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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만화 그리지 마라,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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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에선 만화 그리지 마라, 불행해진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04] 만화가 강철수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사랑의 낙서', '발바리의 추억', '팔불출' 등으로 유명한 우리시대 대표적인 만화가 강철수씨가 최근 우리 만화계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국내 만화 환경은 콘크리트 위에 흙을 살짝 뿌려놓은 것과 같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만화를 그리지 마라. 불행해진다."라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우리 나라에서 만화는 작가의 개성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만화 문화가 말살됐다고 얘기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만화가 강철수씨를 초대해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유는 뭔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만화가 강철수씨입니다. 강철수씨는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1960년 만화 '명탐정'을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를 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청년만세', '사랑의 낙서', '팔불출', '발바리의 추억', '新 바둑스토리', '반디', '하수의 법칙' 등이 있고 한국만화가 협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인규 :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강철수 : 저도 반갑습니다.

박인규 : 소개해 드렸지만 거의 50년 가까이 만화를 그리신...

강철수 : 50년은 아직 안 됐고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사실 만화를 볼 나이에 그리고 있었으니 그 당시 작품이란 게 솔직히 작품이라고 하기 부끄럽습니다.

박인규 : 그래도 천직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때.. 지금도 유명하시지만 대단히 유명세를 타신 만화가 분인데 한국에서는 만화 그리지 마라, 불행해진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발언이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 ⓒ프레시안

강철수 :
만화나 소설이나 어떤 연예인이나 양태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얘기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소위 무대란 게 다 있습니다. 광대는 광대 나름대로 무대가 있고 연극배우는 연극무대가 있고 가수는 방송국, 다 있겠지만 만화는.. 점점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만화를... 신인들이, 만화학과가 100개가 넘는데 그 많은 학생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소위 자기 실력을 노래자랑 같이 뽐낼 만한 밭이 그렇게 없습니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는. 밭이 없다는 건 곧 상업성 이전에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뜻도 되고 그 사람들이 나가서 결국 실업자가 된다는 얘긴데. 어떤 후배를 보면 틈틈이 만화를 그린다고도 하는데 돈벌이가 안 되는 겁니다. 그건 만화를 그리면 안 팔린다는 뜻도 되고 그만큼 인식도가 낮다는 뜻도 되고, 또 옛날에 좀 발전하다가 인터넷 같은 것의 영향을 받아서 잘 안 된다. 만화는 어떤 문화권에서 좀 밀려났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안 된다. 결론적으로 만화를 해서는 자식을 키우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중요한 문젭니다.

박인규 : 일생의 거의 다를 만화에 바쳐온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 불행한 일일 수도 있는데요..

강철수 : 그 밭이 황폐해진 걸 정확히 진단해야 하는데 대개 사람들은 막연히 만화문화, 만화산업 이런 데서 많은 과실이 열리는 것처럼 환상적으로 얘기할 뿐이지, 그 과일이 열리기까지 뿌리에서부터 자양분을 받아서 나무가 커서 열매 맺히는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거든요. 다시 말해서 좋은 씨앗을 좋은 흙에다 뿌려야 되는데... 서두에 얼핏 들었지만 콘크리트에 흙을 조금.. 거기다 씨를 뿌려서는 절대 나지 않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어서 그걸 얘기하자면 굉장히 길겠지만, 밭이 없다는 것. 다시 말씀드려서 문예지라든가 만화잡지라든가 만화 등용문, 소설로 치면 신춘문예라든가. 그 원인이 어딨는지는 나중에 따져봐야겠지만 그런 게 전혀 없으니. 그러니까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와서 노래 부를 데가 없는 거죠.

박인규 : 사실 많은 분들이 요즘 만화가 굉장히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만화 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얘길 하기에 앞서서... 강철수씨께서는 중학생 대 만화가로 데뷔하셨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으셨나봐요?

강철수 : 예. 초등학교 때 좀... 제가 주제 넘어서요. 만화를 보면서 재밌게 보질 않고 이걸 보니까 저도 할 것 같아요. 내가 더 재밌게 할 것 같은데... 어린애 생각이었겠지요. 그래서 일찍 시작한 만큼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첫 데뷔작품 '명탐정'이 중학교 때..

강철수 : 예. 초등학교 때부터 옛날에 루팡, 셜록홈즈 같은 게 유행했거든요. 그거 아류죠 말하자면

박인규 : 지금까지 그럼 그리신 만화가 대략 몇 가지나 될까요?

강철수 : 편수로 6천 편이 넘을 것 같아요. 제목한 2천 가지가...
그런데 사실 책이라는 게 지금 소위 볼륨감 있는 호화양장된 책과 옛날 6.25 이후의 책과 맞비교할 순 없고 어떤 건 50페이지 짜리 조잡한 종이에 했으니까 그냥 그렇다는 걸 참고로 할 뿐이지 대단한 작품을 2천 편이나 그렸습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

박인규 : 2천 편 중에서 스스로 이 작품은 대단하다. 그런 게 있습니까?

강철수 : 저는 지금, 옛날에 셋방살이 하면서 보관된 책이 다 떠내려가고 후배들이 와서 몰래 가져가고 해서 갖고 있는 책이 열 권도 없지만 다시 찾을 맘이 전혀 없습니다. 후회 안 됩니다. 그리고 난 건 다시 보면 맘에 안 들고. 그래서 단호히 다 버리고 새걸 쫓아가고 새걸 쫓아가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박인규 : 강철수씨 만화 중에서 영화화 된 것도 여섯 편인가 있다면서요?

강철수 : 예. 영화화 되려다 만 것도 굉장히 많죠. 그런데 영화와 만화는 또 다르더라구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그대로 표현 안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또 영화하고 만화는 표현방법이 전혀 다르다 보니 만화의 원작, 본질을 확실히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박인규 : 만화가가 보는 것과 영화감독이 보는 게 다를 수 있군요.

강철수 : 예. 만화가 주는 웃음하고 실사가 주는 여러 가지 음향을 믹싱해서 보내주는 건 또 다른 세계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계산 안 하고 이거 히트 쳤으니까 손님이 좀 들거야. 그렇게 막연하게 덤벼드는 자세들도 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강철수씨께서는 예전에 발바리의 추억... 말하자면 성인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으셨는데. 그 얘기에 앞서서 예전에는 만화 하시는 분들이 표현의 자유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많이 하셨다구요....

강철수 : 옛날이란 게 대개 만화가 일제시대부터 약간 태동했지만 6.25 이후부터 만화가 조금씩 어설프지만 체제를 갖춰 나갔거든요. 그래서 1960년 무렵에서부터 군사정권까지 쭉 이어져 내려왔는데 그 만화가 애들이 좋아하니까요, 애들이 만화를 보고 공부를 안 한다. 그래서 이 만화를 좀 자세히 보자, 해서 만화가 사회악이 됐었어요. 만화가 사회 7대, 8대 악 중에 들어가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위 검열이란 게 생기고 자율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스스로 검열도 했는데 검열기준이 아주 무서운 게 많았죠.

박인규 : 예를 들어서 좀..

강철수 : 저는 사십 몇 년 동안 사십몇 번을 잡혀가고 얻어맞고 수갑 차고,

박인규 : 경찰에 잡혀갔다는 건가요?

강철수 : 예. 재판 받고 몇 년 전까지 재판받은 적도 있지만요.

박인규 : 대표적으로 가장 황당했던 경우는 언제였습니까?

강철수 : 음란하다는 게 제일 문제고 폭력적이다. 다시 말해서 그게 심해지다 보면 뱀도 그리지 말라. 잔인한 동물이니까 표지에 등장해선 안 된다. 그래서 싸워서 어떤 작가는, 서로 합의를 해서 뱀에다 리본을 매고 통과시킨 적도 있구요. 계속 검열은 그대로고..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없애자고 해서 없애고. 그 뒤 사람들은 육성하자고 하면서 없애려고 덤볐습니다.

박인규 : 적어도 군사독재 시대에는 표현의 자유 때문에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걸 못했다.

▲ ⓒ프레시안

강철수 :
거의 불가능했죠. 조금 소위 말해서 야하다. 야하다는 건 연애하는 거예요. 밖에서 돌멩이를 던져서 유리창에 부딪히면 안에 있는... 흔히 있는 케케묵은.... 만나서 손잡고 하면 전부 안 되는 거예요. 캄캄한 극장에 왜 둘이 앉아 있느냐, 그것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90년도 들어서 많이 완화가 됐습니다. 그랬더니 한쪽만, 지나치게 표현하는 작가들도 있거든요. 작품에 따라서.. 95년에는 스포츠지들이 야하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전부 고발했습니다. 그래서 전부 붙들려 갔습니다. 재판을 3년간 소위 음란국장들.. 결국은 위헌으로 돼서 막연하게. 다시 말해서 러브호텔을 그렸다고 빨간 줄을 그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러브호텔을 비평하기 위해서 그릴 수도 있고. 그래서 호텔이란 말은 쓰면 안 되니까, 쓰라곤 하지만 그림은 말이 많으니까 나중엔 오텔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박인규 : 저도 초등학교 때 만화 열심히 보다가 끌려온 기억도 나긴 하는데 그때는 그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굉장히 융성했다고 할까요, 그랬는데 요즘은 오히려 반대인 것 같아요.

강철수 : 사회적인 분위기가, 옛날에는 놀이가 없었어요. 책 아니면 소설, 시집도 많고 그랬는데 점점 TV 생기고 라디오 생기더니 좀 있으니까 인터넷, 게임도 생기고 하니까 만화에 가던 눈들이 다른 데로 많이 갔죠. 그런데 그걸 가지고 만화가 나빠졌다고 볼 순 없구요

박인규 : 만화에 대한 제약도 사라졌고 만화학과도 굉장히 많이 생겼고 많은 대중들이 만화가 굉장히 중요한 문화산업이라고 인식을 하는데 실제 만화 하시는 분들은 만화 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 왜 힘든 걸까요?

강철수 : 일부 인터넷에서 본 바로, 일부 독자들 얘기는 게임산업 탓하지 말라. 재밌는 거 그리면 본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런데 좋은 가수가 노래만 불러라 얼마든지 사준다 이런 소린데 가수들 입을 다 봉해 놓고 생활 못하게 매일 연탄배달을 시켜 놓고 그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허덕허덕 언덕 올라가게 해놓고 노래 불러봐라. 그러면 노래가 되겠습니까? 노래라는 건 여러 가지 좋은 작곡가를 만나고 좋은 작사가를 만나서 탄생되는 건데 밤에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잠도 못 자는 사람을 불러다가 노래해라, 만화 그려라. 재밌는 만화 그리기 위해선 그릴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해주고 치열한 경쟁을 시키고. 거기서 낙오되는 건 할 수 없지만 경쟁 자체도 없고 뛰어놀 무대도 없이 하는 건 무리죠. 그리고 검열 같은 건 많이 없어졌지만 국가에서 소위 말해서 열매만 관심을 갖지 이런 실태를 조직적으로 연구하고 살피는 분들이 없구요. 대개 행사를 하면 제가 가보는데 무슨무슨 만화축제, 무슨 쇼, 해보면 겉보기는 너무 화려한 화려한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일 뿐이죠. 실제로는

박인규 : 무대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강철수씨의 '발바리의 추억' 같은 경우는 스포츠 신문에 연재하신 건데. 스포츠신문, 무료신문도 많은데 거기 보면 만화들이 있어요. 그래서 만화 그리시는 분들이 그런 데 내면 상당히 되지 않을까...

강철수 : 네. 그건 각각 신문사 사정에 따라 다른데요, 요새 소위 어렵다고 합니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신문 자체가 영상에 밀려서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작가들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구요. 한창 잘 팔릴 때 받는 고료가요. 한 너댓 명, 어떤 작가들의 경우는 열 명이 그리기도 하는데 거의 생활이 적자가 나는데 그걸 뭘로 메꿨냐면 단행본을 그려서, 만화책으로 만들어서 책이 팔리면 다 보전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시장이 없어져 버리니까, 만화가 다시 말해서 안 팔리니까

박인규 : 요즘은 만화책을 보는 인구들이 많이 줄었나보죠?

강철수 : 네. 왜 책이 안 팔리는가, 잘 팔리는 것도 있지 않냐 하는데, 물론 몇천 종 중 하나 히트작도 있고 몇십만 권 팔린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두 권 때문에 시장이 좋다고 말할 순 없거든요. 왜 그렇게 시장이 죽었냐, 일본만화가 와서 다 덮어서 수십억 만화가 깔린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만화 대여점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여점에서 만화를 사서 빌려주는 겁니다. 그러면 작가는 책이 팔려서 인세를 받아야 되는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노래방에서 노래를 한 곡 부르면 작곡가 얼마 작사가 얼마, 가수 얼마 이런 식으로 분배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화는 한 번 그려지만 그 만화는 죽을 때까지 대여점 주인이 망해서 없어지기 전까지는 갖고 있는 겁니다. 작가와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제 후배들 만화 하는, 그러니 히트작가도 아니고 보통 신인도 아니고 겨우 출판을 할 수 있는 작가들 보면 한 달 수입이 동남아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3분의 1 수준이랍니다. 그리고 많으면 반 정도라니까 그건 좀 너무나 지나치게 척박한 환경 아니냐. 그런데 또 다른 얘기는 그나마 출판할 데가 있다니 다행이고 우리는 아무 데도 할 데가 없소... 하는 사람이 몇 천 명이거든요.

박인규 : 예전에는 일본문화가 못 들어왔었는데 이제는 많이 들어오는데, 그것도 영향을 미치나요?

강철수 : 영향을 미쳤죠. 일본만화가 들어오는 걸...한국 사회가 이중적인 잣대, 정서가 늘 있어요. 왜색문화, 왜색문화 하면서 뒤로는 일본만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전 국토를 덮었습니다.

박인규 : 해적판...

강철수 : 아니죠. 처음엔 해적판 하다가 일본에서 항의를 하니까 일본 작가를 찾아가서 싸게 주시오 해서 책을 받아다 찍고 찍고 했는데. 법으로 저촉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지만 그 일본만화가 어린이들, 청소년들한테 주는 압박감 내지는 충격이 어떻다고 비평을 받으면서 수십억 권이 깔렸습니다 전국에. 아마 더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 이십 몇 년 동안 매년 엄청난 만화가 들어와서, 제가 일본에서 일본의 어떤 작가를 만나봤는데 이제 줄 원고가 없답니다.

박인규 : 일본에 나온 만화는 거의 국내에 나왔다.

강철수 : 예. 그리고 일본만화라고 모조리 히트작이 아니거든요. 웬만한 건 다 하고, 20년 전 것 갖다 줄까? 하면 그것도 갖다 쓰는 업자들이 있답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죠. 뒤떨어지죠.

박인규 : 저희가 최근에 강풀이라고 온라인 만화가를 초대했는데, 그 양반 말로는 요즘은 책으로 안 보고 온라인으로 많이 본다고 합니다. 그분도 고료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 ⓒ프레시안

강철수 :
제가 만화를 처음 인터넷에 막 올리기 시작할 때요, 어떤 과정을 거쳐 올라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걸 소위 몇 해 전에는 시선을 끌기 위해서 공짜로 다 했습니다. 이건 제 사견이지만 공짜맛을 잔뜩 들여 놓은 겁니다. 그러고 돈 내라니까 누가 그걸 뭐 재밌다고 돈까지 내면서.... 그러니까 만화가 이렇게 안 되기까지는 모든 악재가 다 쌓인 겁니다. 그리고 어떤 네티즌은 인터넷에 올려놨는데요, 그러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쓴 분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한국 만화를 조금만 아끼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누구 작품이든 돈을 좀 내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5원 낼 거면 한 10원 정도, 100원 낼 거면 한 50원 더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듣고 보니 일본만화 들어오고 온라인 만화 나오고, 만화 대여점 등등 해서 말하자면 만화의 경제적 토대가 거의 무너져 버린 거군요.

강철수 : 네. 그런데 또 다른 비평가 입장에서 보면 너네 만화가 재미가 없으니까 그만큼 외세문화에 무너진 거 아니냐. 그런데 우리나라 만화가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난도질을 당한 겁니다. 다시 말해서 어린 애가 좀 걸어다니고, 검열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체질이 개선돼서 튼튼해지고 걸음마를 할 무렵부터 조금씩 충격을 줘야 되는데, 한쪽에서 만화가들이 재판받고 그랬더니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에서 기자가 와서 재밌다고 기사 쓰겠다고. 이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냐고 해서 제가 술을 사주면서 말린 적도 있지만요.

박인규 : 많은 분들이 만화가 새로운 문화산업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하시는 분들은 만화 가지곤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참 안타깝네요.
만화계의 갑갑한 현실에 대해서 말씀 나눠봤는데요, 만화가 협회라는 것도 있죠. 말하자면 만화계의 이익을 위한 단체인데...

강철수 : 친목단체 성격이 강합니다.

박인규 : 거기서 문제를 좀 부각하거나 연구를 할 수 없나요?

강철수 : 연구를 하고 여러 가지 해보려고, 만화계를 살려 보자. 온라인상에서도 만화를 띄워 보자. 집행위원들이 있고 한데 생각 같이 뜻대로 잘 안 되고요, 강제성이 없고 재원도 없구요. 그래서 참 힘들죠. 이걸 풀려면 제일 첫째는 좋은 만화가가 좋은 만화를 그리고, 고생을... 밥을 굶고라도 해야 되는데 그건 좀 물리적으론 어려운 일이고

박인규 : 지금 만화가협회 회원들은 몇 분이나 되십니까?

강철수 : 준회원, 정회원이 있고 원로회원이 있는데 2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생각보다 많지는 않네요. 사실 우리 정부에서 한류, 문화산업, 문화콘텐츠 진흥을 많이 말씀하고 계신데, 그렇다면 정부에서 만화산업, 특히 만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화를 통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강철수 : 그런데 국가를 보고 먹고 살게 해달라고 강요는 할 수 없고, 문화적인 차원, 국가적인 긴 안목을 보고 방향을 좀 제시해 주십시오. 관심 가져 주십시오 정도지, 우리 밥 굶으니까... 다시 말해서 가수가 먹고 살기 힘드니까 방송국 하나 더 지어주라. 이건 지어주면 고맙긴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되거든요. 거기 전문가들이 대개 하는 소리들이... 전문가가 누군진 모르지만,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만화를 어떻게 육성해서, 소위 말해서 엄청난 과일이 열린다는 건 어디선가 아니까, 청진기를 갖다 대고 혈압은 높지 않은가, 당뇨는 없는가 막 재고 있지만 사실은 이 환자가 영양실조인 겁니다.

걸음도 못 걷는 환자를 놓고. 그럼 왜 못 걷는가, 어디서 사는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가부터 정확히 알고 엑스레이를 찍어 봐야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영양실조를 해결할 방법을 지원만 가지고 뭐든 해결하는 건 안 된다고 봅니다. 정확히 실태파악을 해서. 또 제가 쭉 살아오면서 보니까 만화가 호황인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 보면 이게 문화사업이거든요. 책이거든요. 그런데 막 악덕업자들이 덤벼들어서 불미스런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문화사업을 할 만한 사람들을 시험을 쳐서 뽑아서 출판하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서 양식있는 사람이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고, 세제지원을 해주든가, 종이를 싸게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준다든가 인쇄라든가.

그리고 만화가들한테 연구비를 좀 해준다든가. 아니면 돈을 주기 그러면 여러 가지 관심만 가져 줘도. 다시 말해서 요새 100개 넘는 만화학교가 있지만 그 학생들이 이걸 잘 하면 앞으로 괜찮은 이런 청사진을 국가가 제시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생활이 어려워도 할 수 있다는 확신, 정책 같은 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만화 관련학과가 100개가 넘는다는 건 그만큼 만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건데, 지금 강철수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만화계의 상황이 그러하다면 여기서 나오는 졸업생들이 적어도 2, 300명은 될 텐데 다 어디로 갑니까?

강철수 : 그 학생들의 열정은 대단하죠. 그리고 만화는 다 좋아하지 않습니까. 제가 학교 가서 봤더니 만화가 좋아서 왔다는 학생도 많더라구요. 뭐 특별히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인규 : 이 학생들이 졸업해서 어디 갑니까?

강철수 : 그러니까 처음의 요란한 꿈과는 달리 점점 현실에 부딪히고 그 학생들도 서른이 넘고. 제가 지난번에 만난... 제가 가르치던 학생이 40이 다 돼 가더라구요. 장가가서 애를 둘 낳았는데 어디 취직을 해서 만화도 그리긴 그려...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했더니, 만화는 확실히 그리고 있습니다! 해야지. 만화도 그리고 있다 소리가 말이 되냐고 했더니 현실을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제가 도리어 참 여러 가지 얘기를 들었는데, 현실이라는 게 그렇더라구요. 나이가 들고 장가가고 시집을 가고 그랬을 때 열정이 과연 그때처럼 살아 있고, 그 꿈을 뒷받침해 주느냐는 중요한 문제거든요. 그리고 만화를 전공해서 나와서 다른 걸 하기도 참 그렇거든요.

박인규 : 하긴 저희 프로그램에도 북한에 다녀와서 북한 관련 만화를 그려서 히트 친 만화가가 나오셨는데 그분도 만화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서 직장 다닌다고 하시더라구요.

강철수 : 예. 잘 되는 경우도 있죠. 어떤 건 영화화도 되고 어떤 건 어디 팔려서. 그런데 그건 백사장에서 어느 날 뭐가 하나 나왔다고 괜찮은 백사장이라고 말할 순 없는 거죠.

박인규 : 만화계의 현실에 대해서 상당히 암울한 말씀을 하셨지만 지금도 만화는 그리고 계시죠?

강철수 : 그럼요.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암울하다고 얘기하는 건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애정이 있으니까, 만화 하지마. 공을 하도 못 차니까 공 차지마! 하는, 역설적인... 뒤집어서 하는 애정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기서 자식들 다 키우고 밥 먹고 살고 해서, 소위 말해서 절을 하고 떠나야 될 입장이지만 그래도 선배로서 정확한 진단을 해주고 정확히 어디가 아프고 어디를 고쳐야 되고 어느 부분이 피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책임을 지고 얘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 먹고 잘 살다 간다고 잘 있거라 안녕 하는 건 좀 무책임하지 않겠어요

박인규 : 제가 빼먹은 질문이 있는데, 만화 하면 사실 일본이 대국으로 알려져 있고 산업으로서도 굉장히 크다고 들었습니다. 우리와 일본을 비교했을 때 뭐가 다른 겁니까?

▲ ⓒ프레시안

강철수 :
지금 현재는 경제적인 수준이 다르지만요. 조금 수치적으로 비교하기가 우습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다시 말해 일본의 60년대... 우리가 적어도 경제적인 수준은 우리나라 80년대 후반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해 80년대가 일본 60년대만큼 인식이 있었느냐, 만화를 좋아만 했을 뿐. 일본에서도 만화를 사회악이라고 화형식을 하고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만화가들이, 제가 일본 만화가 집에 갔더니... 오래 전 얘기지만 일을 하면서 밑에 세숫대야에 얼음을 띄워 놓고 일하더라구요. 저희도 그랬거든요. 야 너네 부잔데 뭐 이렇게 사냐, 다 그렇게 살고 셋방 살고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사회 분위기가 만화를 죽이게는 안 만듭니다. 만화가들이 잡혀가고 그러진 않게 했어요. 아무리 어렵고 아무리 화형시키고 학부모들이 저질 만화는... 사실 저질만화들이 있을 뿐이지 만화가 나쁜 거라고 해서 만화를 다 없애 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상당히 채찍 맞아가면서 보호를 받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사회 분위기가 맛있을 때는 상당히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고 재밌어 하고. 좀 시들해질 때는 굶어죽든지 말든지, 다시 말해서 강아지가 예쁠 땐 쓰다듬어 주다가 밥도 안 주고, 강아지가 어딨는지, 나갔는지 집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차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누구 하나 특정인을 찍어서 책임지울 수는 없는 거죠.

박인규 : 어쨌든 일본에서는 만화가 하나의 중요한 산업이자 예술장르로 우뚝 섰는데 우리는 아직 거기까진 못 갔다. 그 차이가 뭔가.. 많은 분들이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강철수 : 사랑해 주시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박인규 :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철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만화가 강철수씨를 초대해 그가 보는 우리 만화계 현실은 어떤지 우리 만화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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