처음부터 할 필요 없는 걸 했다구요. 왜냐면 국회 통과되려면 재적의 3분의 2가 필요한데 그러고 난 뒤에 국민투표를 붙여요.
그러니까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 수가 재적의 3분의 2도 안 되고. 그뿐 아니라 국민들도 거의 전부가 노대통령 임기 중에는 개헌 안 하는 게 좋다는 여론이에요. 난 처음부터 그건 국회에 발의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인터뷰 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발의한 것은 필요 없는 짓을 했다구요. 그건 대통령의 실수에요. 그러니까 개헌은 다음 국회 18대 국회에 맡겨야 해요. 그리고 개헌이 되려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해선 안 되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되지 않고는 절대로 안 돼요. 합의가 돼야 돼요.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국회에서 합의가 돼야지 일방적으로는 개헌이 안 된다는 걸 모두 정치인들이 알아야 돼요.
박인규 :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유보했기 때문에 잘 된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청와대에서 개헌발의를 하면서는 대통령 중임제를 한 번 도입해 보자, 또 대통령선거와 총선과 지방선거가 따로 떨어져 있으니까 말하자면 낭비가 많으니 합쳐보자는 취지로 개헌발의를 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만섭 : 지금 청와대가 개헌발의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다분히 일리 있어요. 그건 연구할 가치가 있어요. 그러나 그걸 굳이 대통령께서 해야겠다는 건 무리였어요. 그런 개헌의지만 보여주면 되지 내가 있는 동안 개헌까지 다 하고 그만 두겠다는 건 과욕이라니까요. 지난번에 그건 보류를 잘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18대 국회가 오면 지금 말씀하시는 날짜 맞추는 문제, 선거 날짜를 동일하게 한다든가 중임제라든가 이런 데 국한하지 말고 보다 폭넓게... 앞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개헌을 우리가 어떻게 고쳐야 되겠느냐 하는 걸 폭넓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구요.
중임제, 그러지만 과거에 중임제를 했단 말이에요. 516 이후에 중임제를 했는데 3선 개헌을 해서 무리하게 정권연장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로 무리하게 정권연장을 해선 안 된다고 해서 단임제를 한 겁니다. 단임제 돼서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하고 잘 해왔다고. 그런데 굳이 지금 중임제를 꼭 할 필요가 어딨느냐 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요. 대통령 임기 5년제라도 한 3년 지나면 그때부터 벌서 다음 대통령 이야기 나온다고. 3년 지나면 국회에서 발언할 때 전부 다음 대선을 의식한다니까요.
그런데 4년 중임을 해놓으면 1년 지나고 2년째부터는 다음 당선될 궁리만 하고 모든 정책이나 국정이 다음 재선을 위해서 움직인다구요. 이것도 나름대로 폐단이 있다구요. 그러니까 중임제가 좋다, 단임제가 좋다는, 선거 날짜를 맞춰야 되겠다는 데 국한하지 말고 보다 폭넓게, 국가 백년대곌을 위해서 권력구조를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 또 이 나라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감정, 정경유착, 선동정치, 모략, 중상, 그리고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5년 동안은 바꿀 수도 없는 이런 문제... 이런 것들을 폭넓게 국회의원들이 연구하라는 말이에요.
박인규 : 중임제라든가 선거 시기를 일치시키는 문제를 떠나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만섭 : 그렇지요. 그러니까 근본적인 권력구도 문제를 심도 있게 서로 의논할 필요가 있어요
박인규 : 이만섭 의장께서는 정치를 40년 가까이 해오시고 여러 가지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봐오신 분이기 때문에 혹시 개헌을 한다면 이런 부분들을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겠다, 그런 부분에서 갖고 계신 복안이랄까 이런 게 있으십니까?
이만섭 : 나는 지금까지는 계속 직선을 주장해 왔고 직선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6.29 때에도 내가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표를 두 번씩 만나 설득했어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직선제를 하게 됐는데, 물론 6.10항쟁이라는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백업이 됐고 나도 설득을 많이 했지만 쭉 직선을 내가 주장한사람인데, 작금에 와서 고민하는 것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눈만 뜨면 전라도 경상도 지역감정이야.
또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않잖아요. 전부 정치자금, 대통령선거자금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 말이에요. 또 직선을 해놓으니까 인기전술이야. 포퓰리즘, 선동, 인기, 이런 문제. 또 하나는 앞으로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율 10%도 안 되는 사람이 나와서 국정을 맡아서 할 때 처음에는 다 50% 가까이 되겠지만 한 1년 있다가 10%밖에 안 되고 전 국민이 싫어한다. 이럴 때도 5년 동안 기다려야 돼요. 자기 부인 같으면 도리 없이 이혼도 되지만 이건 5년 동안 이혼도 못해요. 이런 문제 등등을 생각해서 이제는 근본적인 권력구조 문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이런 문제도 한 번 심도있게 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거국내각도 하고 여야가. 나라가 어려울 땐 거국내각, 연립내각을 하고 어려운 나라 국정을 같이 힘을 합쳐서 해야지 여야는 밤낮 원수고 적이야. 이런 문제를 18대 국회 가서는, 이제는 권력구조 문제도 좀 심도있게, 깊이있게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박인규 : 이 의장님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사실 87년 개헌 당시에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것이 온 국민들의 여망이었습니다. 87년 개헌의 가장 큰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직선제였는데, 최근에 와서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너무나 부족하다. 대통령이 독주하는 경우에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랄까요.. 그런 부분에서 아주 쉽게 말하면 내각제가 더 나은 게 아니냐. 예전에는 이원집정부제라는 말도 나왔는데 혹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만섭 의장께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오히려 내각책임제가 더 낫겠다든가, 그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이만섭 : 내 말이 그 말인데, 다만 국민들은 국회를 불신하니까. 대통령, 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걸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 돈에 좌우되지 않을까 하는 이런 것 때문에 그런데. 그러니까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하려면 우선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높여야 되고 의식구조를 바꿔야 되고, 모두가 나라를 구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될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런 것도 한 번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국민들은 그래도 내 손으로 내가 대통령 뽑아야지 하는 게 아직 굉장히 강합니다. 내 손으로 뽑아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느냐 하는 게 문제에요.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5년 동안 꼼짝을 못한다니까요. 그리고 탄핵을 한다고 하지만 탄핵하면 정국이 시끄럽지. 그리고 또 탄핵을 한다고 헌법재판소에서 그거 잘했다고 합헌결정을 내립니까? 안 내린다고요.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그러니까 이건 국민들도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박인규 : 지금 우리 정치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역감정을 말씀하셨는데, 일부에선 망국병이란 얘기도 하고. 지역감정이라는 것을 헌법의 개정을 통해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이만섭 : 지역감정은 지금 우리 국민들의 책임이 아니고 역대 대통령에 출마했던 사람들의 책임에요. 전부 다 말로는 화합해야 된다. 지역감정 없애야 된다고 하면서도 지역감정을 최대한 이용해서 됐다구요. 전부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또 지금 다가오는 선거도 모두가 지역감정을 이용하려고 생각합니다. 직선제 하면 지역감정 못 고쳐요. 그건 안 돼. 백 번 이야기해야. 그러니까 지금 직선제 가지고 지역감정 고친다는 건 말은 고친다고 하고 뒤로는 전부 지역감정을 이용하는데, 안 돼요. 다만 이제는 국민들이 대선 때 지역감정에 놀아나지 말아야 돼요.
그리고 나는 지역감정이 난센스, 무의미하다고. 나는 대구서 나고 자라고 대구 토박이지만 우리 집사람은 순 서울 토박이야. 그런데 내가 신문사에 있었고 하니 대학부터 서울에서 살았단 말이야. 그래서 서울 토박이와 결혼해서 애를 낳았다. 그 애들이 서울이지 그게 어딥니까? 그런데 내 큰딸은 누구와 결혼했는가 하면 전라북도 정읍 친구와 결혼했어요. 그러니까 내 딸의 아버지는 대구고 어머니는 서울이고, 내 딸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전라북도 정읍 친구와 결혼했어. 거기 난 내 외손자들은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어떻게 따져요. 대한민국 국민이야.
박인규 : 말하자면 정치지도자들이 조금의 지역감정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이만섭 : 정치인들은 백 번 이야기 해봐야 지역감정 이용해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따질 게 아니고 누가 진실로 국민을 위하고 진실로 나라를 위해서 일할 사람인가 하는 걸 판단해서 찍어야 돼요. 전라도 경상도 아무 의미가 없다니까요.
박인규 : 87년 개헌이 말하자면 최근의 개헌인데 그 당시의 개헌에 대해서는 직선제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직선제를 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부분이나 그런 부분에서 제대로 개헌을 못 한 부분이 있다. 또 20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우리나라 사회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회 여건에 맞도록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시민사회에서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만섭 : 그러니까 18대 국회 들어가면 헌법개정 심의위원회 또는 헌법연구위원회를 여야 동석으로 하든지 해서 만들어 가지고 지금 이야기하는 그런 문제, 국가 백년대계, 또 지금 다양한 민심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이런 문제 등을 전부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결론을 내리겠어요? 앞으로 연구를 하라 이 말이에요.
박인규 : 기본적으로 이만섭 의장님도 우리가 권력구조를 포함해서 개헌을 한 번 충분히 논의할 시기는 됐다고 보시는 거죠? 만약 개헌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에 신경써야 될까요?
이만섭 : 그러니까 개헌을 한다면 근본적인 권력구조 문제부터 단임제, 중임제, 선거 시기, 전부 놓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이에요.
박인규 : 이만섭 의장께서는 32살 때 국회의원이 되셔서 약 한 40년간 정치를 하셨기 때문에 정치원로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요즘.. 특히 2000년 이후로 정치판이 많이 바뀌었는데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이만섭 의장님께서 현역에서 정치하실 때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가지시죠?
이만섭 : 많은 걱정을 하고 있어요.
박인규 :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이만섭 : 세대교체가 너무 빨리 된 것 같아요. 경험 있는 사람, 또 정치원로 한두 사람이라도 들어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왜냐면 정치가 너무 각박하고 여야 관계가 동반자 관계가 아니고,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관계가 아니고 여야 관계가 완전히 원수야. 그리고 또 하나는 여당은 여당 내, 야당은 야당 내, 이것도 원수처럼 서로 싸움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국민들이 실망하다가 요즘은 우울하다구요. 정말 우울해요.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진짜 대선 앞두고 국민들이 우울해요.
박인규 : 아무래도 어른들이 후배를 볼 때는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지금 정치 하시는 분들은 이른바 정치개혁을 했다. 특히 정경유착을 끊었다. 정치가 투명해졌다. 이런 걸 나름대로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만섭 : 뭔가 나아졌다는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전연 이해가 가질 않아. 뭐가 나아졌어요? 17대 국회가 부정과 관련된 비리사건이 제일 많더만 통계를 보니까. 모두 반성해야 된다니까요. 전에 선배들은, 다 구정치인들은 잘못했고. 잘했다.. 뭘 잘했단 말이에요,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잘한 게 없어요. 옛날 정치인들은 돈보다 명예를 중요시 했다구요.
어떻게 그렇게 비리사건이 많아요? 비리가 터졌다 하면 정치인들 이름이 오르내린다구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옛날에는 여야가 대결하더라도, 격돌하더라도 나중에 저녁에는 흉금 터놓고 대화도 하고 이랬어요. 인간적인 관계가 있었다구요. 지금은 그런 게 전연 없어. 그래서 꼭 남의 나라 원수 같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그동안 내가 마음에 위로가 되는 건, 여당의 대변인이 서대문에서 당선된 우상호 의원인가... 하고 야당 대변인 여자분.. 나경원 대변인? 이 두 분이 그래도 비교적 감정적인 발표를 자제하고 비교적 부드럽게 하려고 애쓰더라구요. 그 두 사람은 그래도 애를 많이 쓴다.
두 사람은 칭찬하고 싶은데 하여간 여야가 국회에서 대정부질문 할 때도 보면 총리 장관들이 국회의원과 싸움하고 앉아있어요. 또 국회의원들도 질문을 하더라도 정책적인 질문을 해야지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해선 물론 안 된다구요. 그것도 조심해야 된다고. 또 그러나 총리나 장관들은 국회의원들이 뭘 좀 기분 상하는 정책과 동떨어진 질의를 하더라도 참아야 돼요. 참는 게 정부고 총리 아니에요? TV만 틀면 노상싸움하고 있더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구요.
박인규 : 요즘 정치인들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각박해지고 공통의 장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만섭 : 마음의 여유가 없다구요.
박인규 : 이만섭 의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빅2라고 하죠.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검증공방을 놓고 일부에서는 사생결단 나는 거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만섭 : 국민들은 굉장히 실망하고 있어요. 그래도 국민들 가운데서는, 그래도 많은 국민들은 그동안 노무현 정권이 너무 실정을 했다. 또는 너무 북쪽에 기울어진 게 아니냐. 이래가지고 정권교체를 해야 되겠다. 그리고 특히 내가 국민들 상대해보면, 서민들과 만나보면 경제가 어려워서 살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정말 살기가 힘들다고요. 그러니까 어떻게든지 다음에는 야당이 여당도 한 번 되고 바꿔 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생각하다가 도리어 저렇게 피투성이 싸움을 하니까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을 하다가 지금은 굉장히 우울하다구요. 사람도 우울증이 심하면 나중에 정신착란증이 오는 거 아니에요? 저렇게 하다 보면 많은 국민들이 자포자기하게 되고 나라에 대한 애착이 없어진다구요.
박인규 : 두 후보가 검찰고발까지 하고 굉장히 그렇게까지 가는데 정치선배로서 그런 검증공방 같은 걸 지혜롭게 푼다면 어떻게, 조언 같은 걸 해주신다면...
이만섭 : 내가 얼마 전에 어디서 축사를 해달라고 해서 하러 갔는데 거기서도 이야기했어요. 마침 거기 이명박 전 시장이 나와 있더라구요. 내가 참으라고 했어요. 참는 게 정치도의의 최고라고, 무조건 참으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건 화합이지만 '화위귀(和爲貴)' 화합하는 것은 귀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인위고(忍爲高)' 라. 참을 인자, 참는 건 더 고귀한 것이다. 참아야 돼요. 그런데 내가 충고하고 보니까 또 잘 참더라고. 참더니 고발하고 이러는데,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을 고발한다는 것은 스스로 정치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거고...
박인규 : 스스로의 문제해결 능력을 포기하는 거다.
이만섭 : 포기하는 거죠. 우리는 도리 없이 검찰에 맡긴다. 정치인들은 그래선 안 돼. 정치인들은 정치가 근본이야. 정치로 해결해야지. 모두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요.
박인규 : 예전의 정치를 말씀하시면서 예전에는 여야가 있었지만 그래도 국정을 한다, 한 나라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공통적인 통하는 게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권은 지금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분이 거의 20명 가까이 나오고 있고 이른바 대통합을 통해서 시민사회와 여러 가지 움직임을 하고 있는데, 여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만섭 : 그러니까 앞으로 천 년을 보고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었다 이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그럼 이게 천년까지 안 가도 백 년은 가야 될 거 아니에요. 이게 대통령 선거 끝나고 난 뒤에 열린당하고 나눠졌어요. 그때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현 대통령이 극구 말려야 돼요. 또 노무현 대통령이 그건 안 했어야 돼요. 자기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가서 당선됐는데 그 당을 또 두 개로 쪼개면 어떡합니까?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지금 사분오열 되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은 헷갈려서 뭐가 뭔지 전혀 몰라요. 무슨 대통합이니 중통합이니 소통합이니, 또 제3지대... 1지대 2지대는 어디 있는지, 제3지대 통합 그러니까 정신이 없다고. 나도 가끔 국회의원 이름이 나오면 저 사람이 어느 쪽인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지금 지리멸렬 상태에요, 이런 상태에서도 어떻게든지 다음 정권을 재창출해야겠다, 정권을 연장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돼요.
박인규 : 실패를 좀 받아들여라. 그런 말씀이신가요?
이만섭 : 그렇지. 노무현 대통령만 책임을 돌리고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같이 일했던 총리들, 당의 대표라는 사람들도 나가서 전부 대통령 욕하고 있어. 차별화 하고 있다구요. 그럼 표가 나오는 줄 알고, 그것도 잘못이야. 그러니까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을 느끼고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두 번 나왔으니까 이번에 야당 한다는 각오로모두 똘똘 뭉치고 통합하고 후보를 하나 내고, 이래서 나가면... 야당 한다는 각오로 나가면 혹시 또 길이 트일 수도 있다구요. 그러나 어떻게든지 정권을 안 내놔야겠다, 이래가지고 무리하게 하다가 계속해서 주도권싸움을 하고 싸움하고. 이러면 결국은 나중에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게 된다구요. 그러니까 야당 할 기분으로 하라구요.
하다 보면 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구요. 그러니까 지금 여권이나 야당이나, 특히 또 입후보 하겠다는 사람이나, 전부가 내 개인의 욕심보다도 나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돼요. 그리고 국민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국민들이 과연 나를 대통령감으로 볼까 하는 걸 또 깊이 반성하고 생각해야 돼요. 내가 지금 나이가 한국 나이로 76인데, 그리고 내가 정치를 한 평생 하고 국회의장을 두 번 해도 지금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놈이구나. 아, 내가 틀렸어, 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구요. 그런 생각을 가져야지, 국민들이 볼 때는 전혀 이름도 모르고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전부 대통령 한다고 하니까 난 앞일이 참 걱정입니다.
박인규 : 노무현 정부 4년을 사실은 실패한 것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요, 실패를 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중에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십니까?
이만섭 : 내가 볼 때는, 평소에 걱정을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께서 너무 한의 정치, 그리고 코드정치, 그런 것 때문에 결국은 사회가 분열되고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 생각해요. 정치원로로서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전부 다 화합하고 마음과 마음을 터놓고 화합해야 해요. 민주화세력도 산업화세력의 경제발전에 대한 공적은 인정해 줘야 됩니다. 또 산업화세력도 민주화세력이 그동안 유신 때, 또 독재 때 얼마나 많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다 희생당하고 억울하게 공산주의자로 몰리고, 억울하게 죽고 한 이런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됩니다. 그건 인정해 줘야 돼요.
서로가 인정해 줘야 돼요. 그래서 나는 노대통령이 의욕은 좋으시고 또 하려고 많이 애썼는데 역시 가진 자, 또 일류대학 나왔다, 이런 사람을 미워하는 한의 정치, 또 코드를 자꾸 따지고. 그런데 그 코드는 내가 금년에 결혼 50주년이야. 결혼을 조금 일찍 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50년도 어떻게 살았지... 하고 내 자신이 어떻게 살았나 하고 생각될 정도인데, 어떻게 살았느냐. 참고 살았다구요. 나도 지금도 집사람과 코드 안 맞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참아야 된다니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코드를 맞춰 가며 정치를 해야지 코드를 따지면 안 된다구요.
박인규 : 우리 정치의 과정에 대해서 어떤 정치학자는 열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엄청난 기대를 했다가 엄청난 실망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시면서 해방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고 해서 굉장히 사실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제대로 정치가 못 돼가고 있다는 식의 생각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세요?
이만섭 : 아까 말했다시피 역지사지, 상대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데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고 밤낮 독선적인 생각을 해서 그래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산업화세력, 민주화세력, 또는 진보세력, 수구세력, 보수세력 전부 다 합쳐야 돼요. 종이 한 장 차이야. 틀린 거 없다구요. 나는 뭐냐고 하면, 나는 진보적 보수세력이에요. 그런데 진보고 보수고 어느 게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느냐, 판단의 기준을 거기다 두면 돼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산업화세력, 민주화세력 힘을 합쳐야 된다구요.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가 선진화가 안 돼요. 대통령마다 장단점이 다 있는데 대통령 모두가 나 개인보다 나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정치 하는 사람들은 제발 정직하고 깨끗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서,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이런 덕성을 가진 분이 필요하다. 이 의장께서는 지금 이 시대에는 어떤 분이 대통령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십니까?
이만섭 : 첫째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이 확고한 분, 그리고 시장경제원칙을 지키는 사람. 그게 중요하고. 둘째는 정말 국민들이 어려워요. 그러니까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민생문제를 해결해 줘야겠다. 셋째는 역시 금년, 내년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반도를 위호한 4강과의 관계가 아주 미묘하고, 또 한반도 정세가 굉장히 템포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도의 외교적 능력이 있고 경험과 경륜이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올해 12월이면 저희가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이나 국민들에게 혹시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이만섭 : 그러니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은 표를 어떻게 하면 얻느냐 생각하지 말고. 내 개인보다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 그런 생각을 항상 가져야 되고. 또 국민들은 지금 아마, 내가 이야기 했다시피 여야 후보 모두가 서로 싸움하고 있으니까 모두 우울하고. 지금 아마 언론에서 여론조사를 '내가 찍을 대통령을 아직 결심 못했다' 하는 여론조사를 하면 아마 내가 볼 때는 40% 넘을 겁니다. 그러나 국민들도 실망하거나 완전히 포기하지 말고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이 없으면, 최선의 대통령이 없으면 차선의 후보라도 찾아서... 다음 대통령선거에 기권하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서 이 나라를 살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치지도자라면 우선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라도 서로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우리 정치인들도 생각을 많이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만섭 : 그럼요 참아야 돼요. 내가 결혼 50주년도 참아서 50주년이 됐다니까요.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만섭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제헌절 59주년을 맞아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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