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반 총장, '이라크 불구덩이'에 유엔 밀어넣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반 총장, '이라크 불구덩이'에 유엔 밀어넣나

"유엔 역할 확대해야"…美 '이라크 국제화' 계획에 일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라크 내 유엔의 역할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저항세력의 폭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강화된 새 청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유엔 직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일반의 우려를 인정한 셈이지만, "유엔의 임무는 계속돼야 한다"는 '소신'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유엔 수장이 된 반 총장이 이라크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백악관의 계획에 무분별하게 동조하고 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위험해도 유엔은 GO!"

반 총장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이라크 내 유엔의 역할 확대와 가능한 지역의 주둔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파견된 유엔 직원들의 철수를 촉구해 온 안보리 내 일반적인 기류와는 정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올해 내로 바스라 지역의 치안을 맡고 있던 영국군마저 단계적 철수에 들어가면 유엔 직원들의 안전은 더욱 더 위태로워질 테지만, 그래도 반 총장은 "바스라에 새롭게 유엔이 주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북부 아르빌에도 유엔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달 잘마이 카릴자이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은 이라크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에 더 깊이 개입해야 한다"고 한 것과 맞아 떨어진다.

결국 진전이 없는 이라크 상황의 책임을 유엔에 떠넘기려고 하는 부시 행정부의 계획에 반 총장이 동조하고 나선 셈인 것이다. 백악관이 반 총장을 통해 이라크 문제의 '국제화'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는 몇 주 전부터 정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던 바였다. (관련기사: '이라크 문제? 반기문 총장한테 물어봐!')

직원 생명은 '새 건물'에 맡기면 된다?
▲ 취임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당시 부시 대통령은 반 총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악관 홈페이지


이 같은 반 총장의 선택이 비난을 받는 것은 이라크 내 유엔 직원들의 생명을 담보로 건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유엔 직원들이 머물기에 적합지 않다는 인식에는 반 총장도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보고서에서 "로켓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머리 위의 안보'가 불완전한 탓에 그린존 내 유엔 직원들의 안전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장기 계획은 고성능 무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복합 주거단지의 조속한 건설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고비용이 예상되더라도 건축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새 건축물은 향후 유엔의 임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될 것이냐 아니면 신변안전에 대한 위험 때문에 임무 수행을 포기할 것인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무 수행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란 부연에서는 결국 반 총장이 '유엔의 임시 철수'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8월 유엔대표부가 기거하던 그린존 내 건물에 자폭테러가 일어나 총장 특사로 와 있던 세르지우 멜루 사무차장 등 22명이 사망했고 그 즉시 유엔은 이라크 내 활동을 접었다. 유엔 직원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없을 뿐더러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재건 활동도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반 총장이 당시와 유사한 위협을 무시하고 유엔의 역할 확대 계획을 추진하다가 또 다시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무리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역시 반 총장의 몫이 될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얘기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이를 무릅 쓴 반 총장의 무리수에 "당선에 힘을 써 준 미국에 대한 보은"이란 비판이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