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22일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민주당 "진정성이 없다"
사과를 받은 당사자인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나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민주당 분위기 전체가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15일 정대철 전 고문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한 사과에 대해서는 "진솔한 사과"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제3지대에 계시지 말고 민주당으로 돌아오라"고 논평한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유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는 김근태, 문희상, 정동영, 정대철, 김원기 등 창당주역들이 연명으로 낸 성명에서 주장한 '분열과 배제 없는 대통합'에 대해 이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흡수합병하려는 것으로 이는 확대된 열린우리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합당 예정인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은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치계 원로로서 과거 분당과정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분당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고 해도 열린우리당이 통합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일은 만무하다"고 일축했다.
양 대변인은 "지금 열린우리당을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민주당 분당 사태 때문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친노 배제 위한 포석" VS "친노 끌어안기 위한 것"
김원기 전 의장 등의 사과에 발끈한 쪽은 민주당과 중도통합신당 뿐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친노 진영의 반발은 더 거셌다.
김형주 의원은 "김원기 전 의장도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친노그룹과 선을 긋고 DJ쪽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며 "솔직히 말하면 총선용 발언이라고 본다"고 맹비판했다.
김 의원은 "물론 본인 의도와 달리 사태가 확대된 데 대해 사과할 수는 있으나, 결국 이런 발언은 친노 그룹을 배제해야 한다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실어줘 대통합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진들의 뒷받침을 통해서라도 위기에 처한 대통합의 돌파구를 마련코자 하는 우리당 탈당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높게 평가했다.
우상호 의원은 "현재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내세우는 배제론에는 당시 분당 사태에 대한 감정이 섞여 있다"며 "대통합을 위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말씀 아니냐"고 말했다.
우 의원은 친노 그룹의 반발에 대해 "사과와 함께 낸 성명에 '분열과 배제 없는 대통합'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느냐"며 "김 전 의장의 사과는 친노 그룹까지 끌어안고 가기 위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강래 의원도 "말씀하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대통합을 위한 진심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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