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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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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공화당 거물 '루가 쇼크'에 백악관 전전긍긍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대표이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지지해 온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이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고 나서자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은 루가 의원의 발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과 그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사태 확산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루가 의원의 말을 거들고 나섰고, 초당적 성격의 미국 시장들의 모임인 미국시장연합회도 이라크 철군을 촉구하면서 부시 행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백악관, 루가 사무실로 안보보좌관 '급파'
  
  루가 의원은 지난 25일 상원 발언시간에 "(이라크 정책에서) 현재의 경로를 고수하면 비용과 위험성이 우리가 얻게 될 이득보다 크다"라며 "이라크 미군 증파안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사활적인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정책 조정 시점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인 26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지금 당파적인 이익을 중시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며 2008년 선거를 위해 부시 대통령이 전쟁 정책을 바꿔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날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던 토니 스노 맥악관 대변인은 이틀 연속 이같은 말이 이어지자 '대통령과의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동료 공화당원들이 루가 의원의 발언에 동참하려고 할 것을 백악관이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부인하며 의미를 축소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번 주 내에 해들리 보좌관을 루가 의원의 사무실로 보내 그가 왜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는지를 살피고 자제를 당부할 계획이다.
  
  백악관이 의지해 왔던 루가 의원
  
  백악관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루가 의원이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6선의 루가 의원은 공화당의 대표적 외교통 의원이다. 지난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고, 75세인 지금도 외교위의 공화당 대표를 맡고 있다. 루가 의원은 특히 상대당인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큰 신임을 받고 있는데, 백악관은 그의 그같은 영향력을 활용해 이라크 관련 법안 처리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루가 의원의 말이 의미심장한 것은 그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오면서도 그간 그런 발언을 삼가면서 법안이나 결의안 표결에서 오히려 철저히 행정부의 편을 들어왔다는 데에도 있다.
  
  루가 의원은 지난 1월 이라크에 전투병 3만명을 더 보내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이 나오자 같은 당의 존 워너 상원의원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그 후 외교위 회의 시간에나 이따금씩 이라크 정책을 우려한다는 말을 했을 뿐, 이라크와 관련된 모든 표결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행정부가 원하는 표를 던졌다.
  
  그랬던 루가 의원이 이틀 연속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며 '시간이 얼마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민주당 '루가 발언, 터닝포인트로 기록될 것'
  
  백악관이 우려한 루가 발언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조지 보이노비치 공화당 상원의원은 26일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의 임무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이제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주변 국가들이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좀 더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나 역시도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는 것을 걱정한다"며 루가 의원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리처드 버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라크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말로 실망스럽다"며 "조속히 제 역할을 찾지 못한다면 더 많은 공화당원들이 루가 의원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루가를 비롯한 공화당의 중진 의원들이 잇달아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이라크 논쟁에서 조류가 바뀌고 있는 징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원 군사위원회 의장인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루가의 말에 고무됐고 이제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며 "루가는 자신의 말을 실천할 것이다. 그의 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려운 내전 상황에 대한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행정부 관리들, 사석에서는 의회 반대 확산 우려
  
  공화당 유력 의원까지 가세해 이라크 정책 비판론이 확산되자 부시 행정부도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27일 "피로 물든 이라크의 이미지가 (이라크 전투 보고서가 제출되는) 9월까지 이어진다면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행정부의 관리들이 사석에서 인정한다"며 "관리들은 독립기념일 휴일이 지나고 의회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그런 사태가 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루가 의원의 말에 더 이상 자세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스노 대변인은 다만 "루가는 매우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의 관점을 신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또 한편으로 우리는 대통령이 이라크 현지 사령관들로부터 받는 보고 역시 신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 통신은 이라크에 주둔중인 고위급 미군 사령관 몇몇이 최근 이라크의 군과 경찰이 바그다드를 비롯한 핵심 지역에 대한 치안마저 확보할 능력이 여전히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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