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12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BBK 관련 의혹과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싸고 범여권과 한나라당 사이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고금리 사금융 대부업체의 광고 규제 문제나 동탄 신도시 등 정부의 신도시 정책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정부를 질타했다.
이명박 BBK 연루의혹 연일 도마에
열린우리당은 전날에 이어 BBK 연루의혹 관련 공세를 이어갔다. 조경태 의원은 "검찰 수사기록에 의하면 김경준 씨는 2001년 5월경 7개의 여권과 19장의 법인설립 인가서를 위조했는데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허술한 위조여권도 구별하지 못해 5000여 명의 개인투자가들이 1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외국인 투자자등록제도에서 서류의 진위여부와 본인확인에 관한 제도의 허점으로 그간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사건뿐 아니라 많은 검은머리 외국인에 의한 주가조작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영호 의원은 BBK 옵셔널벤처스 소송기록을 자료로 제시하며 "검찰은 불법 송금자금을 추적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이 전시장의 BBK 의혹과 관련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재조사 문제와 관련, "(김경준씨에 대해) 기소가 중지된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에 있는 피해자가 소환돼 수사가 재개될 경우 사법당국이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반도 대운하-열차 페리 논란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경태 의원은 "토목공학을 전공한 제 소견으로도 경부운하는 수많은 댐에 갑문을 내야 하는 점, 교각을 극복해야 하는 점, 수자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물류의 기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며 "한 대선후보의 오만하고 무책임한 공약이 국민들을 얼마나 불안하게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장경수 의원은 "경부운하의 경우 1998년 검토 결과 경제성이 0.24로 나왔으며 최근에는 0.16으로 더 떨어져 경제성이 거의 없음이 밝혀졌다"며 "경부운하의 한강-낙동강간 수송시간이 무려 46시간 이상 걸리고 2011년 기준으로 연간 물동량이 500만 톤에 불과해 과연 경부운하를 물류혁신으로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중 열차페리 공약에 대해서도 "남북 철도가 시험운전을 하는 판에 한중 열차페리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며 "지금 당장 남북철도가 안된다고 해서 열차 페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일 이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쏟아지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전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큰 트렌드로 봤을 때 전체적인 수송시간은 당초 예상보다도 조금 짧아지고 건설비는 조금 더 들어 경제성은 계속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 이춘희 차관도 "지난 98년 수자원 공사가 경부운하 타당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경제성 부족으로 당장 추진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검토됐었다"며 "건교부가 96년부터 98년까지 검토한 안을 물동량, 경제적 측면, 기술적 변동 등 최근의 실정에 맞춰 다시 검토했는데 현시점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박 전 대표의 한ㆍ중 열차 페리 공약에 대해서도 "지난 90년대에 건설부가 국가기본계획으로 검토했었는데, 당장 추진할 정도로 타당성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검토결과가 나와 바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은 "대운하 계획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흠집내기가 금도를 넘고 있다"며 "이해찬 전총리가 지난 3월 방북 때 '개성∼서울 남북대운하' 사업을 북측에 제안한 적이 있는데, 노 대통령이 같은 운하를 놓고 한쪽에선 정권 차원의 밀거래를 시도하고 다른 한편으론 타당성을 깎아내리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개발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3개 정부기관이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하는데, 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한반도 대운하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현 정권과 그 음모에 동조하는 정부기관의 합작품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규 "대부업체 광고 문제 있다"
한편 이날 대정부질의에서는 고금리 사금융 대부업체 문제도 논의됐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은 대부업 광고에 연예인 출연하는 것과 관련 "유명 탤런트를 출연시켜 일반인들을 혼동시키거나 고이자 사금융 이용을 유도하는 TV 광고는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역시 "정부는 더 이상 대부업체의 편을 들지 말라"며 "현재 우리는 연 이자율을 66%로 제한하고 있는데 (해외 사례에 비해) 이것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오을 의원은 "현재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721만 명"이라며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용 대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오규 재정경제부장관 겸 부총리는 "대부업체들이 광고부분에서 첫 얼마기간동안 무이자라는 것을 내세워 고객에게 혼동을 주는 것 등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검토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대부업 전체에 대한 관리감독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 대사면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며 "금융 건전성 등의 문제로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도덕적 해이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동탄 신도시 발표, 개발독재 시대보다 더 주먹구구식"
이날 각 당 의원들은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경기 화성 동탄 2기 신도시 계획과 관련해 "정부의 신도시 정책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진행돼 땅값 상승 등 후유증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분당급 신도시를 예고한 뒤 이달 동탄 신도시를 발표하기까지 혼선을 거듭했으며 관료들의 무책임한 행태의 결과로 후보지로 거론되는 땅값이 급등하는 등 후유증이 컸다"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동탄 2신도시가 강남수요를 분산시키는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서울 강남에서 30km 이상 떨어져 있는데다 경부고속도로 주변의 교통정체가 워낙 심해 강남 수요를 끌어들이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계동 의원도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 계획들은 인기영합을 위한 난개발의 상징이자 개발독재 시대보다 더 주먹구구식"이라고 신도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도 "분당급 신도시 발표계획이 예정보다 한 달 빨라진 이유가 뭐냐.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경위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실시돼야 한다"며 특감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한·미 FTA 협정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농업분야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불공정·불균형한 협상이었다"며 "우리가 먼저 강력하게 재협상을 주장해야 하며, 만약 불공정한 협상내용을 개정하지 못하게 된다면 기존협상을 무효화하고, 다시금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에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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