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압바스 못 믿겠다, 바르구티 내보내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압바스 못 믿겠다, 바르구티 내보내라"

이스라엘의 거물 테러리스트 석방 움직임, 왜?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으로 가자의 하마스와 서안의 파타당 등 팔레스타인에 2개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에서 난데없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지난 2004년 테러혐의로 체포돼 5번의 종신형 플러스 4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파타당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한 현직 장관이 이 '흉악한 테러리스트' 바르구티의 석방을 주장한 데 이어 21일에는 유력신문 <하레츠>가 사설을 통해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선 것.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이스라엘의 유력 정치인과 유력언론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게 된 것일까?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현재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마무드 압바스 수반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초조감 때문이다.

지난 14일 압바스 수반이 하마스가 이끌던 공동내각을 해산시키고 자신의 비상내각을 출범시킨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해 1월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후 중단됐던 경제지원을 즉각 재개하는 등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압바스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이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만만한 압바스 정부를 상대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달 말 퇴임 예정인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중동평화협상을 위한 쿼르텟(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유엔)의 특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쿼르텟은 지난 2003년 6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 이른바 '로드맵'을 집행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당시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한 거물정치인 제임스 울펜슨이 쿼르텟 특사를 맡았다. 그러나 협상이 지지해부진하자 지난해 그는 사임했고 현재 특사 직은 공석으로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블레어 총리 같은 거물정치인에게 특사를 맡아줄 것을 요구한 것은 차제에 로드맵을 진전시키겠다는 부시행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시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한편 오는 25일에는 이집트 주최로 팔레스타인의 압바스 수반과 이스라엘 올메르트 총리, 그리고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과 요르단 압둘라 국왕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평화협상 준비는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문제는 협상의 파트너인 압바스 수반의 지도력이 영 미덥지가 않다는 데 있다. 하마스 내각을 해산한 데 따른 혼란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선거를 통해 의회와 내각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압바스 수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이스라엘로서는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한 여러 건의 테러 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바르구티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테러리스트에 가깝지만 '더 큰 테러리스트'인 하마스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 나아가 평화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를 석방시켜 압바스 수반을 돕게 하든가, 또는 그 자신이 집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압바스 지지기반 못 믿어"
▲ 2004년 이스라엘 군에 체포됐던 당시의 바르구티 ⓒ알 하람 위클리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1일 사설을 통해 "바르구티를 체포하고 기소한 것이 외교적으로 현명한 일이었는지 의문이지만 그를 석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일이라는 데에는 의문이 없다"며 바르구티의 석방을 촉구했다.

신문은 "바르구티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심복들을 활용해 무장 저항을 억제하고 온건한 리더십을 독려했다"며 "한 때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 감옥살이를 하다가도 석방 후에는 평화적인 방향으로 방식을 전환한 넬슨 만델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앞선 19일에는 이스라엘의 한 정치인이 나서서 "압바스를 돕기 위해서라도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파타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 법정이 종신형을 선고한 '테러리스트'를 석방해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은 하마스와 맞설 카드로 압바스 현 수반이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독립적인 기관인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소가 팔레스타인 주민 1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파타당의 간판으로 바르구티를 내세우는 편이 승산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르구티가 압바스 수반을 제치고 파타당 대표로 수반 선거에 나설 경우 바르구티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9%, 하마스 내각을 이끌어온 이스마엘 하니야 총리에게 표를 주겠다는 응답은 35%였다. 압바스 현 수반과 하니야 총리가 대결할 경우에는 이 격차가 49대 42로 좁혀진다.

하마스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 아래 바르구티가 한 때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무장투쟁을 선동했었다는 '죄과'는 묻혀버린 것이다.

이스라엘로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기류를 바꾸는데 노력할 대안"으로 꼽힌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안'을 성안한 인물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대신 하마스에도 폭력중지와 평화협정 준수를 요구한 이 협상안은 하마스의 거부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하레츠>는 "2003년 9월 제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무위로 끝난 이후부터 바르구티가 폭력적인 저항을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을 설득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