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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얻어먹은 푸틴, MD엔 '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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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얻어먹은 푸틴, MD엔 '딴청'

미-러 정상 1박 2일 '파격 회동'…실속은 없어

2일 오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서양을 등진 채 나란히 서서 기자들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부시가(家) 여름 별장에서 하룻밤을 묵은 이튿날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 푸틴 대통령과 바다낚시를 나간 얘기로 입을 뗐다.

"푸틴 대통령이 유일하게 고기를 잡았다. 훌륭한 솜씨였다. 축하드린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푸틴은 일관되고 투명하며 정직하고 토론하기 좋은 상대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이에 푸틴 대통령도 "우리는 미국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고 간다"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기지 동유럽 배치, 코소보 문제, 이란 제재 강화 등에 미-러간 쟁점으로 들어가자 양 정상은 '딴 소리'를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 번도 외국 정상을 초대한 적이 없었던 '워커스 포인트(Walker's Point)'로 '숙적'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며 파격적인 외교를 시도해 봤지만 기대했던 소득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태클, "MD에 유럽도 참여시키자"
▲ 1박 2일간 '랍스터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부시 미국 대통령. 설명은 구구했지만 합의된 것은 없었다. ⓒ로이터=뉴시스

양 정상이 격돌한 지점은 역시 'MD'였다.

체코와 폴란드에 MD 기지를 설치하고자 하는 미국의 계획에 러시아는 정면 반발하고 있다.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을 보호한다면서 굳이 러시아의 '뒷마당'에 미군 기지를 세우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달 G8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동유럽 대신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옛 소련의 레이더 기지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러시아와는 거리가 멀다.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MD의 숨은 계산을 무력화시킬 카드였던 셈이다.

2일 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은 한 층 공세적인 안을 내놓았다. MD 체제 구축에 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을 참여시키고 러시아 남부의 첨단 레이더 기지도 활용하자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MD가 미국의 주장대로 '미사일 방어(Missile Defense)'를 위한 용도라면 그 혜택을 받을 유럽 국가들도 운용에 참여시켜 달라는 제안함으로써, 말이 '방어'지 사실상 미국의 절대적 군사 우위를 지켜내기 위한 구상인 MD의 허를 찌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럴 경우 "유럽, 즉 체코와 폴란드에 더 이상의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을 것"라고 못 박아, 동유럽 MD 기지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또 다시 역습을 당한 부시 대통령은 "진지하고 과감한 움직임"이란 칭찬 끝에 "전략적(it's strategic)"이라고 토를 달았다.

부시 대통령은 일단 "체코와 폴란드도 이 시스템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의 반대에도 체코와 폴란드 계획에서 물라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을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MD 체제의 지역적 접근 개념에 강력히 동의한다"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란 제재'에 대해서도 '무늬만 합의'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얼핏 양 정상이 합의를 이룬 듯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이 근접했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같은 노선을 천명할 경우 대체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 측이 유엔에서 견지한 태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유엔 안보리를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계속 공동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미국이 준비한 요구는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에 있었고 푸틴 대통령에 입에선 제재 강화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코소보 독립 문제에 대한 이견 또한 좁혀지지 못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코소보'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코소보 독립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는 것은 두 달 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부터 미국이 요구했던 바이지만 러시아는 '독립을 반대하는 세르비아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낚싯대를, 어머니 바바라 여사는 랍스터 만찬을 내놓는 등 부시 일가 전체가 공을 들였던 '푸틴 달래기'는 헛수고로 돌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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