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드폴대의 레브 데니스 홀츠슈나이더 총장이 노만 핀켈슈타인 교수가 임기 1년 남짓을 남겨두고 낸 테뉴어 신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홀츠슈나이더 총장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드폴대 교직원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핀켈슈타인에게 테뉴어를 부여하는 것이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미국 대학에서는 테뉴어를 받아야 종신 재직이 보장되며 이를 받지 못할 경우 대학을 떠나야 한다.
대학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핀켈슈타인 교수는 드폴대에서 적을 옮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몇 달 간 핀켈슈타인 교수의 거취를 둘러싸고 좁게는 드폴대 내부가, 넓게는 정치학계와 유대인 집단 전체에서 벌여왔던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톨릭계 드폴대, '이스라엘 비판' 수용 못해
핀켈슈타인 교수는 스스로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자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이스라엘이 반유대주의운동을 오히려 자신들의 반인륜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는 데 활용하고 있고 홀로코스트 역시 유대인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그의 저서 <홀로코스트 산업>은 신화화 돼 온 홀로코스트의 이면을 꿰뚫은 파격적인 해석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도 2004년 번역본으로 소개됐다.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핀켈슈타인 같은 훌륭한 학자가 아직도 정교수로 채용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며 테뉴어 부여를 망설이는 드폴대 측을 비난하기도 했으나, 결국 미국 최대 가톨릭계 대학은 노골적인 이스라엘 비판을 수용하는 도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드폴대가 핀켈슈타인 교수를 내치게 된 데에는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 법대 교수와 같은 강력한 반대자들의 압력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쇼위츠 교수는 핀켈슈타인이 테뉴어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핀켈슈타인의 주장은 학문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며 완전한 거짓말이자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서류를 드폴대 교직원들에게 보냈다. 핀켈슈타인 교수가 최신작 <후안무치를 넘어서(Beyond Chutzpah)>을 통해 "반유대주의와 역사를 악용하고 있다"며 더쇼위츠 교수의 연구를 공격한 데 대한 앙금을 이 기회를 통해 푼 것이다.
이에 핀켈슈타인 교수는 <시카고 선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드폴 대학이 요구한 기준에 적합했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은 내 견해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대학이 내게 테뉴어를 거부할 수도, 가르칠 권리를 앗아갈 수도 있지만 내가 내 신념대로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신념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확인했다.
한편, 대학 측의 결정이 알려지자 핀켈슈타인 교수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그를 지지하는 졸업생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가디언>은 "핀켈슈타인이 드폴대에서 짐을 싼 후에도 드폴대의 결정에 대한 학계의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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