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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하마스, 美의 '고사작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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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하마스, 美의 '고사작전' 실패

가자지구 완전 장악…이스라엘 불안감 증폭

지난 10일부터 팔레스타인의 구 집권세력인 파타와 충돌하고 있는 하마스가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사실상 완전히 장악함에 따라 하마스를 고사시키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파탄에 이르고 있다.

자주노선을 내세우며 지난해 1월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재정 및 무기 등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파타와 맞서 싸우며 오히려 힘을 강화해 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 14일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하마스의 승리는 그동안 하마스를 고사시키려던 미국과 이스라엘에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 그동안 하마스 축출 위해 파타세력 전폭 지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무장병력들은 13일 가지시티를 포함해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점령했고,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파타 본부에도 포격을 가해 가자지구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파타 전투원들은 무기가 떨어져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초소를 떠났으며, 복면을 쓴 하마스 병사들은 파타의 지도자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공관과 가자지구 북부의 수라야에 있는 팔레스타인 보안군 본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장악했다.

이번 파타와 하마스의 충돌은 한때 통합정부까지 구성했던 양 진영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2일 "양측은 죽을 때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갱단이 그들의 적대 세력을 15층 빌딩에서 떨어뜨려 죽인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충돌로 인해 13일까지 최소 7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장관은 밝혔다.

파타는 충돌 발생 직후 하마스의 지도자이자 팔레스타인 총리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살고 있는 집에 포격을 가했고, 하마스는 13일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파타 지도자들 다수가 살고 있는 가자시티의 아파트와 경찰서 및 파타의 상징이 되는 시설물들을 파괴했다.

불과 나흘만에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사실상 평정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팔레스타인의 한 젊은이는 "(파타가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7만의 병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겨우 1만 병력의 하마스 앞에서 이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예상을 뒤엎고 의회를 장악하자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일체 중단하는 등 그동안 하마스 고사작전을 펴 왔다. 지난 2월 사우디의 중재로 파타와 하마스가 연립내각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엘리옷 아브람스 등 백악관 안보회의의 네오콘들은 파타 내의 반(反)하마스 무장세력을 은밀히 부추겨 하마스 축출 작전을 계속해 왔다.
▲ 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요원이 12일(현지시간) 남부 가자에서 파타 보안군과 충돌 도중 교전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마스와 파타간의 무장충돌 격화로 팔레스타인 거국내각이 붕괴되고 결국 내전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하마스 "이번 충돌은 자위를 위한 전쟁, 미국은 대화 나서라"

이번 충돌에 대해 하마스는 미국 및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은 파타내 불순세력의 도발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리 대변인은 "하마스는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면서도 "파타 내에 존재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는 일부 세력들로부터 하마스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혼란의 배후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해 "지난해 1월 총선 결과를 인정하고 나아가 상호존중의 정신에서 미국은 우리와 함께 진지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파타의 지도자 중 하나인 마헤어 미크다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각본에 놀아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그는 "이것(충돌)은 이스라엘의 계획"이라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분리 감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끝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정치분석가인 대니 러비스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의 근본 원인은 하마스가 작년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나아가 지난 2월 연립내각 구성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파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한을 하마스와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파타는 전세계(실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에 밀려 팔레스타인 유권자들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는 입장에 몰렸고, 하마스는 자신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무력으로라도 관철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하마스의 가자'와 '파타의 서안지구'로 양분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수도 라말라가 있으며 무력 수준과 지지도 측면에서 파타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북부 헤즈볼라와 남부 하마스에 사이에 '샌드위치' 된 이스라엘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강경 하마스가 압승한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어가며 '하마스 고사작전'을 펴 왔다. 또 이스라엘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압바스 수반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하마스의 무장력인 오히려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하마스 고립 작전은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 마크 레게브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이 미국과 이스라엘 정책의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나는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온건파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이집트로부터 무기를 조달할 수 있게 되면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를 장악한 무장정치조직으로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과 충돌한 바 있다.

이스라엘 북부인 레바논에 헤즈볼라가 자리하고 있고, 남부 팔레스타인에 하마스가 진지를 구축하는 상황을 이스라엘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레게브 외무부 대변인은 "하마스가 이번 지상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력은 우리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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