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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도 꺾은 미 의료업계, 마이클 무어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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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도 꺾은 미 의료업계, 마이클 무어에겐...

29일 '시코' 개봉 앞두고 의약ㆍ보험업계 '선제공격'

"업계 중대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사(HMO)의 CEO, 제프 맥 와터스는 마이클 무어의 새 다큐멘터리 <시코(Sicko)>가 미국 전역에서 개봉되는 29일을 '디데이'로 지목했다.

무어가 건강보험을 새 표적으로 삼았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부터 이미 건강보험과 관련한 논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무어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사 주간 <타임> 인터넷 판은 "최상의 공격이 곧 최고의 수비라는 점을 터득한 관련 업계들이 무어에 맞서기 위해 세를 규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황을 뒤집어엎으려고 나섰다"
▲ ⓒwww.michaelmoore.com

<시코>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4700만 명의 미국인들의 처참한 현실과 보험 회사가 얼마나 냉혈한 사정작업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는 캐나다와 프랑스, 쿠바의 의료체계를 예를 들며 사회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어는 영화에 대해 "우리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회사들과의 전투 중"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한 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고 우리는 이 상황을 뒤집어엎으려고 나섰다"는 말에서 영화를 넘어 '운동'을 하고자 하는 감독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에 <시코>를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 영화가 건강보험 개혁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추정이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워싱턴의 어메리칸대학 정보통신학과 팻 아우프더하이드 교수는 "사람들은 이 업계에서 무어가 유독 정직하고 믿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는 관객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을 만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무어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면 아우프더하이드의 평가에, 그리고 업계의 긴장감에 수긍하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1998년 <로저와 나>에서 무어는, 제네럴 모터스(GM)가 자신의 고향인 미시간 주 플린트 시의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로 옮기기로 결정함으로써 발생하게 된 실업문제, 도시 공동화 문제를 다뤘다.

플린트 시에서만 3600명이 실직을 하고 시민의 절반 이상이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형편으로 전락했지만 공장 이전을 주도했던 로저 스미스 GM 회장의 연봉은 200만 달러나 오른 현실을 비교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빈부격차에 대해 실제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만든 영화로 평가 받는다.

이 영화가 발표된 이후 무어의 이름 뒤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닌 '저널리스트'란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됐다.

2002년 작 <볼링 포 콜롬바인>은 총기난사 사건을 부추기는 미국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였다.

이 영화는 해마다 급증하는 미국 내 총기사건의 책임이 '나사 풀린 정신병자들'이 아니라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의 손에도 총을 쥐어주는 '나사 풀린 총기 관리 시스템'에 있다고 주장해,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의 만만찮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무어를 2004년 발표한 '화씨 9/11'은 9·11 이후 미국 시민들이 분노하던 대상을 이슬람 세계에서 부시 대통령으로 바꾸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작품으로 꼽힌다.

"무어는 선정주의에 편승하는 정치적 활동가"
▲ 칸에 초청된 마이클 무어. 이 자리에서도 무어는 '정치 영화'란 일각의 평가에 대해 "시코는 선동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며 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촉구했다. ⓒ로이터=뉴시스

이처럼 무어의 이전 작품들은 하나같이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기에 <시코> 역시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 개혁과 의료·제약·보험 업계의 이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이에 바이엘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엘리릴리, 머크 등 미국 주요 제약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미국제약산업협회(PhRMA)는 무어를 깎아내리고 나섰다.

PhRMA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무어를 "선정주의에 편승하는 정치적 활동가"라고 폄훼하며 "미국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비평은 정교한 조사를 토대로 신중하고 치우침이 없게 이뤄져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어의 작품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비난했다.

애트나, 시그나 등 주요 보험사들을 대표하는 미국건강보험계획(AHIP) 측도 "미국의 독특한 환경을 고려한 해법이 요구된다"는 보도 자료를 돌렸고, 제약·의료기기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인 헬스케어아메리카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무어가 대안으로 제시한 프랑스와 쿠바의 경우 '환자들의 병원 대기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브리핑하기도 했다.

헬스케어아메리카의 사라 버크 국장은 "무어 씨는 전체를 얘기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안에 찍느라 사실관계를 놓친 부분이 많았다"며 "우리는 무어 씨가 무시한 것들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무어 측 역시 업계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정치적 대응을 위해서는 앨 고어와 존 케리의 선거 캠페인을 진두지휘했던 모사가 크리스 르헤인이 고용됐다.

영화 개봉에 앞서 잘 조직된 기자회견도 몇 차례 열었다. 의회와 월스트리트의 개인 소유 영화관을 빌려 시사회를 하기도 했다.

무어에게는 특히 수많은 의료관계 노동자들이 우군이다.

캘리포니아 간호사 협회의 경우 무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 위해 <시코>가 개봉되는 극장 3000여 개에 간호사를 한 명씩 배치하기로 했다.

로즈 앤 드모로 협회장은 "<시코>는 용인하기 힘든 미국 건강보험 업계를 고발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그저 땜질하는 것만으로도 건강보험이라는 '비열한 괴물'을 고칠 수 있으리라 여기는 많은 이들에 들려주는 대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가 의약·보험업계의 막강한 로비 벽에 부딪혀 좌절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노인(메디케어)과 장애인(메디케이드)에게만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이 시행될 뿐, 일반인들은 모두 민간 건강보험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 보험료가 월 수백 달러 이상이 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건강보험은 '그림의 떡'이다. 그 숫자는 자그마치 4700만이나 된다. 이들은 암과 같은 중병에 걸려도 병원 문턱을 넘을 수가 없다. 아들의 백혈병을 고쳐달라며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존Q'와 같은 영화가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자신의 첫 정책과제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들고 나왔지만 막강한 의약·보험업계의 로비에 막혀 좌절하고 만 것이다. 그 정도로 가공할 만한 로비력을 과시한 미 의약·보험업계와의 일전에서 과연 마이클 무어가 승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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