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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용궁의 꿈과 토끼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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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용궁의 꿈과 토끼의 간

김민웅의 세상읽기 <255〉

산은 오르라고 있고 바다는 빠지라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최근의 도박장 논란의 도마에 오른 이른바 "바다 이야기"는 이 나라의 적지 않은 백성들이 빠진 도박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카지노 경제"의 확산입니다.
  
  마치 옛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처럼 달콤한 꼬임에 넘어가 거북이의 등에 업혀 바다로 가 용궁의 보물을 탐내지만, 결국은 자기 간을 뺏길 수 있는 것을 모릅니다.
바다 이야기는 이야기로되, "간 빼 먹는" 바다 이야기인 셈입니다. 옛 이야기 속의 토끼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쳐 나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카지노 경제론"으로 이름 높은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 명예교수 수잔 스트레인지(Susan Strange)는 투기화된 자본의 움직임이 그 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달러의 과잉공급에서 비롯된 카지노 경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대세를 쥐게 됩니다.
  
  카지노 경제란 경제적 생산성과는 하등 관련 없이 돈 놓고 돈 먹기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투기 시장의 형성에 국가가 적극 지원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 투기자본의 활동에 대해 국가가 규제를 완화 내지는 포기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돈 놀이는 급기야 세계적으로는 외환위기까지 불러왔습니다.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 폴 스위지(Paul Sweezy)는 "금융폭발(financial explosion)"이라는 개념으로 이 투기경제의 문제를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는 생산에 합리적으로 투입되지 못한 자본이 결국 투기시장에 팽창적으로 집중되면서 여기에 기대를 건 사람들이 결국 빚더미에 짓눌린다고 질타했습니다.
  
  사실 투기자본의 급격한 팽창은 신자유주의의 기반입니다.
건강한 투자보다는 투기로 쉽게 돈을 벌겠다는 투기자본은 국가나 사회의 공적 규제와 통제를 최대한 해체시켜버리려고 합니다. 공적 이익의 영역을 유린해버립니다.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해서 자본의 영토확장을 시장의 자유라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그 시장의 자유는 투기공세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희생을 외면합니다. 그건 경쟁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낙오해버린 이들의 불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신자유주의 시장 체제 속에서 절망한 사람들은 자기 간을 빼먹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용궁의 꿈을 꾸며 바다 속으로 잠수합니다.
  
  불행의 악순환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투기 자본의 대박이 연속됩니다. 자본의 위력이 공적 통제를 받지 않는 영토는 늘어만 갑니다. 거대한 독점 자본의 횡포는 불가피한 대세로 받아들입니다. 자본에 대한 사회적 규제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난리를 칩니다.
  
  그러나 이러는 중에 사회는 자본의 지배로 야위어갑니다. 시들어 갑니다. 본래 자신의 영토마저 빼앗긴 채 투기화된 거대한 독점 자본의 눈치를 보며 빌빌거립니다. 이들 투기자본이 욕망의 바다에 펼쳐 놓은 어망에 걸린 채 허우적대는 겁니다.
  
  그 책임은 근본적으로 국가에 있습니다. 펑 하고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줄 신선도 없는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불쌍한 토끼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간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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