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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퍼주기? 100만원 벌어서 600원 도와주는 건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10]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전 세계적인 개방화의 물결과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대국의 등장으로 세계 경제 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도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선진 한국을 위해서는 경제의 선진화 못지않게 교육과 통일문제에 대한 정신의 선진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어제에 이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초대해 선진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과제와 그 해결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입니다.

박인규 : 박 총재께서는 워낙 경제발전론 전문가시구요. 어제도 말씀하셨지만 전 세계가 개방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씀하셨어요. 최근에 한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세계 경제가 예전과는 다르다. 고성장이면 고물가인데 고성장에 저물가, 이런 말씀도 하셨고, 최근에 세계경제의 구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 ⓒ프레시안


박승 :
지금 세계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후진국입니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20%는 약 15억 되는 20%는 하루 1달러로 삽니다. 920원 가지고 하루. 요즘 1달러면 초등학교 어린이 하루 용돈인데 그 돈으로 하루를 살고 지금 북한은 2달러로 삽니다. 1800원. 그리고 지금 우리 한국은 50달러로 삽니다. 그러니까 약 45000원으로 살고. 그런데 문제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빈국들이 지금 모두가 다 일어서고 있습니다. 뭘로 일어서느냐, 경제발전, 산업화, 빈곤퇴치, 중국, 인도, 남미,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전부 일어서고 있습니다. 이래서 가히 현재는 역사상 최대의 빈곤퇴치 산업혁명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가난한 나라, 소위 저임금국들이 들고 일어나니까 세 가지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성장 저물가 시대가 열리고. 다른 때 같으면 고성장 고물가죠. 성장이 높으면 인플레가 되는데 반대로 성장은 높으면서 물가는 안정되고. 두 번째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지고. 세 번째는 저금리가 생기고 이로 인해서 과잉유동성이 생기고, 저물가니까 저금리가 생기고 과잉유동성이 생기고. 그래서 세계적인 자산거품시대. 아까 말한 과잉유동성이나 자산가격상승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현상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여기에 적응해서 우리의 발전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지금 시대를 빈곤퇴치를 위한 산업혁명기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경제발전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박승 : 특히 한국 같은 나라는 더 그렇습니다. 왜냐면 우리보다 뒤늦은, 가령 인도나 중국이 따라오니까. 흔히 샌드위치라는 표현을 쓰죠. 그런 문제가 있죠.

박인규 : 최근에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도 국내에 와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결국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느냐가 그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데. 박 전 총재께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상당히 문제가 많은 걸로 바른 말 하시는 분이고.
어떻습니까... 지금 대학입시방법 가지고도 교육부와 사립대학 간에 논란도 많고. 특히 사교육비가 워낙 어머니들이 심지어는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교육비를 댄다는데,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박승 : 지금 우리 교육 문제가 만신창이죠. 사교육의 번창, 공교육의 황폐화, 교육의 경쟁력 약화. 이런 모든 문제가 껴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이것이 평준화 때문이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저는 의견을 달리 합니다. 이것은 평준화 때문이 아니라 평준화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정책은 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아니라 교육의 비평준화 정책이다. 그래서 현재 교육의 평준화를 제대로 안 해서 이런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정부는 양자간 하나를 택해야 한다. 평준화 정책을 제대로 하는 개혁조치를 하든지 아니면 아예 평준화를 폐지하든지.

박인규 : 평준화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지적하시는 겁니까?

박승 : 교육의 평준화라고 하면 지금 잘 되고 있는 게 초등학교입니다. 의무교육이고 평준화 아닙니까. 지금 초등학교 평준화에 대해서 별로 불만이 없지 않습니까? 왜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에는 학교 등급제가 없습니다. 어디나 가면 배정을 받아서 가니까, 이 초등학교를 가나 저기를 가나 다 그래요. 그러니까 평준화가 성공하는 겁니다. 평준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모든 중학교 고등학교가 무차별이 돼야 합니다. 이 고등학교는 좋고 저 고등학교는 나쁘고 이건 일류고 저건 삼류고 그건 비평준화죠.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평준화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중고등교육의 평준화가 깨지고 등급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박인규 : 등급화가 존재한다는 건 예를 들면 외국어 고등학교라든가 과학고....

박승 : 특목고. 가령 과학고하고 일반고등학교. 벌써 이게 비평준화 아닙니까? 거기는 특별히 시험 봐서 들어가고 일류대학 가는 데에 좋고 딴 데 가면손해고. 또 같은 고등학교지만 지방에 있는 경남이나 전남의 시골 농촌에 있는 고등학교하고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가 다르잖아요. 또 서울에서도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와 강북에 있는 고교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 입학생 뽑을 때 학교 등급제 하자는 거 아닙니까. 이것이 벌써 평준화가 안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초등학교처럼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제가 볼 때는 현재 평준화 정책은 평준화가 아니라 비평준화 정책. 즉 차등화 정책이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중고등학교의 평준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금 말씀하신 특목고 이런 걸 다 없애야 되는 겁니까?

▲ ⓒ프레시안

박승 :
평준화를 제대로 하려면 평준화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없애든지 하라고 했죠. 평준화를 제대로 하려면 세 가지 개혁을 해야 합니다. 첫째 개혁은 현재의 학군제를 폐지하고 전국을 단일학군으로 하는 추첨제로 바꿔야 합니다. 시골 학생도 서울에 지망할 수 있고 서울학생도 시골에 지망할 수 있고. 그래서 학교선택권을 개방하고 학교 선택권을 학생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전국 어디든지 돌아가도. 미국이나 유럽에도 부자동네는 명문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사립학교. 그러나 그 명문 고등학교도 입학은 개방돼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든 지망할 수 있고 제한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자동네에서 5년 10년 가면 좋은 학교가 될 거 아닙니까. 부자동네에서 좋은 학교 만들어 놓고 그 학교는 그 동네사람 외에는 일체 들어갈 자격을 박탈합니다. 지역 배정제니까. 이건 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어요. 좋은 학교 만들어 놓고 딴 데 사람 못 들어오게 하는.

이게 5년 10년 20년 가면 특권층 학교가 되고 등급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없애고 전국을 단일학군으로 하되 시험제가 아니라 추첨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학교에는 사람이 몰릴 거고 거기서 떨어지면 제2 지망 제3 지망을 해서 결국은 어디든 가게 되는 거죠. 두 번째는, 특목고는 원래 취지하고 전연 동떨어지게 나온 하나의 이단적 교육기관이 돼 있습니다. 따라서 특목고를 개혁해야 된다. 특목고는 현재 특수입시학원화 돼있기 때문에 특목고 입학선발을 무제한 추첨제로 하라. 무제한으로 개방해서 추첨제로. 시험 치르고 그런 거 하지 말로 추첨으로 뽑아라. 다만 여기는, 가령 외국어 고등학교 같으면 우수한 사람을 뽑아서 외국어 전문인을 양성하려고 하지 말고 외국어에 관심있는 사람을 뽑아서 좋은 교수로하여금 전문화 시켜라. 학교교육을 잘 시켜서 전문가를 양성하지 특별히 우수한 사람을 뽑아서 하려고 하지 말아라. 그렇게 해서 특목고 입학을 추첨제로 하라. 세 번째는 대학의 입학을 내신중심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내신성적의 실질반영률을 적어도 50% 이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국가가 강력 추진하라. 이 세 가지를 하면 현재 문제는 해결됩니다.

박인규 : 지금 정책이 평준화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만 또 일부에서는 평준화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진다. 이른바 수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

박승 : 그거 아주 잘못된 겁니다. 흔히들 평준화 시스템 때문에 우리 교육의 질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그건 아니에요. 지금 평준화를 하고 있는 건 중고등학교고 안 하고 있는 건 대학 이죠. 지금 경쟁력 떨어지는 건 중고등학교가 아닙니다. 중고교 경쟁력은 막강합니다. 이건 뭘로 아냐면 국제 중고등학교학생 경시대회를 가면 항상 우리나라가 1, 2등 합니다. 외국에서도 인정합니다. 오히려 지금 문제는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게 더 문제지 공교육만 제대로 활성화 시킨다면 중고등학교 교육은 강합니다. 경쟁력 떨어지는 건 대학입니다. OECD에서 평가하는 걸 보면, 또 국제경쟁력 평가한 걸 보면 60개국 가운데 대학의 질은 59등입니다. 맨 꼴찌에요.

지금 질이 떨어지는 건 대학이지 중고등학교가 아닙니다. 학교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왜 그러냐, 대학이 학생을 잘못 뽑아서가 아니에요. 가령 서울대학에서 학생을 잘못 뽑았다고 합시다. 그럼 좋은 학생은 다른 대학, 지방대학 갈 거 아닙니까. 그럼 서울대학의 경쟁력은 떨어져도 지방대학 경쟁력은 올라가니까 학생을 잘못 뽑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건 전연 아닙니다. 그럼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건 뭐냐... 이건 대학이 교육을 잘못 시키기 때문이에요. 대학의 시스템이 개방적이지 않고 폐쇄적이고, 교수 질이 나쁘고 모든 커리큘럼이 잘못 짜이고 미국만큼 대학원 교육이나 이런 게 잘못되고 저도 26년간 대학교수 생활을 해서 잘 압니다. 거기에 있는 거지. 따라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평준화와는 무관한 것이다.

박인규 : 얼마 전에 상지대 김성훈 총장을 모셨는데요, 그분 말씀도, 우수한 학생 뽑아서 우수하게 가르치는 건 무슨 문제냐. 대학이 학생을 잘 가르쳐야지. 지금 많은 분들은 대학입시가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데 박 총장님 말씀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은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박승 : 그건 대학이 알아요. 지금 대학은 대학의 질 높이는 데는 신경을 안 쓰고 학생 뽑을 때 내신을 어떻게 하겠다, 학생 뽑는 데만 신경을 씁니다. 그거 바꿔야 돼요.

박인규 : 적어도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건 자기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고민할 것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또는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보다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애를 써야 된다.

박승 : 그럼요. 그리고 흔히들 그렇습니다. 각 대학이 대학에 자율권을 줘라 왜 간섭하냐, 획일적이냐, 그런 말을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겁니다. 우리가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교육시스템은 초중고등학교는 의무교육화 하고 평준화를 하고. 그리고 대학은 무한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대학 가서는 머리가 터지도록 서로 경쟁해서 이기도록. 그것이 선진국이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그쪽으로 가야 돼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안 돼 있지만 앞으로 제가 볼 때는 10년 안에 의무교육화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평준화로 안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대학의 자율이라는 건 평준화의 시스템 안에서의 자율이지 국가 시스템 밖에서의 자율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준화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준화 정책을 대학이 존중해 줄 의무가 있다. 만일 대학이 입시를 자율화 한다면 평준화 정책은 당장 무너집니다. 예를 들어서 입시를 자율화 하면 고교등급제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당장 평준화 무너지죠. 그리고 본고사 하면 평준화 당장 무너지는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우리나라가 평준화 정책을 기본 시스템으로 삼고 있는 한 대학이 그 틀 안에서 자유를 주장해야지 그걸 무너뜨리면서 대학의 자유를 주장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박인규 : 지금까지 교육문제에 대해서 말씀 나눴는데요, 무엇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으면서 이른바 고교등급제 해야겠다. 내신을 반영하라고 하는데 내신도 고등학교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는 못하겠다고 하거든요. 이른바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승 : 가령 시골학교의 100명 중 1등하고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의 100명 중 1등하고 잠재력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유전자가 다른 겁니까? 잠재력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같다고 봐야 합니다.

박인규 : 일단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있는 1등이 낫다고 보는데

▲ ⓒ프레시안

박승 :
아니, 서울의 100명 중 1등하고 차이가 있다면 그건 수능성적을 말하는 겁니다. 서울은 예를 들어 수능성적이 400점 만점에 300점인데 시골학생은 200점이라든가 이 차이가 있어요. 그렇지만 잠재능력... 수능성적 차이가 같은 100명 중 1등인데 왜 나느냐? 잠재력은 같지만 후천적 환경차이입니다. 시골학생은 농촌에서 자기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고 서울 학생은 만날 학원 다니고 그러면 수능성적은 달라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대학에서 들어와서 학생을 뽑을 때 수능성적만 가지고 뽑는 것은 환경의 차이를 주로 반영하는 겁니다. 좋은 환경을 가진 사람만 뽑는 결과가 되죠. 대신에 내신을 가지고 뽑으면 잠재력을 중심으로 뽑는 게 됩니다. 그래서 대학 입학생 뽑는 것은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50 대 50. 그러니까 환경차이도 보고 잠재력도 보고.... 그러니까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을 같이 봐야 한다. 흔히 그렇습니다. 내신성적이 같은 등급이라도 수능성적이 다르니까 그걸 가지고 조정해야겠다. 그건 수능성적을 가지고 뽑으면서 내신을 보는 것은 수능성적으로 잡을 수 없는 걸 보는 거 아닙니까? 성격이나 사회 공헌도 또는 잠재력이라든가. 그런데 수능성적으로 다시 조정한다는 이야기는 수능성적 한 가지로 본다는 겁니다. 내신성적은 없이. 이건 그 자체가 모순이에요. 그리고 선진국을 보면 수능성적과 같은 것만 가지고 뽑는 나라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선진국은 모두 다 내신성적 중심으로 뽑습니다. 소위 추천서와 내신성적 중심으로 뽑고 수능성적은 보조자료입니다. 참고자료로 뽑는 거고. 본고사로 뽑는 나라도 일본, 한국, 중국 빼고는 없습니다. 본고사나 논술고사도 없어요. 따라서 내신성적이 중요하다. 결정적인 자료가 있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 교수생활을 하면서 모은 자료인데, 대학 재학 중의 성적이 수능성적과 관련이 깊으냐, 내신과 관련이 깊으냐. 이것을 각 대학에서 연구했습니다. 서울대, 연대, 고대, 서강대, 여러 대학에서 공통 일치된 견해는 대학에 와서의 성적이 수능과는 별로 관계 없고, 수능성적 좋다고 공부 잘하는 건 아니고 내신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신성적 좋은 사람이 대학에 와서 공부를 잘 하더라. 숫자가 있습니다. 서강대학에서 조사한 상관계수가 1이면 완전 상관입니다. 대학 재학중 성적과 수능과의 상관계수는 0.04에요 거의 없습니다. 4%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대학성적과 내신과의 상관계수는 0.35입니다. 9배. 그러니까 내신 신뢰도는 수능의 9배가 큽니다.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으려면 내신 중심으로 뽑아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학에서 그걸 차등을 두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안 맞고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박인규 :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그 사람의 잠재력을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내신을 제대로 봐야 되고

박승 : 그게 더 중요해요. 저도 실제 26년 동안 강단에 있으면서 확인했습니다. 과외 많이 받아서 수능성적 좋은 학생은 대학 가서 공부 안 합니다. MT 가고 놀러 가고. 그리고 시골에서 내신은 좋은데 수능성적은 나쁜 아이들은 굉장히 발전속도가 빠릅니다.

박인규 : 대학의 입시 담당 교수님들이 박 전 총재님 같은 생각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승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만약 대학 총장이면 나는 내신 중심으로 뽑겠어요.

박인규 :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말씀하고 계신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가 발달해야겠지만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굉장히 중요다하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의미입니까?

박승 : 지금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산업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산업시설이 있습니까. 그나마 있는 산업시설도 통일이 돼서 개방체제에 노출되면 전부 문 닫아야 됩니다. 고철로 처분해야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느 때든 통일을 해야 할 텐데 통일을 한 다음에 우리 2200만 동포는 뭘로 먹고 살 겁니까. 그래서 제가 총재 재임 중에 연구를 시켜 보니까 이 상태에서 만일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700만 명이 남쪽으로 당장 내려온다는 겁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 남쪽으로 오는 겁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건 재앙입니다. 주로 서울에올 텐데 서울에 700만 명을 쏟아놔 보세요. 주택 문제, 교육 문제 어떻게 하며, 북쪽은 북쪽대로 큰일입니다. 이래서 우리가 통일이 되기 전에 북한 방방곡곡에 개성공단과 같은 것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서 남쪽의 중소기업들이 올라가서 북한 동포들을 고용해서 생산한 걸 수출해야 된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요, 지금 북한은 노동자 월급이 5만원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15만원이에요. 3배가 비쌉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가 많이 갔는데 중국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가요. 북한은 우리가 말도 통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개방만 해준다면, 핵문제 해결하고 완전 남쪽에 대해서 개방만 한다면 북한과 같이 좋은 투자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아까 제가 양극화 문제를 얘기했는데 남쪽의 침몰해 가는 중소기업에 활기가, 살 길이 나와요. 5만원짜리 싼 임금을 결합시켜 놓고 우리가 한미FTA에서 북한상품도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말 이건 한국 경제의 하나의 큰 호재가 나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남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박인규 : 북한이 지금부터라도 자력갱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남한의 경제열위기업들이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박승 :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변해야 되죠.

박인규 : 그런데 일부에서는 대북경제지원에 대해서 퍼주기 아니냐.... 말하자면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 이런 식으로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가 많습니다.

박승 : 그런 생각은 좀 과장된 것이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은 남쪽을 도울 힘은 전연 없습니다. 북한은 국민소득이 우리의 30분의 1입니다. 북한의 1년 수출액은 우리의 하루 수출액이에요. 이건 우리를 도울 힘은 없어요. 그러나 남쪽을 못 살게 할 힘은 무한히 갖고 있습니다. 우선 휴전선에서 총소리만 나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주가가 폭락합니다. 우리가 형제가 있다고 합시다. 형은 돈도 많고 잘살고, 동생은 가난하고 못 배우고 술만 먹으면 형한테 막 대들고. 그럴 때 형이 동생을 어떻게 할 거냐. 깡패 같이 쳐들어와서 너 죽고 나 죽자고 형한테 하는 동생을 어떻게 하느냐. 너하고 나하고 1대 1로 하자고 해야 옳으냐. 아니면 형이 끌어안아야 하느냐. 가정 평화를 위해선 끌어안아야 합니다. 나는 그런 눈으로 북한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북한을 돕는 돈이... 민간과 정부를 합해서, 무상원조와 차관을 합해서, 모두 해서 연간 5억 달러 정도 됩니다. 여기에는 물론 금강산 여행, 이런 상업적인 건 빼고. 그런데 우리나라 GDP가 9천억 달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국민 전체 소득의 0.06%를 주는 겁니다. 이건 우리 남쪽의 국민들이 100만원 소득을 갖는 형이 그 못난 동생한데 600원을 주는, 도와주는 건데 이걸 갖다가 퍼주기라고 하는 건 좀 심한 표현이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건 가정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보험료다. 우리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선진화라는 게 시대적 화두가 돼 있는데, 이건 단순히 경제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선 교육의 질, 특히 대학의 질을 높여야 되고 먼 장래를 봤을 때는 북한의 경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상당히 우리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해주시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승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초대해 선진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과제와 그 해결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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