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바지소송 2년간 악몽…하지만 원고 용서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바지소송 2년간 악몽…하지만 원고 용서했다"

한인세탁업주 승소…원고 피어슨, 항소 가능성

미국 워싱턴 DC 상급 법원은 25일 한인 세탁업자에 대한 5400만(약 520억 원) 달러 배상소송 1심 판결에서 한인 세탁업주 정진남 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은 앞으로 3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는데 항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모은 이번 '바지소송' 사건에서 워싱턴 DC 상급법원의 주디스 바트노프 판사는 한인 세탁업주 정진남 씨 등이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원고 측이 제기한 3개 혐의사실을 모두 불인정함으로써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신의 바지 분실을 이유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로이 피어슨 워싱턴 행정심판소 판사는 한인 세탁업주가 소비자 만족 보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 문제의 바지. 바지소송서 승소한 한인 세탁업주 정진남 씨가 원고 피어슨 판사의 바지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바티노프 판사는 "원고 피어슨은 피고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으며, 피고 정진남 등은 피어슨에 맞선 법적 행동에 대한 비용을 보상받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피어슨 판사는 정 씨 등이 이번 소송에 대응해 지출한 총 1000달러 가량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법원은 또 정 씨가 지출한 수 만 달러 상당의 변호사 비용도 원고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청원을 어떻게 할지는 추후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어슨은 세탁소 주인인 정 씨가 자신의 바지를 분실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67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나중에는 손실보다는 정 씨가 가게에 내붙인 '고객만족' 광고문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집중 주장했다.

바트노프 판사는 그러나 "이성적인 소비자라면 '고객만족 보장'이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까지 만족시킨다거나 합리적인 법적 다툼까지 포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 측 변호사 크리스 매닝은 정 씨가 내붙였던 "'고객만족 보장'이란 광고문이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정상인이면 이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매닝 변호사는 "바트노프 판사는 소비자들이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번과 같은 소송의 남용은 허용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AP> 통신 "법 남용의 세계적인 상징 됐다"

세탁소주인 정진남 씨는 판결후 "2년 동안 너무 오랫동안 끌어왔는데 속이 후련하다"고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 씨 부부는 판결 직후 세탁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기고 지고간에 상처밖에 남은 게 없다"며 "지난 2년간 악몽 속에서 살았지만 피어슨 판사를 용서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씨 부인은 피어슨 판사가 다시 손님으로 온다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우리 가게를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패소한 피어슨 판사 측은 아직 판결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정 씨 변호사 측은 피어슨이 상급심에 항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바지 분실에 대한 하루 손해배상 비용을 1500 달러(약 130만 원)으로 상정한 피어슨 판사의 터무니없는 소송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소송은 미 국내외의 관심을 끄는 국제적 소송으로 부상했고, 미국의 불합리한 사법제도에 대한 개혁 여론까지 제기됐다.

<AP> 통신은 피어슨 판사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불만 사항으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대폭 올림으로써 법을 남용한 세계적인 상징이 됐다"고 비꼬았다.

조지타운 대학의 폴 로드스타인 법학교수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미 사법제도의 맹점을 전세계에 보여준 것으로 특히 소송당사자가 판사이자 법률가인 점에서 더욱 당혹스러운 것이었다"면서 "다행히 이날 판결은 사법제도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회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씨는 2005년 피어스 판사가 맡긴 바지를 제때 세탁해 주지 못하고 잊어버린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1주일 후에 바지를 찾았고, 바지를 돌려주며 세탁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어슨은 정 씨가 찾은 바지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세탁업주 정진남 씨 부부 일문일답>
"쉬고싶다…피어슨 판사 재임용 탈락 원치 않는다"
▲ 정진남 씨와 변호사 기자회견 장면 ⓒ연합뉴스

- 이번 소송에 대한 소감은.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소송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너무 긴 세월 시달려온 것 때문에 힘들고 혼란스럽다."

- 피어슨 판사가 항소 할 것으로 보나.

"피어슨이 항소를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

- 바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

"가게에 보관할 것이다. (피어슨이) 달라면 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기부할 계획이다."

- 바지는 얼마짜리냐.

"1100만 달러짜리다. 피어슨이 바지값은 안 받겠다며 6500만 달러에서 5400만 달러로 소송비용을 1100만 달러를 깎아줬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 그동안 손님들의 반응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걱정하지 말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 아메리칸 드림이 아직도 있나.

"앞으로 이뤄가야지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려 당장은 힘들 것 같다. 조금 쉬었다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앞으로 피어슨 판사에 대한 손해배상 등 계획은.

"이기고 지고간에 상처밖에 남은 게 없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피어슨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것도 원치 않으며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