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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부시..."이라크 미군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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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부시..."이라크 미군 철수하라"

공화당 의원 속속 이탈...뉴욕타임스, 작심하고 철군 요구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라는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8일 1700자에 달하는 장문의 사설을 통해 철군을 촉구하는가 하면, 부시 대통령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조기 철군을 요구하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지난 달 말 리처드 루가 의원 이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라크를 안정시키겠다며 지난 1월 미군 2만명을 더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군 희생자만 늘어나자 '더는 못 참겠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앞으로 2주간 철군과 전쟁비용 제한 등에 관한 일련의 투표를 강행해 부시 행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9일로 예정된 중남미 순방을 하루 직전 전격 취소하고 오는 15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미군 증강 이후 이라크 상황에 관한 중간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으나 철군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보도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는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48명중 8명 '커밍아웃'

이같은 움직임들 중에 부시 행정부에게 가장 '악성'인 것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이탈 현상이다. 지난달 25일 공화당 거물 의원이자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대표인 리처드 루가가 이라크 전쟁을 비판한 후부터 이라크 전쟁에 관한 공화당의 결집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루가의 말이 나오자마자 조지 보이노비치 의원, 리처드 버 의원이 동의를 표한 데 이어,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피트 도미니치 의원도 '새로운 이라크 전략'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7일에는 라마 알렉산더 의원과 주드 그레그 의원이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확실한 청사진"을 제지해야 한다며 철군 요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지난 1월 이라크 증파안이 나왔을 때 루가 의원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며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던 존 워너 의원, 공화당 의원으로서는 눈에 띄게 오래 전부터 반전을 주장해 온 척 헤이글 의원까지 합쳐 49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8명이 공개적으로 이라크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 됐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입장을 바꾼 것은 2008년 말로 예정된 선거 때문이다. 특히 6년만에 돌아온 상원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공화당의 백악관 수성도 문제지만 본인들의 재선 가능 여부가 발등의 불이 됐다. 100명의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고 2년마다 전체의 3분의 1씩 새로 뽑는다.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8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화당 의원들이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이라크 전쟁에 관해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며 철군 요구 움직임은 앞으로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댐이 터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부시, 후임에게 난제 떠넘기려 해"

재선이라는 '속 보이는' 목표를 위해 입장을 바꾼 공화당 의원들의 철군 논리는 언제라도 다시 말을 바꿀 수 있게 하기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은 반면 <뉴욕타임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치밀하게 짚고 있다.

이 신문은 8일 '철군의 길(The Road Home)'이란 장문의 사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충분한 명분도 없이 감행한 이라크 침공은 명백한 실패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증파전략 역시 효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면서 더 이상 미군들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미국민들처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로부터의 진지한 탈출전략을 마련하려 한다는 움직임을 보여주길 기다리며 결론을 미뤘으나 "부시는 놀랍게도 자신의 임기 중 이라크 미군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 이 난제를 후임자에게까지 물려주려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납세자들에게 부담일 뿐 아니라 미국의 힘과 원칙을 현명하게 사용할 것을 기대하는 세계에 대한 배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따라서 미국인들은 이제 이라크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16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미군과 엄청난 장비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명분도 없는 이라크 전쟁을 기약없이 계속하도록 허용할지, 아니면 혼란의 확산을 막으면서 미군을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철수시킬 것인지의 선택에 직면했다고 신문은 결론지었다.

"이라크 상황 중간보고서, 내용 안 봐도 '낙제'"

이라크 철군론이 고조됨에 따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9일로 예정된 중남미 순방을 출발 하루 직전, 전격 취소하면서까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상원이 9일 국방수권법을 처리하며 이라크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에 대비하는 한편, 민주당 지도부가 향후 2주간 잇달아 내놓을 철군 및 전쟁비용 제한에 관한 제안들에 대해서도 대응 논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장관은 특히 이라크 상황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손수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9월 본 보고서 제출에 앞서 미군을 대신할 이라크군의 훈련 상황, 이라크 석유법안의 통과, 이라크 지방선거 등 이라크인들이 이라크를 통치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들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15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이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 의회가 법률로 규정한 이라크 관련 18개 목표들은 모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미군 증강을 통해 연내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오는 11월까지 누리 알 말리키 정부에게 이라크 전역의 치안권을 넘기겠다는 등의 목표를 제시했고, 의회는 여기에 바트당 잔재 척결 법제화, 무장세력 해체 법규화 등을 더한 18개 목표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결코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월 미군 증강 결정 때 제시했던 목표들이 단기적으로 달성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라크 상황을 호전시킬 수도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처럼 이라크 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가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내비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난 주 독립기념일에는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다그쳤고, 최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한 관리는 "측근들조차도 (대통령의) 심중을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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