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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시대, '수입피해 방지' 갈수록 중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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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시대, '수입피해 방지' 갈수록 중요해질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03] 박태호 무역위원회 신임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WTO와 FTA 등 다자간협상과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자유화, 개방화 물결에 따른 외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무역 분쟁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무역분쟁으로부터 우리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는 무역위원회의 새로운 수장이 탄생했습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박태호 교수가 무역위원회를 이끌게 됐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박태호 무역위원회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무역위원회의 역할과 무역구제제도의 현황, 그리고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무역위원회 박태호 위원장입니다. 박태호 위원장은 1952년 부산 출생으로 75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83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과 WTO분쟁해결기구 패널위원, 한국국제통상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과 국제학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무역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박인규 : 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신 게 지난 6월 22일이죠?

박태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축하드립니다.

박태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우선 간단하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까요?

박태호 : 지금 WTO협상 FTA협상 등으로 무역자유화가 많이 이뤄지면서 무역위원회의 기능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 시점에서 제가 무역위원회를 맡게 돼서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구요. 제가 99년부터 한 5년간 무역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적 있고 제 전공분야가 국제무역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이 일을 맡아서 우리 무역위원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데 노력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제가 무역위원회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나 됐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출에만 관심이 있고.. 무역위원회는 수입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우선 제가 무식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무역위원회가 왜 생겼고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박태호 :
무역위원회는 주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공정성을 우리가 점검하는 건데 말씀하셨다시피 우리가 수입은 많이 했지만 그 수입품은 수출을 위해서만 수입했기 때문에 크게 우리나라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이제 앞으로 소비재라든가 여러 가지 상품이 들어오게 되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될 거고 그래서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외국 물품이 불공정하게.. 아주 싸게 들어오는 걸 덤핑이라고 하죠. 그렇게 들어와서 우리 산업에 피해를 준다든가. 아니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서 물건이 싸게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산업이 불공평하게 피해를 받을 수 있어서 그걸 구제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한 가지는 지난번 마늘파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정하게 들어왔지만 수입이 단시간에 급증할 경우에는 우리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그런 건 WTO에서도 수입국이 일시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걸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묶어서 우리 산업을 보호도 하고 공정무역거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역위원회입니다.

박인규 : 공정한 방법이든 불공정한 방법이든 우리나라에 들어온 수입품이 우리나라 산업이나 기업에 아주 악영향을 미쳤을 때 거기에 대한 대응조치를 취하는 기구다. 마늘파동을 말씀하셨는데요, 마늘파동은 공정하게 들어왔지만 우리나라 마늘값을 폭락시켜서 문제가 생겼고. 그 외에 우리나라에서 수입품이 우리나라 산업이나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가 혹시 있습니까?

박태호 : 한 가지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은 1998년 IMF위기가 났을 경우에, 그 당시 우리 건전지산업이 그래도 꽤 잘 되고 있었는데 IMF위기로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그때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 많은 건전지가 싸게 들어왔습니다. 덤핑을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 작은 산업이지만 그 산업이 덤핑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들이 조사를 하고 산업피해를 검증해서 한 20여 프로 반덤핑 관세를 매겨서 한 4,5년 지났거든요. 그래서 이 건전지산업이 상당히 건전해졌고 또 R&D투자도 많이 해서 새로운 상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길 경우에는 무역위원회가 굉장히 중요하죠.

박인규 : 값싼 외국산 건전지 때문에 국내 건전지산업이 망할 뻔 했는데 보호해서 다시 회생할 수 있도록...

박태호 : 값싸다는 게 그냥 자기들 경쟁력 때문에 값싼 것이 아니라 일부러 싸게 팔아서 우리나라 산업에 영향을 주고 싶다. 이럴 경우는 불공정거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그걸 막아주는 거죠.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철강 제품이나 반도체 제품이 미국에서 반덤핑 판정을 받았다, 보조금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엄청난 돈을 물어야 된다. 그런 걸 봤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품 피해를 막기 위한 무역구제제도가 여러 가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걸 간단히 설명 좀 해주시죠.

박태호 : 몇 번 말씀드렸지만 덤핑이 들어오면 싸니까 적당한 조사를 거쳐서 그게 진짜 덤핑이라는 게 증명되고 산업에 피해를 준다면 우리가 덤핑으로 들어온 가격에다가 세금을 더 매길 수 있습니다. 그걸 반덤핑관세라고 하는데 그런 게 있고. 또 보조금이 들어왔을 때도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이 물건을 싸게 만들었다는 게 증명되면 그걸 상계할 수 있는 관세. 그걸 상계관세라고 하구요. 그 다음 공정한 무역인데 마늘처럼 많이 들어와서 피해를 줄 경우에는 우리가 세이프가드라고 해서 수량도 제한할 수 있고 세금도 매길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요즘에 나오는 새로운 불공정거래 행태인데 지적재산권, 상표 등을 위조해서 들어오는 상품도 불공정거래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역위원회는 앞으로 전문성을 더 키워나가야겠지만 특허침해, 상표침해에 대해서 상당히 우리가 많이 대응해야 되는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입품의 대부분은 수출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품이나 자재가 많았고 소비재는 얼마 안 된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한미FTA 등이 발효되면 소비재도 많이 들어오고. 실제로 무역위원회의 역할이 많이 커질 것 같습니다.

박태호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는 일반 국민이나 기업들이 잘 모르셔서 저희가 홍보도 하는 형편이거든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무역이 많이 자유화되고 EU와 FTA가 되고 장차 일본이나 중국과도 FTA가 되게 되면 거의 우리 무역의 70% 이상이 자유무역을 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무역으로 인한 피해가 많이 생길 거고 자연히 불공정으로 들어오는 게 많을 테니까 우리 무역위원회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겠죠.

박인규 : 건전지 얘기를 하셨는데 특정한 산업이 외국 수입품 때문에 피해를 본다. 그럴 경우 어떻게 조치를 합니까? 무역위원회에서 알아서 하는 건가요, 해당 기업이나 산업에서 제소를 하는 겁니까? 과정이 어떻게 됩니까?

박태호 :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시고 기업도 모르시는데 일반적으로는 자기네들이 자꾸 산업에 피해가 있어서 고용이나 투자, 매출이 줄어든다면 이게 왜 그럴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걸 봤을 때 수입품이 싸게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덤핑인 것 같다 하는 걸 느끼게 되면 무역위원회에 제소를 하게 됩니다. 제소라는 건 그때부터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거고, 아주 명백한 경우에는 우리 무역위원회에 직권으로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박태호 위원장께서는 서울대 교수도 하시면서 위원장직은 비상근이신데, 상시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몇 분이나 되세요?

박태호 : 여러 가지 조사도 하고 정책도 정하지만 한 50명 정도 상근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맡은 바 임무에 비해서는 숫자가 적은 것 같습니다.

박태호 : 숫자도 숫자지만 앞으로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금도 회계사라든가 변호사, 변리사들이 들어오고 계신데 그런 분들을 더 많이 확보해야겠지요.

박인규 : 무역위원회 설립 20주년을 맞아서 국제포럼을 열었다고 들었는데 소개 좀 해주시죠.

박태호 : 저희 무역위원회가 아주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매년 국제회의를 여는 겁니다. 한 8번째 되는데 이것이 20주년과 맞아서 좀 크게 국제회의를 했습니다. 크다는 것은 세계 각 주요국들, 우리와 관계 깊은 나라들의 무역위원회장들을 모셨거든요. 많은 사람은 못 어셨지만 제일 의미있는 건 미국의 피어슨씨라고 미국의 USITC.. 미국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오셨어요. 또 EU에서는 무역을 담당하는 국장이 오셨고 중국에서도 불공정무역 다루는 여자 분인데 국장이 한 분 오시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시고. 학자들, 이렇게 해서 아주 좋은 세미나를 했습니다.

박인규 : 이번 포럼의 큰 주제는 어떤 거였습니까?

박태호 : 지금 각국이 한 20여 개국이 무역구제제도를 갖고 있어요. 무역위원회 같은 걸. 그걸 WTO에서 인정을 해주고 있거든요. 그런데 WTO에서는 아주 일반적으로만 인정해 주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 없습니다. 각국이 알아서 하죠. 그런데 각국이 알아서 하는데 굉장히 어떤 때는 자의적이고 불투명하게 해서 기업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모인 건 이 무역구제제도를 어떻게 하면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것이냐 하는 제안들을 하기 위해서 모였죠.

박인규 : 말하자면 각국의 무역구제제도를 통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박태호 :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박인규 : 지금 우리나라 산업 입장에서는 사실은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지만, 아직은 미국이 그래도 중요한 시장인데 미국에 가서 상당히 자의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많고. 실제로 각 나라마다 무역구제제도가 많이 차이가 있는 모양이죠?

박태호 : 예. 통계를 보니까 우리가 과거에는 미국과 EU에 의해서 가장 많은 규제를 받았는데 요즘은 가장 많은 규제를 하는 데가 중국과 인도입니다. 그래서 벌써 개도국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서 우리가 많이 수출을 하니까 우리 상품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물론 미국도 견제를 많이 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화학제품이나 철강, 전기전자, 섬유, 종이제품들이 많이 규제를 받고 있죠.

박인규 :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품이 중국이나 인도로 굉장히 많이 나가고 늘어나고 있다는 건가요?

박태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우리 입장에선 어떻습니까? 외국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 산업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게 어느 나라라고 보십니까?

박태호 : 지금 우리가 한 100건 이상, 나라도 다양합니다. 19개 나라에서부터 들어오기 때문에 주로 개도국에서 들어오는 게 많죠. 중국에서 들어오는 게 가장 많고. 그래서 앞으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그리고 우리가 FTA를 하게 되니까 미국이나 EU의 제품들도 우리를 많이 위협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한미FTA라든가 여러 가지 자유무역이 더 확대되면 이런 무역구제가 더 중요해질 것 같은데 앞으로 무역위원회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된다는 걸 큰 틀에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박태호 :
제일 중요한 건 우리 무역위원회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내린 조치들이 과연 국내 기업이나 외국 상대국에서 볼 때 공정하다는 걸 느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 기관이 굉장히 전문가적인 기관으로 보여야 하는데, 세계 각국이 가장 강조하는 건... 덤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이 하고 있고 불공정거래도 많이 하는데 과연 불공정거래와 산업피해와 연계가 돼야만 우리가 조치를 취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가 산업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산업피해가 바로 그 무역 때문에 입었다는 걸 입증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 쉽지가 않거든요.

왜냐면 여러 가지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전문적으로 우리가 조사해서 산업피해와 불공정거래를 연결시키는 전문성도 많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회계사도 필요하고 경제학자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무역위원회의 조직은 그런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아주 전문화 돼 있진 않거든요. 그게 가장 시급한 문제구요. 두 번째는 미국의 무역위원회를 보면 평소에도 산업스터디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 산업은 경쟁력이 있다 없다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기능을 좀 해야 될 것 같고 특히 산업피해조사에서는 우리가 FTA 때문에 보완대책으로 나온 게 무역조정지원제도가 4월부터 시작됐거든요.

그래서 자유무역으로 인해서 어느 산업에 피해가 왔다면 기업과 노동자들이 보조금 같은 걸 신청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우리가 또 피해를 입증해야 되는데 누가 입증해줄 것이냐, 그건 무역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이번에 국제회의를 했지만 이런 일이 딱 벌어지고 나면 문제가 되니까 사전에 협의를 많이 해야 돼요. 그래서 우리가 주요국들 미국이나 EU, 중국, 멕시코 이런 나라들과 연차 협의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외교활동을 통해서 사전에 좀 협의도 하고 기업들한테 이런 게 있으니 조심해라 하는 것도 워닝을 줄 수 있고. 그런 국제적인 네트워크나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무역위원회가 앞으로 해야 될 일이라고 봅니다.

박인규 : 무엇보다 무역에 의한 국민의 산업피해라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다. 무역위원회가 제가 알기로는 산업자원부 산하로 알고 있습니다.

박태호 : 그렇습니다. 지금 조직은 그렇게 돼 있죠.

박인규 : 외국에서 볼 때 정부 산하기구가 그런 무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조치를 하면 좀 독립적이지 않다고 볼 가능성은 없나요?

박태호 :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자체 내에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 무역위원회가 독립해야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건 점점 더 상의를 해나가야 할 과젭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앞으로 무역위원회가 해야 될 일이 참 많을 것 같고 그걸 위해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 FTA협상이 드디어 타결이 됐습니다. 추가협상까지 다 끝났고. 협상과정에서 한미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하나가 미국의 반덤핑이라든가 이런 데서 한국이 예외적인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된 것 같아요.

박태호 : 기업에서 가장 관심있었던 분야가 그 분야거든요. 우리가 수출할 때 불공정거래 조치로 많은 규제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가 좀 이해해야 될 것이 미국의 반덤핑제도나 무역구제제도는 완전히 의회의 관할입니다. 그런데 우린 행정부가 나와서 협상하기 때문에 굉장히 꺼리긴 했죠.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많이 얘기해서 적어도 무역구제를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를 형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FTA 끝나고 나면 저희쪽과 미국의 카운터파트가 위원회를 만들어서 항상 양자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 미리 사전에 토의하기로 돼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한테는 지금 상황이 어떻다는 걸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하고. 특히 이번에 피어슨 위원장이 말씀하신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미국에서 반덤핑규제를 받지 않습니까? 이것을 3년 5년 지난 다음에 그만 둘 것이냐 계속할 것이냐에 대한 회의를 하게 돼 있어요. 그분 말이 그 결정을 할 때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하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자료도 제공하고 우리는 더 이상 반덤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자료를 주면 너무 좋다. 이번에 그런 케이스가 있었다고 해요. 철강이나 이런 부분, 그래서 이런 사전 협의체가 구성되면 그런 인포메이션을 주고받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어떤 구체적인 조치나 특혜는 없었습니다만 그런 상설기구 같은 게 있음으로 해서 미국의 무역구제제도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박태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 밖에 우리가 한미FTA를 통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미국의 무역구제제도로부터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된 다른 게 있습니까?

박태호 : 위원회 속에서 우리가 논의했던 것이 아까 말씀드린 세이프가드라는 게 있는데요, 그것은 한 특정 나라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다 수출하는 국가는 다 규제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나프타의 경우는 철강을 규제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나프타 회원국이기 때문에 그 세이프가드에서 빼줬거든요. 규제에서. 그래서 이번에 우리도 그걸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확실히 하진 않겠지만 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넣어 줬어요. 그래서 이게 좀 애매모호하지만 없었던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확실해 해주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박태호 : 그런데 그쪽에서 그렇게 합의를 본 거죠.

박인규 : 저희가 지금 정부에서 한미FTA를 마무리짓고 한EU FTA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너무 빠른 게 아니냐. 한미FTA를 좀 봐가면서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태호 : 그러니까 우리가 미국이라는 가장 개방된 나라하고, 선진국하고 FTA를 했기 때문에, EU도 미국시장과 상당히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우리가 미국시장에 열어 줬는데 EU에 열어줘도 크게 추가적인 비용은 없겠다 해서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EU와 하게 되면 많은 경우 경쟁이, 어떤 경우는 미국상품과 EU상품이 경쟁할 것이다. 그런 걸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구요.

박인규 : 경쟁한다는 건 오히려 우리가 유리할 수도 있다.

박태호 :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는 뭔가 하면 FTA를 우리가 자꾸 하는 이유는 지금 DDA협상이라고 WTO협상이 잘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많은 나라들이 지역주의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적었거든요. 예를 들어 멕시코 같은 나라는 자기 수출과 무역의 80% 이상이 FTA파트너들하고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3%밖에 안 되거든요. 지금 싱가포르나 에프나라든가 칠레 이렇게 해봤자 그렇기 때문에 그걸 좀 비중을 높이는 게 아마 정부의 목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과 했고 EU랑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턴 좀 전략적으로 숨을 쉬고 우리도 좀 더 경쟁력을 키우고, 이런 식으로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듣고 보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른바 FTA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일각에서는 FTA라는 건 지역주의기도 하고 두 나라간의 협정이기 때문에 사실은 WTO, DDA 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서 자유무역체제를 만드는 게 훨씬 더 공정한 것이다. 물론 한국이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십니까? WTO를 통한 자유무역과 FTA를 통한 자유무역과 어떤 게 더 나은 겁니까?

▲ ⓒ프레시안

박태호 :
저희 학자들은 거의 모두가 WTO를 통한 프리트레이드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 WTO 회원국이 150개국이거든요.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이런 개도국의 경제적 입지가 너무 좋아져서 뭐 하나 결정하는데 앞으로 잘 결정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DDA가 좀 안 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중요성은 WTO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효율성 면에서 굉장히 지지부진해질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경우를 우리도 대비해야겠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지역주의를 대비하는 거고 우리나라 정책의 아주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도 아마 WTO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WTO자체가 지금 진행이 안 되고 있으니까 우리가 다른 준비를 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WTO, DDA협상이 타결되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 FTA 등을 비롯해서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키워야겠다. 좋긴 한데 한미FTA가 지금 서명을 했구요, 타결이 2009년부터인가요? 발효되는 것이?

박태호 : 그건 지금 굉장히 중요한 프로세스가 남아 있죠. 이번에 사인한 건 협정문에 대한 사인이고. 미국법도 그렇고 우리 국내법도 그렇고 다 국내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데 미국은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되고 우리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되는데 그것에 대한 데드라인은 없습니다. 각각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죠.

박인규 : 목표는 2009년부터 발효하는 걸로 잡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박태호 : 2009년도라는 게 뭔가 하면 다 비준동의가 끝나고 나면 60일 이후부터 발효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저희들이 적어도 양국이 다 같이 비준동의를 끝내는 게 2008년에 돼야만 2009년에 발효되는 거죠.

박인규 : 빠르면 한 1년 반 뒤에 한미FTA가 진짜로 시행되는 건데 지금 사실은 아주 정직하게 얘기하면 그 영향은 아무도 모른다고 얘기들을 하시는데, 그렇지만 학자로서 한미FTA가 실제로 발효되고 거기다 한EU FTA까지 발효되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박태호 교수님께선 어떻게 보십니까?

박태호 : 물론 발효가 되면 즉시 자유무역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품목들은 5년, 10년, 15년에 걸쳐서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경쟁력이 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즉시철폐를 했고 좀 경쟁력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금 늦게 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의 효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지만 경제학자들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스터디를 해보면, 상당한 임팩트를 줄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산업도 많은 경쟁이 들어와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날 거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피해나 구조조정의 코스트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비를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구요. 이제는 FTA로 인해서 오는 이득이, 경쟁증진을 통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소비자들도 좀 선택권도 늘고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는 그런 목소리도 좀 내야 되는 그런 상황이 오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삼성 같은 대기업은 분명 이득을 볼 것이고 소비자들도 선택폭이 넓어지니까 이득을 보는데, 이른바 한계기업이랄까 중소기업들은 상당히 타격을 받고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도 많은 것 같아요.

박태호 : 그런 우려가 사실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무역조정지원정책 같은 게 만들어지는 것이 특히 중소기업이라든가 정말 경쟁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을 부분, 이런 부분은 정부가 좀 지원을 해줘서 경쟁력을 되살리고. 또 진짜 중국이나 베트남 이런 나라들 때문에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정부가 도와주고 하는 식으로 우리가 조정을 해나가야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 박태호 교수께서 아주 무역위원회가 중요해지려고 할 때 맡으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임기가 3년 되십니까?

박태호 : 3년으로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이제 맡으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 포부가 많으실 텐데 앞으로 무역위원회를 어떻게 끌어가야겠다. 기본적인 방향 같은 걸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박태호 : 네. 무역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은 어떻게 보면 칼날의 양면이거든요. 우리 국내 쪽에서는 왜 그것밖에 안 했냐고 하지만 외국이나 국제규범으로 볼 때는 너무 지나치게 했다고 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공정성... 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걸 국내에도 국제에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구요. 제가 그런 면에서, 학자로서 왔기 때문에 행정에는 좀 취약하지만 그런 공정성을 키우는 데 일조를 할까 합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수출만이 살 길이다. 그랬는데 이제는 수입으로 인한 피해도 제대로 막아야 된다. 이것도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무역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태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박태호 무역위원회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무역위원회의 역할 무역구제제도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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