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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테러를?…다시 쓰는 '테러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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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테러를?…다시 쓰는 '테러 문법'

英 테러 용의자 8명 中 6명이 '고학력 전문직'

호주 경찰 반테러팀은 2일 브리스번 공항을 통해 출국을 하려던 인도계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27세로 알려진 이 남성은 지난달 29~30일 영국 런던과 글래스고에서 발생한 테러 미수 사건 3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남성이 인도에서 의사교육을 받고 영국과 호주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남성이 근무했던 골든 코스트 병원의 동료들은 그가 "모범 시민(model citizen)"이었다고 증언했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국 일간에 따르면 이 남성 외에도 이번 테러 용의자로 체포된 8명 가운데 5명이 현직 의사였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 직원도 테러에 가담했다.

'멀쩡한 이웃'들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한 것이다.

"알카에다 선전술 확산"

용의자들의 대부분이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이 알려지자 영국 사회는 물론 서구 사회 전체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외신들도 이번 테러 용의자들이 대부분 현직 의사라는 점, 그것도 영국이나 호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테러 공격을 기획한 핵심인물로 의심을 받고 있는 모하메드 아샤는 아예 '닥터 아샤'로 불리고 있다. 아샤는 사우디아라비아 태생 팔레스타인 의사로 요르단 여권을 갖고 있었다. 아샤와 함께 범행을 모의한 아샤의 부인은 NHS에서 의학담당 보조원으로 근무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아샤 내외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아샤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독실한 이슬람 신자였지만 광신도는 아니었다"며 "내 아들이 테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30일 글래스고 공항 정문으로 불타는 체로키 지프를 몰고 돌진한 빌랄 압둘라는 이라크 출신 의사다. 2004년 바그다드에서 학위를 받고 이라크에서 수련을 받은 뒤 이라크 난민 신분을 인정받고 영국 병원에서 근무해 왔다.
▲ 차량방화테러를 당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 정문.ⓒ로이터=뉴시스

이밖에도 레바논 출신 신경외과의사와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무슬림 의사 3명이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글래스고 공항 사건이 있기 전날 런던 번화가에 인화물질을 가득 실은 차량을 세워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용의자 중에서는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줄곧 자라온 영국계 무슬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들이 9·11 테러를 기획한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구체적인 혐의를 수사 중인 영국 군사정보국(M5)의 한 관계자는 "알카에다의 선전술이 소외된 이슬람 청년층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침공을 받은 이라크와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등지에서는 극단적인 반미감정이 들끓고 있고, 미국의 대테러작전으로 초토화되다시피 했던 알카에다가 이같은 반미감정에 편승해 재건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 용의자들 역시 주로 팔레스타인, 이라크, 레바논 출신이다.

'피의 복수'를 외치는 알카에다의 극단적 구호가 이들 국가의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에까지 확산됐을 뿐 아니라 그 사정권 또한 미국을 넘어 미국의 대외정책에 동조한 영국까지 뻗쳐있다는 사실이 이번 테러 미수 사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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