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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책임자 중 '생존자'는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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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책임자 중 '생존자'는 셋"

페이스 합참의장 경질로 군부는 '전멸'

조지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이라크 전쟁을 이끌었던 미국의 고위급 책임자들은 이제 이렇게 셋만 남았다. 지난 8일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이 사실상 경질되면서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군부의 전멸'이다. 2002년 9.11 테러 이후 합참 부의장에 임명되고 2005년 해병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합참의장에 오른 페이스는 이라크 전쟁 실패에 대한 책임 때문에 군복을 벗는 마지막 고위급 군인이 됐다.
  
  이로써 페이스는 미 역사상 두 번째로 연임을 하지 못한 합참의장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연임을 못한 첫 번째 합참의장은 1964년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때 물러난 맥스웰 테일러다. 이라크전이 결국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말을 뒷받침해 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군 고위급들 줄줄이 퇴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8일 "페이스 의장의 연임(임기 2년)을 추진했으나 그럴 경우 이라크전을 둘러싼 국내의 깊은 분열로 상원에서 인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마이크 멀린 해군 참모총장을 새 합참의장으로 지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최근 몇 주가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의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에드먼드 지암바스티아니 합참 부의장도 페이스와 함께 은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9일 "놀라운 발표"라며 "합참의장은 연임을 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에 페이스는 사실상 경질된(fired) 것"이라고 규정했다.
  
  게이츠 장관의 이번 인사 발표는 부시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에 현직인 페이스 의장이나 멀린 의장 지명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다음 합참의장을 발표하는 자리에 현임 의장이 배석하는 관례를 깬 것도 이번 인사가 '경질'임을 방증한다. 페이스는 오히려 자신이 재지명되길 바랐다는 것을 언론에 흘리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페이스와 가까운 익명의 인사들은 그가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경질의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3월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해 그 문제에 관해 '묻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다'는 미군의 정책에 모순된 행동을 한 것 △'리크게이트'로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재판관에게 서신을 보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군의 원칙을 어겼다는 사실 때문에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페이스 경질의 숨은 배경
  
  그러나 그런 해석도, 의회의 반대 때문이라는 게이츠 장관의 설명도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게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실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라크 사태의 악화, 그리고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에 충성으로만 일관했던 그에 대한 군 내부의 반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쟁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성 인사인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라크 미군 증파는 미군의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뉴욕타임스>는 국방부가 지난 5월 미군 증파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미군과 이라크군이 바그다드의 3분의 1도 장악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이같은 실패는 잘못된 이라크 전쟁정책을 이끌다 지난 11월 해임된 럼스펠드 전 장관에게 지나치게 복종적이었던 페이스 의장과 지암바스티아니 부의장의 태도 때문이라는 게 국방부 및 군부 인사들의 불만이었다.
  
  <NBC> 방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최근 럼스펠드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고 무조건 지지하기만 했던 이들에 대한 군부 내 불만을 앞다퉈 전했다. 럼스펠드의 이라크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게이츠 장관은 그같은 군부의 불만을 등에 업고 페이스와 지암바스티아니를 해임한 것이다.
  
  최근 나타난 미군 고위급 사령관들의 퇴진은 이처럼 전쟁 실패에 대한 책임 때문인 것에 반해 고위 사령관들에 대한 과거 해임 사례는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장관의 '증파 드라이브'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미국의 대 중동 작전을 관장했던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이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가 지난 1월 경질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조지 케이시에서 데이비드 페트래우스로 최근 교체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증파에 반대했다고 해임되고, 무조건 복종했다고 경질돼야 하는 게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미군 장성들의 요즘 운명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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