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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방북, 2.13합의 이행 가속도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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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힐 방북, 2.13합의 이행 가속도 붙나

"북미 양자대화 의지 표출"…전문가 3인 긴급논평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21일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도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후 11시 22분 오산기지를 출발했으며 낮 12시 30분 경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힐 차관보는 22일까지 평양에 머물면서 6자회담 카운터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만나 2.13합의 이행 문제, 북미 관계정상화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송금 지연으로 늦어진 북핵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은 미국이 북미 양자대화, 그리고 그를 통한 관계정상화 진전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21일 북한을 전격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무슨 얘기를 할까? ⓒ뉴시스

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한 전문가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BDA 문제 해결 과정에서 행정부 내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미국의 정책 전환 의지를 의심케 했다"면서도 "그렇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잘 풀어보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상징적인 조치가 힐 방북에 대한 승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의 대북정책이 'ABC'에서 'MTC'로 넘어갔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ABC 정책'이란 'Anything But Clinton'의 머릿글자를 딴 말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 일만 빼고 다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를 뜻하는 것이고, 'MTC'는 '클린턴 보다 더 많이 하겠다(More Than Clinton)'는 표현이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해서는 북미간의 회담 의제와,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 지참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왔다.

특히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최근 미국이 북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하면서, 북미 관계정상화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를 얘기하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 북한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힐 차관보가 이번에 자세한 설명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힐 차관보 방북 관련 전문가 긴급 논평 전문이다.

■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힐 방북 의미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BDA 문제에서도 확인됐지만 6자회담에서 단계별로 기술적인 쟁점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기술적인 어려움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역시 고위급의 교류가 중요하다. 힐의 방북은 그런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다.

또 이번 방북은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 1월 베를린 북미접촉 때부터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 의지를 보였는데, 6자회담 대표가 방북함으로써 그런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시 임기 내에 핵 불능화 정도를 완결해야만 클린턴 행정부보다 나은 성과를 얻는 것이 된다. 그렇게 보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 '기술적으로'는 어떤 얘기를 할까?

2.13합의 초기조치인 핵시설 폐쇄의 조속한 이행을 얘기할 것 같다. 그간 BDA 문제로 이행 동력이 많이 떨어졌고, 미국 내부에서도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으. 따라서 신속한 이행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할 것이다.

또 2.13합의 1단계인 폐쇄에서 2단계인 불능화로 넘어갈 때 굉장히 많은 쟁점이 있다. 정치적인 신뢰를 보이면서 그런 쟁점을 진전시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의미도 있다.

- 김정일 만날 가능성 있을까?

의제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부시의 친서를 가져가면 당연히 만날 것이다. 미국도 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 비핵화의 조속한 이행,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도 힐을 통해 간접대화를 할 수 있는 시점이다.

북한이 보기에도 힐은 다른 대표와 차별성이 뚜렷하다. 지위를 떠나 미국 내 협상파의 상징이다. 김정일 위원장도 이런 힐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즉, 시점, 의제, 초청 동기 등을 보면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는 것이다.

■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의미는?

방북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봐서는 미국이 '포스트 BDA' 상황에서 그간 지연됐던 2.13합의 프로세스에 속도를 낼 필요를 느낀 것 같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0일 통화를 해서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은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어제 오늘 우리 정부가 갑자기 쌀 지원 재개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해석된다.

또한 힐의 방북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베를린 북미협상에 이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13합의 이행 문제를 포함해 9.19공동성명과 관련된 이후의 조치, 북핵 문제 해결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쟁점들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일 면담 가능성?

차관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정도를 만나 직접 의견을 교환할 것 같다. 그러면서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한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북미정상회담 얘기까지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동만 상지대 교수

기본적인 의미 외에도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한 방북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국전쟁 종전선언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 후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해 북한과 논의할 뜻이 있음을 북한에 전달해왔다. 미국은 북미 관계정상화보다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이 그에 대한 답을 아직까지 주지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관계정상화 없이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의미가 뭐냐, 그건 미국이 문제를 미온적으로 풀자는 뜻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힐 차관보를 통해 그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할 것 같다. 북한은 더 적극적인 걸 바라고 있지만 미국이 어정쩡한 선 밖에 얘기를 안 하고 있다고 보는데, 힐 차관보가 그에 대한 설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의원이 평양에 다녀온 후 남북정상회담 얘기는 쏙 들어가고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 4자 정상회담이란 건 달리 말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협상하는 무대다.

남북정상회담이 쏙 들어간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미국이 말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또 이해찬 의원이 북한에 가 보니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도 미국 페이스대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먼저 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지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의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투명하다. 힐은 그 부분을 풀려고 할 것 같다.

힐 차관보 방북의 또 다른 목적은 핵 폐기와 관련해 미국이 어느 선까지 바라는 건지,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가 어느 선 까지인지 등에 관한 민감한 부분을 직접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큰 흐름에서 북미관계는 풀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게 어느 선에서 결정이 될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 많다. 불투명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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